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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5. 2021

기적의 도시 라파스(La Paz)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띠아우아나꼬 문명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라파스는 안녕하십니까..?!!


   브런치를 열자마자 건물들이 빼곡한 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도시의 이름은 라파스(Nuestra Señora de La Paz).. 이곳은 남미 볼리비아의 정부와 입법부 및 행정기관이 몰려있는 곳이다. 인구는 2008년 현재 대략 87만 명이 살고 있다. 도시는 높은 산이 빙 둘러 있는 계곡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3200미터부터 4100미터까지 형성돼 있다. 



도시 주변으로 볼리비아에서 가장 많은 230만 명의 시민들이 옹기종기 몰려 사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서울과 경기도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이 도시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면 멀리 머리에 눈을 인 일리마니(il Mont Illimani, 해발 6,462m) 산을 볼 수 있다. 하니와 내가 이곳을 다녀온 지 어느덧 스무 해로 치닫고 있다. 남미 일주 중에 다녀온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띠아우나나꼬 문명(La cultura Tiahuanaco)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오늘날과 달리 여행 인프라가 빈약한 상태였으므로 하니와 나는 내가 그린 동선으로 여행을 감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목숨을 건 여행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내가 믿는 건 언어(스페인어) 하나가 전부였다. 현지인과 소통이 되므로 여행지 전부는 내가 길라잡이가 돼야 했던 것이다. 




서기 2021년 4월 15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아침이 밝았다. 매우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 그 님이 오실 것만 같은 날..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간밤에 가스가 바닥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구시가지(Cento storico)는 도시 전체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구조 때문에, 한국처럼 도시가스 배관이 시설되기 어려운 곳이다. 따라서 주방의 레인지는 20킬로그램짜리 가스통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대략 두 달만에 한 번은 교체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온 것이다. 정확히 오전 9시에 가스배달이 완료되었는데.. 



단골 가스 집의 아저씨가 거실에 설치해 둔 하니의 까발레또(Cavalletto, 화가(畵架))를 가리키며 "그림을 그리느냐"라고 물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언제 오느냐"라고 캐 물었다. 그래서 "나도 잘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이 모양이므로 사정이 좋아져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가 하니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림을 그릴 때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그의 취미는 사진이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해묵은 사진첩 속의 라파스였다. 나는 이 도시를 '기적의 도시'로 부른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고산증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곧 만나게 될) 띠아우나나꼬 문명의 현장에서 유적지를 돌아보는 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머리가 지끈 거렸고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 것이다. 고산병 내지 고산증세는 높은 고도에서 산소 부족으로 발생하며 두통이나 피로감 또는 메스꺼움 등을 동반하므로 우리는 사서 고생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참 희한해..!



그때 문득.. 가스통을 교체한 아저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 시간 나는 외부인의 출입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돌아간 다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나를 발견하다니..ㅜ 그리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라파스 풍경을 통해 이곳 사람들은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마치 한 구덩이에 몰려 사는 듯한 라파스 시민들에게 코로나는 치명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코로나 성적표를 열어보니 이탈리아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신규 확진자 수 대비 이탈리아는 대략 열여섯 배가량 더 높았고 전체 사망자 수도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라파스는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는 그야말로 기적의 도시였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난 후 여행 추억을 떠올리며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라파스를 벗어나 띠아우나나꼬 문명을 찾아 나선 고원지대는 평화롭기 짝이 없는데 그들은 한 구덩이에 몰려 사는 것이다. 이것도 수수께끼야..!


La lunga e memorabile civiltà di Tiahuanaco_BOLIVIA
il 15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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