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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4. 2021

특집, 밀레니엄 그 첫걸음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하지 않는신비한 체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브런치를 열면 멘 먼저 보이는 표지 사진에는 두 사람의 여행자가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들은 남미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엘 찰텐(El Chaltén)을 향해 걷고 있다. 그리고 처음 등장하는 여행사진은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이며 저 멀리 바다 같은 호수가 보인다. 그곳은 장차 만나게 될 엘 찰텐에 인접한 비에드마 호수(Lago Viedma)이다. 이 길은 나의 브런치 매거진 (사람_다음 생(生)에도 당신을)에 이미 소개가 되었다. 


하니와 내게 엘 찰텐으로 가는 이 길은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매우 중요한 길이었다. 길 끄트머리에 엘 찰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는 그곳에서 명산 피츠로이(Fitz Roy)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잘 닦여진 길은 버스 앞 좌석에서 촬영되었으며 우리는 파타고니아 배낭여행 중에 거의 버스의 앞 좌석을 이용했다. 관련 매거진에 소개된 사람_다음 생(生)에도 당신을 중에 이렇게 썼다.



관련 브런치(사람_다음 생(生)에도 당신을) 중에서 


믿기시는가.. 프란체스코는 이를 자신이 지금 기도했으며 허물어져 가는 성당을 수리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이를 위해 부친의 가게로 가서 값비싼 옷감들을 가져다가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전한다. 그다음부터 그의 부친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별짓을 다했지만 그의 신심은 꺽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하늘나라에 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틀 전 마음에 와 닿은 느낌 하나 때문에 나의 신앙고백 겸 내 속에 남아있던 기억의 편린들을 브런치에 내려놓았다. 어떤 분들은 글 속의 표현들 때문에 발칙하거나 신심을 훼손하는 무례함이나 여러 신들의 모습들 때문에 속상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믿는 신은 그렇게 옹졸하지 않고 위대함 그 자체이자 장차 내가 돌아갈 본향의 한 모습이다. 신앙인들의 표현처럼 '온 곳이 있으면 가는 곳'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나 누린 복락을 미래의 생에 환생(還生 혹은 復活)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생(生)에도 당신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 당신은 다름 아닌 엘 찰텐으로 가는 버스에 함께 탄 사람이자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돌로미티까지 동행한 여자 사람 하니이다. 그녀는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한국에서 이제자 저제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되돌아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그런 그녀에게 내 마음대로 "우리가 다음 생에 태어나면 나와 다시 만날 거지..?"라고 말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ㅋ 상상만으로 즐거워진다.) 한 침대를 오랫동안 공유해 온 사람들일지라도 이런 질문에는 여러 답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응, 그래 다시 만나게 돼도.. 우리 사랑 변치 말자"라고 할 것이며, 반대의 경우는 숱하다. 어떤 여자 사람은 "흥, 개뿔! 지긋지긋해.." 이상으로.. 차마 더 끼적거릴 수 없는 이혼사유까지 들추게 될지도 모르겠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제발 겉으로 발설하면 안 됨 ㅜ)




특집, 밀레니엄 그 첫걸음


파타고니아의 명소 엘 깔라파떼(El Calafate)에서 루따 꾸아란따(National Route 40 (Argentina))를 따라 북상하다가 비에드마 호수 옆으로 꺽어지는 23번 국도 끄트머리에 엘 찰텐 마을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앞에서 본 길은 23번 국도 위에서 촬영된 여행 사진이다.



23번 국도 끄트머리에 도착하면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예사롭지 않은 봉우리들이 여행자를 맞이할 것이다. 뒤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들이 피츠로이(Monte Fitz Roy) 산군(山群)의 모습으로 해발 3,405미터의 암봉이다. 



이곳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의 국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땅으로 아르헨티나의 산타 크루즈 주 국립공원(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에 속한 곳이다. 또 칠레 쪽에는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국립공원(i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이 마주한 곳. 하니와 나는 두 번째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가 보기도 힘든 머나먼 땅을 다시 방문하게 된 이유는 명산 피츠로이 때문이었다. 오래전 남미 일주에서 만난 피츠로이는 우리의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여행지였는데 그땐 여유가 많지 않아 먼발치서만 암봉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방문한 엘 찰텐에서 회한을 모두 털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죽으면 이곳에 뼈를 묻어달라"며 유언 같은 말을 하곤 했다. 때 하나 묻지 않은 청정 지역에 당신의 육신을 묻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바람에는 나의 신비한 체험이 함께 했다. 나는 엘 찰텐 마을에서 멀지 않은 엘 미라도르 데 로스 꼰도레스(독수리 전망대, El Mirador De Los Condores)에서 어느 날 환청을 듣게 된 것이다. 



환청은 생생했다. 바로 곁에서 확성기로 방송을 하는 듯 생생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산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흐느낌이 묻어난 아버지의 생생한 목소리는 이랬다.


아들아.. 어서 오너라! 너무 보고 싶었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 해돋이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나는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 엘 찰텐의 숙소를 혼자 빠져나온 것이다. 하니는 대뜸 "미쳤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좀 더 잘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이렇듯 미친 짓을 한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피츠로이 암봉에 비친 해돋이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숙소에서 바라보이는 암봉은 꼭대기 부분이 전부였으므로 전체를 조망하려면 먼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따라서 어느 날 먼 발치에서 바라본 미라도르 데 로스 아귈라스(검독수리 전망대, mirador de los aguilas el chalten)까지 이동하면 피츠로이 암봉을 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이날은 하니를 숙소에 혼자 두고 나 혼자 어둠을 뚫고 검독수리 전망대로 행했다. 마치 영화를 촬영하는 듯 예사롭지 않은 날씨가 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 싶은 강한 유혹이 드는 새찬 바람이 깜깜한 밤중을 마구 뒤흔들었다. 마을에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바람에 흔들렸고 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전망대로 행하는 길가에는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쏜살같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니의 표정처럼 미친 짓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밀레니엄(Millennium)으로 접어든 브런치 글 발행 횟수 1000..!


서기 2021년 4월 23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는 것이다. 이 포스트는 장차 전개될 나의 신비한 체험의 프롤로그로 전체 여정 전부를 나의 브런치에 기록해 둘 것이다. 그동안 차일피일 공개를 미루어 오다가 여러분과 공유하게 된 것이다. 



때 마침 나의 브런치 글 발행이 세 자리에 머물다가 이 포스트를 시작으로 밀레니엄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밀레니엄은 1년부터 1000년까지 연도를 끊은 것을 말하지만,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네 자릿수를 채워 1000회의 발행을 기념하며 이렇게 부른 것이다. 그 첫걸음이 이 포스트인 것이며 나의 생애에 신비한 경험을 안겨준 엘 찰텐을 소환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된 소회처럼 신앙의 정체성이 오롯이 묻어있다. 1000회째 발행되는 포스트 부제를 <그 산에서 들은 아버지의 음성>이라 썼다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신비한 체험>이라고 고쳐 썼다. 나는 물론 바쁘게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싶은 것이다. 내가 본 세상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의 세계' 때문에 신심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시돋힌 나뭇가지에서 새까맣게 잘 익은 이 열매는 '깔라파떼(Calafate_Berberis microphyll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 살던 원주민 인디오들의 전설에 따르면 "이 열매를 따 먹으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파타고니아에 머무는 동안 이빨이 새까맣게 될 때까지 무시로 띠먹은 게 깔라파떼였다. 그런 후, 우리는 그 전설의 희생양(?)이 되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거기에 종교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 무엇을 더 깨달아야 하며 천국은 이승보다 더 나은 그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이 물음에 대해 나의 삶에 투영된 신앙심의 모습을 일지(日誌)처럼 나누어 기록하고 싶은 첫걸음이 막 시작된 것이다. 




예고편: 엘 찰텐의 숙소를 떠나온 후 검독수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을의 전경이다.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곳일까.. 저 멀리 별 한 조각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카메라를 쥔 손이 마구 흔들린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그 산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여행자의 천국 엘 찰텐에는 여행자를 위한 세가지 숙소가 있다. 호텔과 민박집과 텐트촌이다. 대체로 배낭여행자들은 텐트촌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정쩡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이곳에서는 아직 입주가 안 된 한 주택을 숙소로 사용한 행운을 거머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인류의 자화상


나의 이런 생각 등은 코로나 시대에 오롯이 발현되고 있다는 점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요즘 이 얄미운 미생물은 우리네 삶 깊숙이 다가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동안 신을 맹신해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한다면서, 당신의 자녀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방치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이런 현상을 전생에 지은 인류의 업보가 나타난 것인지 등 코로나는 종교의 통제 불능 지대에 멈추어 서 있는 것이다.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살펴보면 신규 확진자 수(14.761명)와 사망자 수( 342명)는 크게 변동이 없다. (Bollettino Covid Italia oggi 22 aprile: 16.232 nuovi casi e 360 morti.) 이탈리아는 물론 지구촌은 코로나의 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든 보험(?)이 한 순간에 배신을 한 것이다. 우리는 종교 앞에서 베신을 당한 것일까.. 두고 보자 얄미운 녀석..!!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0과 1의 조합.. 1000회째 포스트 발행 준비를 해 놓고 자축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다.(1001회째 공개 예정) 기막힌 0과 1의 조합이다. 브런치 발행 글이 9999회째가 아니라면.. 다시 10001회째가 도래하지 않는다면..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의미있는 수가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것이다. 내일은 내일.. 천년을 살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자축의 요리에  비노 비앙꼬를 곁들여 건배..브라보!! ^^


PATAGONIA_Sentire la voce di suo padre sul monte Fitzroy
il 23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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