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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7. 2021

해넘이가 펼치는 마법의 향연

#8 남반구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피렌의 봄

사노라면 가끔씩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지..?!!


연재 포스트(여왕님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중에서



나는 낭만 덕구라 해. 선박 한 척이 뭍으로 올라온 듯한 바닷가.. 그 뒤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은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의 한쪽 모퉁이에 해당하는 곳이야. 나와 우리 친구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는 강이 세 군데나 있어. 제일 큰 강은 리오 블랑꼬(Rio blanco)라 부르고, 그다음 리오 네그로(Rio negro)라 부르며 마지막으로 리오 꾸낄데오(Rio cuchildeo) 강이 있어. 뭍에서 옆으로 드러누운 듯한 어선 뒤로 리오 꾸낄데오 강이 흐르고 있고 그 너머 마을에는 중남부 파타고니아로 이어지는 선착장과 가까운 곳이야 마을의 한쪽 모퉁이인 셈야. 이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어.



이곳 오르노삐렌 삼각주에도 매우 옅은 층의 개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썰물 때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지. 바닷속 해조류와 홍합이나 작은 게들이 지천에 널리기 시작하는 거야. 우리 같은 길거리 개 혹은 떠돌이 개들의 신분으로 해산물을 채집할 수는 없어. 아니 별로 맛짜가리가 없어서 선호하질 않아. 그 대신 썰물 때가 되면 거대한 놀이터가 생기는 거야. (먼 말인지 알쥐? ^^) 



해넘이가 펼치는 마법의 향연




   하니와 나는 이곳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에 머무는 동안 조석으로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에 나서면 오르노삐렌 삼각주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여행자 앞에 나타나곤 했다. 그야말로 꿈같은 풍경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저녁답의 풍경은 아침과 달랐다. 아침이 밝으면 삼각주 너머 안데스 산맥으로 뽀얀 실비단 구름을 치맛자락처럼 걷어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해 질 녘 저녁때가 되면 실비단 구름이 산허리에 걸쳐있던 자리에 황금빛 햇살이 비치는 것이다. 달님과 해님이 번갈아 가며 밀물과 썰물 때의 풍경을 여행자 앞에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삼각주 갯가에 연둣빛과 연초록의 빛깔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내 고향은 부산.. 바다와 갯가 풍경은 일상이 될 정도로 많이 봐 오고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동해 서해 남해를 두루 다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맞닥뜨린 것이다. 



해넘이 때가 다가오시면 저물어 가던 태양이 무슨 미련이 그렇게 많았던지.. 붉은 노을을 보여주는 대신 황금빛 햇살을 안데스에 쏟아부으며 삼각주에 묘한 파장을 전달하곤 하는 것이다. 황홀한 풍경이었다. 



   서기 2021년 4월 16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밤 풍경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너머 침묵의 도시로 변했다. 요즘 나의 브런치에서 일상이 된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들여다보며 사진첩 속의 풍경을 번갈아 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자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15,943명)와 사망자 수(429명)는 침묵의 도시가 왜 생기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역주행을 보여주는 것이다. (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16 aprile: 15.943 nuovi casi e 429 morti) 인간계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생물계의 하위 개체가 인간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지구촌은 여전히 코로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고 하니와 나의 재회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사정이 이러한 때 열어본 사진첩은 내게 무한 위로를 안겨준다. 우리가 바닷가를 서성이던 저녁답에는 새로운 꿈을 꾸곤 했지. 어느 날 이곳에 답사차 들러 하이킹을 시도한 곳은 이 마을 동쪽 안데스에서 발원한 리오 블랑꼬(Rio blanco) 강과 리오 네그로(Rio negro) 강을 돌아봤다. 리오 블랑 꼬강은 비췻빛 강물을 쉼 없이 퍼 날랐고 리오 네그로는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을 쉼 없이 삼각주로 흘려보냈다. 



두 강물의 하류가 삼각주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네그로는 '검다'는 뜻인데 속이 훤히 바치는 강물이 강바닥의 검은 돌에 비치어 감게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남미에는 이런 강들이 숱하다. 우기에 잠시 젖었다가 건기에는 강바닥을 드러내 보이는 강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쉼 없이 맑은 물을 동태평양의 피오르도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밀물과 썰물.. 하루에 두 차례 바다는 여행자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매일같이 다른 꿈을 꾸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타고니아 여행의 시작이었으므로 이곳에서 며칠간 몸을 추스른 후 우리는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을 쫓아 삼각주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이때 우리를 유혹한 건 바닷가에서 바라봤던 연둣빛 해조류가 큰 역할을 헸다. 썰물 때 드러난 환상적인 풍경 속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가끔씩 해산물 채집을 위해 드나들었다. 또 나의 뷰파인더는 미지의 땅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안달이 난 것이랄까..



바닷가.. 그 언덕에 서면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 없지만 산등성이 너머에서 비친 해님이 만든 마법의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마냥 숙소에 머물 수 없으므로 숙소보다 바닷가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 조석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싸돌아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가면 숙소의 주인 내외가 난로 곁에서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뭐 볼 게 있다고 저렇게 싸돌아 다니는가" 싶은 표정이 묻어난다. 그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늘 봐 왔던 풍경에 너무 값싸게 길들여진 것인지.. 목수일을 하는 바깥양반이 집으로 귀가하는 즉시 난로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마법은 그런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일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법이다. 세상을 사노라면 쉽게 길들여지는 것과 길들여지지 않는 일들이 생긴다. 쉽게 길들여진다고 해서 친근감이 오래도록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후자의 경우가 생겨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계의 인연은 달님과 해님의 조화와 마법으로 행불행을 결정하는 게 아닐까..



하루 두 차례.. 해 질 녘이 되면 이 세상에서 전혀 만나지 못한 진풍경이 갯가 삼각주에 펼쳐지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이런 풍경을 설명하면 믿기거나 상상이 가능할까.. 



그들은 당신이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풍경 등을 떠 올리며 화자의 대화를 분석해 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해 질 녘이면 바닷가에 연초록 화려한 띠가 나타나는 것을 사진에 담지 않았다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 하는 말이다. 



우리가 늘 보고 자란 울긋불긋한 해넘이 대신 오르노삐렌 삼각주에 연초록 마법이 일어나고 있었다.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중 일부는 블로그에 공개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기록들은 해를 묵히고 있었다. 언제인가 하니의 그림과 함께 여러분들 앞에서 전시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기괴한 풍경이 지천에 널렸지만, 우리가 직접 발품을 판 여행지의 감흥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남은 진한 감동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통화를 하면 단박에 기억해 낸다. 수많은 여행지의 표정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무슨 이야기든 해 달라"라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에 묻어나는 신기한 마법은 잠시 후에 일어난다. 이렇게..


그리고 통화가 끝날 무렵에는 생텍쥐페리가 화가가 되는 꿈을 포기시킨 어른들의 재미없는 습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역사와 지리 혹은 문법과 수학과 같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면 갑자기 조용해진 하니가 이렇게 말한다.


"응, 나 졸려.. 잘 거야..!" 


La Primavera dell Hornopiren nella Patagonia settentrionale del CILE
il 17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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