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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4. 2021

병아리 떼 뼝뼝뼝

-닭봉 간장조림으로 만든 매우 간단한 요리사의 밥상

병아리는 뿅뿅뿅.. 다 큰 녀석은 뼝뼝뼝..?!!



닭봉 좋아하시나요?.. 샛노랗고 앙증맞은 꽃들이 병아리를 연상케 한다. 브런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샛노란 꽃의 정체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제철 채소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로 끝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에는 어느덧 햇과일이 출하되고 있는 것이다. 채소 출하가 한창일 때 자주 먹은 이 채소의 꽃대를 잘라, 큼직한 페트병에 담아두었더니 여전히 꽃을 피우는 것이다. 

희한한 일이었다. 집 앞 현관에 놓아둔 녀석을 오며 가며 쓰담쓰담 사랑의 손길로 보살폈더니 뿌리까지 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것이다. 맨날 자기만 봐 달라나 뭐라나.. 먼저 피었던 꽃들은 씨방을 내놓고 어느덧 동면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녀석들도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녀석들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이렇게 말한다. 쓰다듬어 달라는 말이다.


"(와글와글) ㅋ안넝하떼요. 아더찌..히힛 ^^ "



치메 디 라파가 현관문 오른쪽에 있다면 멘따(Menta piperita)는 왼쪽에 있다. 좌 멘따 우 치메 디 라파인 것. 작은 화분에 담긴 녀석을 가까운 과일가게에서 구입한 지 꽤 오래됐다. 새파란 잎을 내놓던 녀석의 이파리를 한잎 두잎 뜯어 요리에 넣어먹던 시간이 3달은 되었을까. 집으로 데려온 이 아이는 그 즉시 분갈이를 통해 드넓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무럭무럭 잘 자랐다. 처음 한 뼘에 불과하던 녀석의 키가 허리춤까지 자라난 것이다. 맨 처음 새파란 잎을 내놓았던 녀석들은 너무 자라 옆으로 커가며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리고 새순을 내놓은 녀석들이 허리춤까지 자란 것이다. 나는 그동안 녀석들 모두를 쓰다듬고 품어주거나 손으로 훑어 녀석들의 부름에 대답한 것이다. 이틀 전에 사진을 찍을 때도 난리가 아니었다. 한 녀석만 사랑하면 곁에 있던 녀석들이 당장 이렇게 말한다.


"(와글와글) ㅋ안넝하떼요. 아더찌..더도요 더도요(저도요 저도요) 히힛 ^^ "




병아리 떼 뼝뼝뼝



병아리는 뿅뿅뿅.. 다 큰 녀석은 뼝뼝뼝..! 치메 디 라파와 멘따의 역할이 다가왔다. 며칠 전 마트에서 구입한 닭봉 한 팩을 먹어치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냉장고 속에서 올리브유와 후추 로즈마리노에 절여(마리네이드, Marinatura) 놓았던 닭봉 요리에 첨가할 것이다. 멘따 잎은 풍미를 더 높여줄 것이고 치메 디 라파의 앙증맞은 노란 꽃은 장식과 함께 구미를 돋우워 줄 것. 오늘 리체타는 초간단 요리로 닭봉 간장조림으로 만든 매우 간단한 요리사의 밥상이라 이름 붙였다. 가끔씩 식탁에 올리는 맛있는 음식이다.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뿅뿅뿅 봄나들이 갑니다"


난리법석을 떨던 봄날이 저만치 가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어느덧 중순에 이르렀다. 코로나 19 때문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봄날을 추억하며 요리를 시작한 것이다. 닭봉을 요리할 때 잠시 언급한 절임 과정을 생략해도 무방하다. 리체타 속에는 닭의 잡내를 잡아주는 두 가지 양념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비노 비앙꼬와 조미간장이 그것이다. 이날 내가 사용한 비노 비앙꼬는 닭과 돼지 요리에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조미간장만 있으면 그 어떤 요리도 따로 양념을 첨가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매우 중요하다. 만약 조선간장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면 적당량의 설탕을 가미하여 맛을 중화시키면 되겠다. 아무튼 병아리 날개보다 하늘만큼 땅만큼 더 큰 녀석을 요리해 본다. 병아리는 뿅뿅뿅.. 다 큰 녀석은 뼝뼝뼝..!!



눈으로 먹는 병아리 떼 뼝뼝뼝




그냥 프라이팬이라도 좋고 두껍고 오목한 냄비라도 무방하다. 다만 불 조절이 관건이다. 나는 이렇게 만들었다.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다음 닭봉을 가지런 하게 배치하고 중불 이하 약불로 낮추어 굽기 시작한다. 이때 닭봉을 돌려가며 잘 굽는다. 이렇게 천천히 굽는 동안 닭봉에 포함된 기름기가 모두 바깥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한편, 닭봉의 겉껍질 부분이 익어가면 닭봉을 모두 다른 그릇에 건져 담는다. 


그리고 팬을 키친타월(Rotolo da cucina)로 깨끗이 닦아 낸다. 아직 닭봉 속은 덜 익은 상태이다. 그다음 뜨겁게 달구어진 팬 위에 닭봉 전부를 올려놓고 비노 비앙꼬를 흩뿌리는 즉시(나는 반 컵을 사용했다) 뚜껑을 덮는다.(치익~ 바글바글) 이 상태에서 1분 정도의 시간만 경과하면 닯봉의 잡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다음 뚜껑을 열고 준비해둔 조미간장(나는 세 큰 술을 사용, 식미에 따라 조절하시라.)을 골고루 잘 뿌려준다. 그다음 약불로 낮춘 후 10분 이상 고루 잘 조려주면 끝! 



이렇게 완성된 닭봉 간장조림으로 만든 매우 간단한 요리사의 밥상은 우리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과 꼴라보를 이루며 주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닭봉 요리를 접시에 담아낼 때 닭봉의 부족한 식감을 위해 호두를 잔뜩 다져 올렸다. 가뜩에나 고소한 닭봉이 호두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날갯짓을 하는 것이다. 


"병아리는 뿅뿅뿅.. 다 큰 녀석은 뼝뼝뼝..!"


Piatto da cuoco molto semplice a base di coscia di pollo
il 14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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