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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7. 2021

내가 좋아한 행복한 부자의 마차

#10 남반구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피렌의 봄

행복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 속도..?!


연재 포스트(먼 나라 여행의 통과의례(通過儀禮)) 중에서


오르노삐렌 삼각주에 썰물 때가 되면 삼각주 위로 마차가 등장한다. 마차에는 부자(父子) 두 사람이 타고 있다. 처음에는 이들을 잘 몰랐지만 이곳에 머무는 동안 두 사람은 삼각주 한쪽 작은 오두막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홀아비와 아들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터전은 삼각주였는데 그들은 썰물 때 리오 네그로 강과 리오 블랑꼬 강에서 떠내려온 나무를 채집했다. 그 나무들을 오두막집으로 날라 땔감으로 만들어 마을에 내다 파는 것이다. 또 밀물 때가 되면 안데스 산기슭이나 강가에 나가 땔감을 구해오곤 했다. 



두 부자를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삼각주를 가로질러 하이킹을 떠나면서 친해진 것이다. 우리가 여러 번 삼각주를 다녔으므로 만날 때마다 인사를 건네며 가까워졌는데.. 아버지보다 아들내미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자료사진에 등장한 마차의 구조를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 말 한필이 끄는 마차의 구조는 자동차 바퀴에 판 스프링(충격 흡수용 지지대)을 올려놓고 그 위에 짐칸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채집한 목재들을 짐칸에 실어 운반하는 것이다. 마차의 바퀴와 판 스프링의 높이가 높은 이유는 썰물 때 강바닥에 드러난 굵은 돌 위로 잘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삼각주의 모래 개펄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강을 건널 때는 강바닥의 돌 때문에 큰 충격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리를 잡자마자 마부는 즉시 "이럇!" 하며 말을 재촉했다. 말은 힘이 얼마나 센지 아름드리 바위돌과 자갈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마차가 마구 흔들렸다. 마차 꼭대기 위의 엉거주춤한 자세가 허물러 뜨리기 직전으로 위험을 느꼈다. 샛강 폭은 10미터 남짓했지만 100미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위험을 느낀 것이다. 나는 그 짧은 시간에 "그만! 그만! 마차를 좀 세워주세요"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니가 그런 나를 '무슨 일인가' 하고 흘깃 살폈다. 마차는 강을 건너자마자 즉시 정지했다. 부자는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웃음 속에는 "마차를 처음 타는 겁쟁이 같다"는 생각이 그들의 표정에 묻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잠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운 것일까.. 



내가 마차 위에서 소리를 지르던 그 순간에 누군가 나의 허리를 잘라내는 듯한 혹은 척추 속으로 기다란 침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해 왔던 것이다. 강을 건너자마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차에서 내려 허리춤을 매만지며 "고맙다"라고 인사를 건넨 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희한한 일은 그다음이었다. 마차에 내리자마자 통증이 단박에 사라진 것이다. 



내가 좋아한 행복한 부자(父子)의 마차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풍경 중에 하나는 오르노삐렌 삼각주이다. 리오 네그로 강과 리오 블랑꼬 강 하류에 널따랗게 펼쳐진 삼각주는 썰물 때가 되면 조물주의 놀이터로 변한다. 광활한 삼각주에 연초록 수채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숙소에서 잠을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 종일 바닷가와 갯가를 서성거렸다. 우리는 마치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듯 생전 듣보잡 풍경이 펼쳐진 삼각주를 좋아한 것이다. 그런 한편 정중동의 삼각주 위에는 잊을만하면 작은 동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동선을 긋는 주인공은 말 한 필과 부자(父子)였다. 



앞서 언급한 바 그 부자는 이곳 삼각주에 떠내려 오거나 밀려든 땔감을 채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게 널따란 삼각주와 멀리 보이는 안데스 산자락에 쓰러진 나무들이었다. 우리는 볕 좋은 날 삼각주를 가로지르는 리오 네그로 강과 부자의 마차가 동선을 긋고 있는 삼각주 위로 나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 맨 먼저 만난 말 한 필.. 나중에 알고 보니 백마는 마차를 끄는 수컷의 배필이었다. 마차는 주로 수컷이 끌고 다녔는데 가끔씩 암컷과 교대를 하는 것이다. 그때 암컷을 삼각주에서 풀을 뜯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 삼각주 위로 펼쳐지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숙소를 떠나 어느덧 리오 네그로 강가로 나왔다. 리오 네그로(Rio negro)란 말은 스페인어로 '검은 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남미에는 이런 이름을 가진 강이 숱하다고 말한 적 있다. 검은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강물이 너무 맑아 강바닥을 훤히 비추면서 생긴 이름이다. 



이곳의 삼각주는 위 자료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크고 작은 돌들이 강바닥에 무수히 깔려있다. 까마득히 오래전 이 땅이 생길 때 만들어진 돌들이며 삼각주는 돌들과 모래와 약간의 개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강 하류는 썰물 때가 되면 강의 원형이 드러나고 밀물 때가 되면 물속에 잠기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리오 네그로의 본색은 이때 드러나며 안데스 산맥과 잘 어우러지는 한 폭의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오늘의 주인공 행복한 부자의 마차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먼발치에서 만났지만 이번에는 바로 코앞에서 두 사람을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건네며 반가워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네, 좋아요..!"


두 사람과 우리는 이렇게 알게 됐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우여곡절을 나중에 겪게 된 것이다. 이랬지..



자리를 잡자마자 마부는 즉시 "이럇!" 하며 말을 재촉했다. 말은 힘이 얼마나 센지 아름드리 바위돌과 자갈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마차가 마구 흔들렸다. 마차 꼭대기 위의 엉거주춤한 자세가 허물러 뜨리기 직전으로 위험을 느꼈다. 샛강 폭은 10미터 남짓했지만 100미터처럼 느껴질 정도로 위험을 느낀 것이다. 나는 그 짧은 시간에 "그만! 그만! 마차를 좀 세워주세요"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니가 그런 나를 '무슨 일인가' 하고 흘깃 살폈다. 마차는 강을 건너자마자 즉시 정지했다. 부자는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웃음 속에는 "마차를 처음 타는 겁쟁이 같다"는 생각이 그들의 표정에 묻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잠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운 것일까.. 



내가 마차 위에서 소리를 지르던 그 순간에 누군가 나의 허리를 잘라내는 듯한 혹은 척추 속으로 기다란 침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해 왔던 것이다. 강을 건너자마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차에서 내려 허리춤을 매만지며 "고맙다"라고 인사를 건넨 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희한한 일은 그다음이었다. 마차에 내리자마자 통증이 단박에 사라진 것이다. 



두 부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리오 네그로 강을 유유히 잘 건너 다니고 있었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제작된 마차의 쓸모는 이곳의 지형에 맞도록 설계된 것이지만 리로 블랑꼬 강바닥의 돌들은 보다 크고 마차에 보다 큰 충격이 온 것이다. 이렇듯 쉬지 않고 싸돌아 다녔으니 허리가 무사했을까.. 



하루 일과를 끝낸 부자와 말 두 필이 주인의 따뜻한 배려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대체로 동물들은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고 한다. 개도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도 심지어 식물들까지 주인의 습성을 닮는다는 것이다. 어떤 반려동물들은 얼마나 드센지 모른다. 주인의 성깔을 닮은 것이라는 것이다. 또 어떤 식물들은 꽃도 이파리도 싱싱하게 잘 자란다. 오며 가며 주인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두 부자의 모습을 볼 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되어서 그렇다"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코로나 19 같은 얄미운 녀석만 있는 게 아니라 행복이라는 이름을 지닌 바이러스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두 부자의 욕심 없는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에서 흔히 봐 왔던 사람들의 생활만족도와 질은 이들에 비하면 월등히 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행을 말하고 있다. 절망을 말하고 있다. 시시 때때로 당신의 삶을 타인과 비교해 보며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의 늪 속에 당신을 가두게 될까.. 



부자(父子)의 삶은 누가 봐도 부자(富者)가 될 개연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날 때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 것이다. 나는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부자이며 천국을 소유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서기 2021년 4월 26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그야말로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자화상이 검게 드리워진 한밤중이다. 이때쯤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물론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의 형편 등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오늘 자(26일)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8.444명)와 사망자 수(301명)는 최근 대비 가장 많이 떨어진 통계치를 기록하고 있다.(Covid Italia, bollettino oggi 26 aprile8.444 nuovi casi e 301 morti. Tasso di positività al 5,8%)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두 부자가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에 있다면, 지구촌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참 희한한 일이다. 이름은 같을지라도 행불행이 엇갈리니 밀이다. 우리가 좋아했던 행복한 부자의 마차가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린다.


La Primavera dell Hornopiren nella Patagonia settentrionale del CILE
il 27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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