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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0. 2019

망중한에 불어온 신비로운 돌풍

-아드리아 해서 떠올린 오디세이아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어드 오디세이아는 사실을 기록한 것일까..?


참 희한한 일이었다. 대략 열흘 전 나는 이탈리아의 남부 풀리아 주(Regione Puglia)의 한 아름다운 도시 바를레타(Barletta)에 머물고 있었다. 바를레타는 아드리아 해(Il mare Adriatico) 연안에 위치한 곳으로 이탈리아 지도를 장화에 비교하면 구두 뒤꿈치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인구는 대략 10만 명이 살고 있는 항구도시로 기원전에 이미 항구가 건설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세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지리적.전략적 요충지였다. 현지에서 찾아본 바를레타의 역사에 따르면 선사시대 때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으며 기원 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민족들의 침입이 잦았던 곳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나는 순수 미술을 전공한 이탈리아의 한 아티스트와 함께 그의 고향인 바를레타를 방문했다. 바를레타의 첫인상은 나를 즈음이 놀라게 했다. 구글맵으로 사전 답사를 해 본 바를레타는 규모가 매우 작은 어촌 정도로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 바를레타 기차역에서 짐을 내려놓고 역전을 둘러봤을 때만 해도 예측이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판단이 틀렸음을 알아챘다. 


그동안 주로 피렌체에 살고 있었으므로 눈높이는 주로 피렌체가 잣대가 된 게 오판의 이유였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를레타는 아드리아해에 숨겨진 보석과 다름없는 아름답고 귀한 역사를 지닌 도시였다. 바를레타를 이루고 있는 구시가지 전부는 이곳에서 가까운 트라니에서 공수해온 대리석과 돌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잘 다듬어 놓은 보석같이 보였다고나 할까.  


도시는 낮이고 밤이고 늘 반들거렸다. 또 비가 오시기라도 하면 도시 전체가 수정으로 변한 듯했다. 마치 마법의 도시를 연상케 할 만큼 흔히 볼 수 없는 도시의 풍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천에 널린 과일과 채소는 물론 싱싱한 생선과 고기는 물론 각종 포르맛지오 등 식품들은 바를레타 시민들을 살찌우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과일과 채소였는데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예컨대 출하가 한창일 때 피렌체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의 체리 1킬로그램 가격이 7~8유로였다면 현지 가격은 1~2유로에 불과했다. 굵직한 감자 1킬로그램 가격이 1유로라면 누가 믿겠는가. 


시민들은 친절하고 골목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발을 옮길 때마다 눈에 띄었다. 또 하늘빛은 너무 푸르러 눈이 부실 정도였으며 발코니에 널어둔 빨래들은 아드리아 해서 불어온 신선한 바람에 날리며 뽀송뽀송 말라가고 있었다. 밤이 되면 청년들이 오래된 도시의 카페에 몰려나와 사랑의 밀담을 나누고 있었으며 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중세의 향기가 폴폴 풍겼다. 


그리고 바닷가로 걸음을 옮기니 저 멀리 아드리아 해서 만프레도니아 만(golfo di Manfredonia)으로 바닷바람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넘실댓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풍경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바를레타 해변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됐다. 이름하여 망중한에 불어온 신비로운 돌풍이었다고나 할까. 생전 처음 겪는 돌풍을 피하지 않은 채 카메라에 담았다. 돌풍이 부는 순간 나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어드 오디세이아를 떠올렸다. 


희한한 일이었다. 오래전 초등학교(국민학교 4학년 무렵)에 심취(?)했던 그리스 희랍신화는 나를 먼 옛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보내곤 했는데, 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재구성해 놓은 듯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든 것. 그토록 오래된 기억들을 깨운 게 돌풍이었으며 이 같은 일은 몇 번 더 기적처럼 나를 기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혼돈하게 만드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 것이다. 그 현장은 이랬다.



  


조금 전까지 바닷가의 풍경은 매우 조용했다. 텅 빈 바닷가에 일광욕을 하는 사람은 단 두 사람. 한 남자 사람과 한 여자 사람. 그녀는 이방인이 보는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가리게로 두 군데만 가린 채 이내 드러누웠다. 구름이 끼었으나 볕은 따가웠고 바닷바람은 냉장고 문을 열어둔 했다.





망중한에 불어온 신비로운 돌풍 


 잠시 바닷가로 향했던 나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 오래된 종려나무 가로수 밑에서 몇 컷의 사진을 남겼다. 그 순간 종려나뭇닢이 바람에 흔들리는가 싶더니 나뭇잎의 떨림이 심상찮을 정도로 나부꼈다.(아래 동영상 참조) 그리고 조금 전까지 고요했던 바다가 넘실거리기 시작했고 세찬 돌풍이 아드리 해로부터 불어왔다.   


돌풍이 다가오기 전 바를레타  바닷가 풍경은 천의 얼굴을 한 이탈리아의 한 풍경이었다. 


세찬 돌풍이 바닷가 모래를 바를레타 시내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 보기 드문 풍경.. 위협적이었다. 



순식간에 바꾸어놓은 바닷가 풍경.. 바를레타에 인접한 바닷가 모래는 너무 가늘어 마치 흙처럼 부드러웠다. 따라서 바람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신을 못 차리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분 것이다.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글쓴이가 서 있는 바로 앞까지 다가온 한 시민은 겁에 질린 듯 바닷가로부터 이곳까지 전력 질주해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떠올렸던 것. 트로이 원정에 큰 공을 세운 오디세우스가 바다에서 표류를 하는 모습이 단박에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나는 지중해 혹은 이오니아 해 또는 아드리아해를 얕잡아 봐 이탈리아를 감싸고 있는 바다가 역동적일 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니 내가 알고 있던 얄팍한 지식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소설처럼(?) 느꼈던 대서사시의 한 장면이 사실처럼 느끼게 된 것이다. 아마도 호메로스는 당신이 살고 있었던 나라 혹은 바다의 성질을 훤히 다 꽤고 있어서 주인공들을 신화로 포장했을까.. 



10여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돌풍의 성격상 세찬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족: 여러 브런치 가족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우리네 삶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 잠시 잠깐 우리의 삶을 괴롭히는 일들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얼마나 우스운가. 나의 모든 기록이 여행인 것처럼 우리네 삶은 곧 여행이나 다름없다. 오늘 내가 기록하는 삶의 단편들이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보다 더 나았으면 나았지 못할게 어디 있겠는가. 호메로스는 24편을, 나는 어느덧 100편이 넘는 브런치를 끼적거리고 있다. 하하.. 잠시 바를레타로 여행을 떠난 뒤 이웃 브런치 작가님들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아울러 새로운 독자분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너무 고맙다. 바를레타에서 피렌체에 돌아온 후 잠시 몸을 추스른 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오래된 아름다운 도시를 다시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CIAO~ ^^ 



Vento a raffàche della Spiaggia Barletta
Viaggio dieci giorni 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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