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6. 2021

파타고니아의 범상치 않은 하늘

#2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신비한 체험

사랑할 때와 일할 때..!!



련 포스트(특집, 밀레니엄 그 첫걸음) 중에서 



파타고니아의 명소 엘 깔라파떼(El Calafate)에서 루따 꾸아란따(National Route 40 (Argentina))를 따라 북상하다가 비에드마 호수 옆으로 꺽어지는 23번 국도 끄트머리에 엘 찰텐 마을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앞에서 본 길은 23번 국도 위에서 촬영된 여행 사진이다.
23번 국도 끄트머리에 도착하면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예사롭지 않은 봉우리들이 여행자를 맞이할 것이다. 뒤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들이 피츠로이(Monte Fitz Roy) 산군(山群)의 모습으로 해발 3,405미터의 암봉이다. 



이곳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의 국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땅으로 아르헨티나의 산타 크루즈 주 국립공원(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에 속한 곳이다. 또 칠레 쪽에는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국립공원(i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이 마주한 곳. 하니와 나는 두 번째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환청은 생생했다. 바로 곁에서 확성기로 방송을 하는 듯 생생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산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흐느낌이 묻어난 아버지의 생생한 목소리는 이랬다.


아들아.. 어서 오너라! 너무 보고 싶었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 해돋이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나는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 엘 찰텐의 숙소를 혼자 빠져나온 것이다. 하니는 대뜸 "미쳤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좀 더 잘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이렇듯 미친 짓을 한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결국 이날은 하니를 숙소에 혼자 두고 나 혼자 어둠을 뚫고 검독수리 전망대로 행했다. 마치 영화를 촬영하는 듯 예사롭지 않은 날씨가 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 싶은 강한 유혹이 드는 새찬 바람이 깜깜한 밤중을 마구 뒤흔들었다. 마을에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바람에 흔들렸고 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전망대로 행하는 길가에는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쏜살같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니의 표정처럼 미친 짓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범상치 않은 하늘




숙소를 나서자마자 맨 먼저 만난 풍경 하나,  Walk PATAGONIA.. 이곳은 여행자 천국이다. 엘 찰텐의 피츠로이 산군은 언제 어디를 떠나도 여행자를 꼭 품어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다. 이날 나는 알 수 없는 어떤 이끌림에 따라 집을 나섰던 것이다. 생전 이런 경험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니기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에 음료수와 과자 부스러기를 배낭에 챙겨 넣고 집을 나선 것이다. 엘 찰텐은 가로등 불빛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 작은 도시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촬영된 당시의 영상이다. 이때 시각은 새벽 03시 30분 경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이 영상을 열어 보시면 연재 포스트의 내용이 오롯이 이해되며, 미쳐 깨닫지 못한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장담한다!!


그런 잠시 후 나는 잠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이른 새벽에 내가 감행하고 있는 일이 미친 짓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피츠로이 암봉을 사진에 담는다고 달라질 세상도 아니고, 시쳇말로 돈도 되는 것도 아니며, 유명세를 탈 건더기도 없어 보였다. 그게 포토그래퍼가 남긴 작품이라 한들.. 어떤 산짐승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산중으로 한밤중에 혼자 떠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망설인 것도 잠시 내가 마음먹은 일을 실행했다. 자금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나의 등을 떠밀거나 강한 이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나의 판단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유일한 이정표는 머리에 두른 헤드렌턴이 전부였다. 목적지인 검독수리 전망대를 가 보지 않았지만, 산기슭에서 만난 이정표를 참고하고 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이때 시각이 새벽 3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미리 언급한 바 이곳에는 두 곳의 전망대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독수리 전망대(El Mirador De Los Condores)였고 또 하나는 검독수리 전망대mirador de los aguilas el chalten)라고 이름 붙였다. 



위 자료사진을 살펴보면 초점이 마음대로 흔들려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새벽 엘 찰텐에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곧 우기가 올 것이라는 신호가 바람이었으며 이곳이 '바람의 땅'이라고 불리는 걸 실감하는 것이다. 엘 찰텐을 바라보고 있는 위치는 독수리 전망대에 가까운 곳이며 깜깜한 새벽에 산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내 발아래에는 등산용 헤드랜턴의 희미한 불빛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거렸다. 불빛은 발아래 좁은 오솔길을 겨우 비출 뿐, 한 팔만 뻗어도 주변은 칠흑같이 새까맣게 변한 밤중이었다. 당장이라도 굶주린 산짐승이 뛰쳐나올 듯한 풍경이 발아래로부터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어디쯤인지 모르게 먼동이 밝아오는지.. 새까만 산중의 머리 위의 구름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범상치 않은 하늘은 이렇게 어느 여행자를 굽어보고 있었다. 나는 이때부터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있었다. 머지않아 해돋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가 하늘에 나타난 것이다. 그게 다 뭐라고.. 



내가 숙소에서 열어본 지도에는 검독수리 전망대까지 빨리 걸어도 1시간은 더 걸리 것 같았다. 초행길인 데다 한밤중에 걷는 속도가 평지에 비해 더디다는 것. 그나마 유일한 빛은 하늘에 있었으며 파타고니아의 하늘은 매우 특별한 구름을 선보이고 있었다. 피츠로이 산군이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일이 서서히 내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랄까.. 



살아오는 동안 내가 행한 몇 가지 일 중에 나의 어록에 담을만한 두 가지 일이 있다. 사랑할 때와 일 할 때의 마음가짐이다. 목숨을 걸거니 미치거나.. 



무엇이든 적당히 하면 적당한 결과가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목숨을 걸만한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당신의 사랑을 위해 그러해야 할 것이며,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거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일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가 적용될 것이다. 내가 그랬다는 것이다. 적당히 사랑하면 적당한 시기에 그 사랑은 사그라들 것이며, 적당하게 즐기는 일 또한 그러할 것이다. 목숨을 걸거나 미치거나.. 



나는 취미로 즐긴 사진 때문에 나 스스로 미친 짓이라며 되뇌고 있는 것이다. 



조금 변명을 늘어놓으면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이끄는 힘 때문이다. 이날 아침 이른 새벽에 숙소를 떠난 것도 제정신이라고 보기 힘든 것도 그런 이유에 합당한 것이랄까.. 사람들이 신을 찾아 종교에 매달리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신의 미래 생을 보장할 생명보험이 필요한 것이다. 



보험회사에 매달 꼬박꼬박 불입하는 보험료처럼, 특정 종교에 등록한 후 통과의례를 거치며 장차 다가올 본향의 보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보장제도가 한 때는 그럴듯했지만 너무 똑똑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더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랄까.. 깨달음의 세계와 천국이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어느덧 비에드마 호수가 보이는 검독수리 전망대 아래까지 도착했다.


깨달음의 세계를 보니 인터넷 정보보다 덜 똑똑하고 천국이란 곳은 사이비교주의 정치집단처럼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이미 통과의례를 거쳐 특정 집단의 소속이 되었으므로 집단을 이탈하기도 쉽지 않다. 통과의례란 특정 집단 혹은 공간으로부터 분리가 되고 다시 전환 단계를 거쳐 하나로 뭉치는 병합 과정을 거친다. 



비근한 예로 성인식이 그렇고 대학교 새내기들의 신고식이 그런가 하면 특수 집단인 군대생활을 말할 것도 없다.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왕따가 되거나 고문관 등으로 낙인찍히며 불이익을 받는 것이랄까.. 인간사회는 이런 통과의례가 숱하다. 



그중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는 여행에서도 통과의례가 있다는 점 알아두면 재밌다. 나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시작할 무렵 통과의례를 겪었고 지금 다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통과의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한밤중에 생전 듣보잡의 검독수리 전망대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신비한 체험을 했으며 대자연의 신비에 깊이 빠져들곤 했다. 마치 다른 별에 다녀온 듯한 체험을 한 것이다. 그 과정 전부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기로 한다. 





서기 2021년 4월 25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시끌벅적했다. 오늘은 일요일과 겹친 이탈리아의 통일 기념일(Anniversario della liberazione d'Italia)이었다. 주지하다시피 470년에 이르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1400년 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서로 다른 민족들이 1860년에 통일 이탈리아를 세운 것이다. 



이들의 통일은 우리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언어(방언)도 다른 민족들이 그들만의 통과의례(?)를 거친 후 오늘에 이른 것이다. 오늘 그들의 기념일을 지켜보면서 든 소회는 한마디로 "이해가 잘 안 간다"는 것. 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념일이라 할지라도, 코로나 시대를 감안하면 조용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하루 종일 이곳 바를레타의 도심은 사람들의 외출로 시끄러웠다. 가족중심의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이다.  



오늘자(25일)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신규 확진자 수(13.158 명)와 사망자 수(217명)가 줄어들며 하향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한 추세이다. (I dati sul coronavirus in Italia di oggi, domenica 25 aprileNelle ultime 24 ore in Italia sono stati rilevati 13.158 casi positivi da coronavirus e 217 morti a causa della COVID-19.) 부활절 연휴기간에 조용했던 사람들이 그새 참지 못하고 대거 외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좀 부풀려 말하면 목숨을 건 미친 짓이 시도되고 있었던 것이다. 목숨을 걸거니 미친 짓은 나뿐만 아니었다. <계속>


PATAGONIA_Sentire la voce di suo padre sul monte Fitzroy
il 26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해넘이가 펼치는 마법의 향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