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신비한 체험
바람과 코로나와 환청과 모세.. ?!!
관련 포스트(파타고니아의 색다른 해돋이) 중에서
아무튼 습기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눈과 비가 되는 등 자연현상을 머리(과학)로만 이해하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해지는지 모른다. 현대인이 사서 고생한 것이자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 등이 날려버린 '닫지 못한 판도라의 상자'라고나 할까.. 인간은 똑똑해지면 질수록 그에 비례해 더 큰 욕망에 사로잡히는 동물이라는 걸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됐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계산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루고 있는 공동체가 인간계라는 말이자, 그 누구든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한편, 이런 사회 공동체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종교인이며 신앙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쫓아 당신의 미래를 통째로 맡기는 것이다. 그 미래는 그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곳이며 그곳에서 돌아온 사람들도 없다. 육신을 입고 절대로.. 절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곳. 그곳을 기독교에서는 천국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해돋이가 시작되면 잠에서 깨어난 생명들이 일제히 평원 너머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계는 대략 이런 모습이다. 하루 종일 끼적거리거나 수다를 떨어도 다 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빼곡한 세상.. 나는 어느 날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인간계와 영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곳은 비에드마 호수가 바라보이는 검독수리 전망대에서 꽤 떨어진 산꼭대기며 겉으로 보기엔 구릉지대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영상, 엘 찰텐 숙소에서부터 검독수리 전망대 꼭대기까지
*자료 영상은 본 포스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아울러 포스트에 삽입된 자료사진들은 세찬 바람을 견디며 촬영되었으므로 화질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양해 바란다.
이른 새벽 깜깜한 어둠을 뚫고 마침내 나는 검독수리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작은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 서면 광활한 평원과 함께 비에드마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해돋이는 그곳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자 동쪽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서쪽으로 바라보면 기품 있는 피츠로이 암봉이 서 있는 것이다.
나는 검독수리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한 번은 동쪽으로 한 번은 서쪽을 번갈아 봤다. 변화무쌍한 해돋이 풍경과 먼발치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피츠로이의 표정을 차례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전망대 위 언덕을 마구 할켰다. 가끔씩 카메라와 내가 휘청거렸다.
서기 2021년 4월 27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기온은 섭씨 17도씨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마치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가벼운 외투 차림으로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끝물에 접어든 딸기를 구입할 작정으로 시장으로 향하는데 시장에서 가까운 아드리아 해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온몸의 세포들이 화들짝 깨어나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금년 들어 처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도시의 틈새를 바람들이 마구잡이로 싸돌아 다니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았을 때는 사우나탕에 들어선 것처럼 마스크가 불편했는데 모처럼 바람이 좋아진 것이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어 바람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바람의 종류를 돌아봤을 때 공기의 흐름이란 게 여간 까다롭지 않고 생김새(?)도 다르다. 바람은 일반적으로 공간적 규모, 속도, 원인, 발생지역, 영향 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힘들게 하는 태풍(Typhoon)이 있다.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발달한 열대 저기압(Mature Tropical Cyclone)의 한 종류로,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17.2 m/s 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는 기상 현상이다.
또 북대서양을 휩쓰는 허리케인(Hurricane)도 있다. 허리케인은 폭풍의 신, 강대한 바람이란 뜻을 가진 '우라칸(huracan)'이란 말에서 유래됐다. 우리말로 '싹쓸바람'이라고 한다. 싹쓸이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바람이다. 그리고 호주 지역에서 부는 윌리윌리(willy-willy), 인도양 등에서 생기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이 있다.
이름은 서로 달라도 그 뜻은 하나같이 두려움과 공포를 담고 있다. 태풍의 경우 그리스 신화의 괴물 티폰(Tifone)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구촌을 뒤흔드는 대표적인 바람의 얼굴은 말 그대로 괴물이다.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적으로 착한 바람이 있다.
숙소가 위치한 엘 찰텐 마을의 불빛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하시라.
착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러하다.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셈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싹쓸바람이 그것이다. 실바람이 실버들 가지를 가볍게 흔들리게 하는 정도라면, 싹쓸바람은 앞서 열거한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이다. 그리고 우리말로된 바람의 종류를 살펴보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바람, 강쇠바람, 높세바람, 높하늬바람, 갈마바람, 가수알바람, 마칼바람, 뒷바람, 덴바람, 댑바람, 골짜기바람, 산바람, 갈바람, 가을바람, 맞바람, 맞은바람, 건들마, 선들바람, 소슬바람, 서늘바람, 서릿바람, 겨울바람, 밤바람, 옆바람, 비바람, 눈바람, 철바람, 늦바람, 흙바람, 손돌바람, 솔솔바람, 소소리바람, 회오리바람, 돌개바람, 용오름, 칼바람, 살바람, 골바람, 들바람, 범바람, 물바람, 윗바람, 갯바람, 뱃바람, 황소바람, 박초바람, 헛바람, 왜바람, 꽃바람, 색바람, 솔바람, 재넘이, 명지바람, 뒤울이, 훤풍, 훈풍..
바람의 종류를 살펴보면 각자의 표정이 묻어있다. 헛바람이란 쓸데없아 부는 바람을 말하고, 골짜기 바람은 낮은 산골짜기로부터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말한다. 또 황소바람은 좁은 문틈이나 구멍으로 들어오는 몹시 세고 찬바람을 일컫는다. 이렇게 바람의 종류를 살펴본 것도 코로나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가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이지 않았다면 바람의 종류가 관심이나 있었겠는가..
지구촌을 힘들게 하는 코로나 19도 알고 보면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의 이동 경로도 그렇고 우리가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도 그러하며,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도 진공상태라면 모를까. 모두 공기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태양이 사라지지 않고 지구의 자전이 멈추지 않는 한 바람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보이지도 않는 바람의 얼굴 또는 표정을 길게 끼적거린 이유는 다름 아니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 어느 날 바람을 타고 내게 찾아온 신의 음성을 회상하고 있는 것이다. 세찬 바람이 불고 있는 검독수리 전망대 꼭대기에서 아버지의 음성을 듣게 된 것이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또렷하게 들은 음성.. 사람들은 그 소리를 환청(幻聽)이라 부른다. 정신의학에서는 조현병 등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있지도 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을 가리킨다고 하며, 환각(幻覺)의 일종이라고 한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 후유증이라는 등 환청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또라이'란 말인가. 예컨대 다수 사람들이 겪지 않는 현상을 특정인이 겪으면 이상해 보이는 것이랄까.. 만약 내가 겪은 환청이 정신적 이상자 혹은 환각작용이라면 나의 브런치에 끼적거린 1천여 편의 글은 정신이상을 겪고 있는 어느 작가가 끼적거린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훗..!! ^^)
기독교인들이 아니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모세(Mosè)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할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Libro dell'Esodo, 이집트 탈출기)부터 신명기(Deuteronomio, 申命記)에 나오는 예언자(預言者)이며,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이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바하이 신앙의 위대한 예언자 중 하나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의 출생은 기적이 함께 했다.
애굽(이집트)의 총리였던 요셉을 모르는 바로(Faraone, 파라오)가 즉위하자, 바로는 당시 고센(Goshen) 땅에서만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엄청난 인구가 왕권을 위태하게 할까 두려워 이스라엘 백생들을 혹독하게 부렸다. 그들은 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일과 밭일 등 온갖 고된 일을 시키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혔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의 인구가 줄어들지 않자 정말 '또라이 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히브리의 산파들에게 "히브리 여인이 해산하는 것을 도와줄 때에, 사타구니를 보고 아들이거든 죽여버리고 딸이거든 살려두어라."라고 명한 것이다. 그러나 산파들은 바로의 명령을 거역하고 있었다. 이때 태어난 사람이 모세였다. 그는 어머니와 누나 미리암의 손에서 숨겨져 자랐다.
하지만 더 숨길 수 없는 때가 다가오자 갈대상자를 얻어 역청과 나무진을 바르고(방수), 그 속에 모세를 뉘어 강가 갈대숲 속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파라오의 딸이 강에 목욕하러 왔다가 상자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공주는 아기를 보자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갔다. 몰래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누나 미리암은 공주에게 제안하여 히브리인이었던 모세의 어미가 유모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희한한 운명이 시작됐다. 공주는 모세를 양자로 삼았고 '강에서 건진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가 모세였다.
바람과 코로나와 환청과 모세.. 오래전에 통독했던 성경 중에 유독 구약을 좋아했다. 특히 천지창조를 그린 창세기 편은 상상력을 무한 극대화시켰다. 현대의 문명사회에서 바라보는 눈높이는 외눈박이나 다름없다. 세상 모든 일을 과학의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에 과학적이지 않으면 오류로 인정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는 것이랄까..
강에서 건진 아이 모세는 동족인 이스라엘 민족이 심한 노역을 당하는 모습을 보자 울컥~ 감독을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집트와 가나안의 중간 지대인 미디안 광야(Midian, 이스라엘 동남쪽 아라비아 반도 지방)로 피신하며 망명자가 되었다. 이때 모세의 나이는 40세였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은 40년간 사막을 여행을 하게 됐다. 이때 그 유명한 <모세의 십계명>을 야훼(Geova, Yahweh)로부터 받은 것이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십계명((十誡命, Dieci comandamenti)을 내린 산은 시내산(Har Karkom, Monte Sinai (Bibbia))이다. 야훼라는 이름은 유대교의 유일 신이며, 오늘날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모세는 시내산에서 어떻게 십계명을 받았을까..
성경을 읽다 보면 이런 의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체험한 환청에 모세의 이야기까지 소환한 것이다. 이 세상에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奇蹟) 정도로 부르고 그냥 잊고 지나쳐 버린다. 코로나 시대에 사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얕잡아 봤다가 시쳇말로 '된통' 당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는 미생물로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풍향계나 사물의 움직임으로 세기를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환청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내가 체험한 환청의 신비로운 현장을 다음 편에 공개한다.
PATAGONIA_Sentire la voce di suo padre sul monte Fitzroy
il 27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