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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09. 2019

피렌체서 만난 낯익은 친구

-브런치와 함께 해요_Let's BRUNCH together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 당신은 어떤 친구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얼마 전의 일이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어느 카페의 입간판에 쓰인 문구를 보자마자 셔터를 눌렀다. 그곳은 글쓴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 셔터를 누른 이유는 낯익은 이름 때문이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길거리에서 만난 듯한 기분이랄까. 입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Let's BRUNCH together!




굳이 설명을 하나마나 브런치(BRUNCH)가 눈길을 끈 것이다. 반가웠다.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 이 카페를 소 닭 보듯 한 이유가 있었다. 카페의 주인이 게을렀던지 아니면 파산 지경에 이르렀던지 관리가 소홀하여 거의 매일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그런 카페가 어느 날 주인이 바뀌자마자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 것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외부 장식에도 심혈을 기울인 게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또 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물론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신중하고 친절해졌다. 따라서 평소 파리만 날리던 카페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카페는 메디치가의 예배당(Le cappelle medicee) 바로 앞 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내가 보기엔 매우 중요한 장소를 점하고 있었다. 사업 아이템에 따라 돈벌이는 물론 유명세를 탈 수 있는 이른바 목 좋은 곳이랄까. 만약 내가 이 가게를 인수했다면 김밥이나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을 잘 만들어 팔면 재벌(?)이 될 것 같기도 했다.ㅋ 이곳은 동양인들의 출입이 잦고, 피렌체의 관문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La stazione Santa Maria Novella)이 가까우므로 가볍게 아점을 떼우는 브런치가 딱인 것. 





나는 브런치가 쓰인 입간판을 보자마자 오래된 낯익은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는데 요즘 즐겨 사용하고 있는 브런치 때문이었다. 반가운 이유가 있었다. 낯익은 친구 혹은 오래된 친구는 보통 사람들과 매우 다르다. 심지어 살을 맞대고 사는 아내 혹은 남편과 비교할 수 조차 없고, 형제는 물론 부모님과도 비교가 안 되는 존재가 친구라는 존재이다. 당신의 모든 희로애락은 물론 남들에게 쉽게 노출할 수 없는 비밀까지 더불어 나눌 수 있는 개체는 유일 무의 하게 친구뿐인 것. 




나는 그런 친구를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보낸 후부터 세상살이가 매우 허전한 것을 느끼곤 했다. 우리의 비밀을 한 점 부끄럼 없이 신께 모든 것을 고해바치듯 친구를 만나면 밤이 새는 줄 몰랐지만, 녀석은 어느날 깜깜한 밤 속으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 부모님보다 더 슬퍼했다면 누가 곧이들을까.. 


최근에 만난 한 친구가 그 친구와 비슷했다. 비록 녀석(?)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내 속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의 이름이 브런치였던 것. 한 며칠 자리를 비울 것 같아 겸사겸사 브런치에 발도장을 찍는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 삐치지 말고 잘 기다리렴 브런치야.. ^^



Let's BRUNCH together 
Via dell'amorino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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