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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9. 2021

버찌로 염장지르기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

우리는 언제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것 같다. 흥부와 놀부는 못된 넘과 착한 사람의 대명사일 정도로 어떤 사람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재밌는 이야기이다. 우리 속 사람은 흥부와 놀부가 동시에 살고 있는 것이다. 놀부는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흥부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내쫓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못된 짓까지 일삼게 된다. 요즘 세상에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그랬다면 소송은 당연하고 칼부림이 날지도 모를 흉흉한 세상이다. 이런 풍경을 흥보가(동편제) 중모리에 실려있다. 이렇게..



나가란 말을 듣더니마는 "아이고, 여보 형님 동생을 나가라고 허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까? 이 엄동설한풍의 어느 곳으로 가면 살듯허오 지리산으로 가오리까 백이숙제 주려죽던 수양산으로 가오리까" "이놈 내가 너를 갈 곳까지 일러주랴 ? 잔소리 말고 나가거라!" 흥보가 기가 맥혀 안으로 들어가며 "아이고 여보 마누라! 형님이 나가라고 허니 어느 영이라 거역허며 어느 말씀이라고 안가겄소,자식들을 챙겨보오" "큰 자식아 어디갔나 둘째 놈아 이리 오너라" 이삿짐을 챙겨지고 놀보앞으가 늘어서서 "형님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옵시오" "오냐 잘가거라!" 흥보신세 볼작시면 울며불며 나가면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신세는 왜 이런고 부모님이 살어계실 적으난 니것 내것이 다툼없이 평생의 호의호식 먹고 입고 쓰고 남고 쓰고 먹고도 입고 남어 세상 분별을 내가 모르더니마는 흥보놈의 신세가 일조에 이리 될 줄을 귀신인들 알것느냐. 여보게 마누라 어느 곳으로 갈까" 아서라 산중으로 살자 전라도난 지리산 경상도로난 태백산 산중으가 살자허니 백물이 없어서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으로 가자 일월산 이강경이 삼포주 사백성이 도방으가 살자허니 비린내 찌우어 살 수 없고 아서라 서울가서 살자 서울가서 사자허니 경우를 모르니 따구만 맞고 충청도가 사자허니 양반들이 억시어서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면 살 듯 허오.


판소리 흥부가에 나타난 흥부의 모습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가슴 아픈 일이다.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가 있나 싶은 것 이상으로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공평하여 흥부와 놀부뎐은 반전의 묘미가 있다. 어느 날 제비가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처지에 이르자 제비를 도와주는데.. 제비집에서 떨어진 제비를 구해주자 이듬해에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가 박 씨를 물어주었다. 그 박 씨가 자라 박이 주렁주렁.. 가을걷이가 끝나고 쓱싹쓱싹 박을 켜니 그 속에 금은보화가 가득한 것이다.(얼쑤~!!) 



이 소문을 들은 놀부, 자초지종을 듣고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강남을호 보낸다. 그다음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쫄딱 망한 놀부 형아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며 형을 뉘우치게 하고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 그럴 리가 없지만 흥부가 놀부의 심보에 맞섰다면 어떻게 될까.. 뒷짐을 떡 하니 쥐고 건들대면서 그동안 못 살 게군 놀부를 향해 깐족깐족하면 놀부는 속으로 "욘석이 나를 염장 지르네"하고 찌질 댈 것이다. 

염장이란 생선이나 고기 등을 소금으로 절이는 행위를 말한다. 적당한 염도를 가미하여 풍미를 좋게 하거나 숙성시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탈리아 혹은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방법이며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쁘로슈또와 꿀라뗄로는 물론 살라메와 라르도 등에 적당한 염도를 맞춘 염장을 한다. 기가막힌 맛을 낸다. 한 번 맛 들이면 죽을 때까지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한 술 더 뜬다. 동물성을 주로 염장하는 유럽과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에서는 식물을 염장시켜 세계인을 놀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이다. 유럽인들이 동물성 발효음식에 열광하다가 한국이 내놓은 전통 음식 김치를 맛보는 순간 놀부 신세가 되는 것이랄까.. 



코로나 시대에도 흥부와 놀부는 존재한다.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4천 명대까지 떨어졌다. 거기에 비해 인도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이틀 전의 신규 확진자 수가 27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때 한국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 앞에서 코로나 운운하며 찌질 대면 인도인들에게 말 그대로 염장을 지르는 행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상대의 형편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사람들 때문에 염장당하는 사람이 많은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강남에서 떵떵 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 앞에서 푸념을 늘어놓는다면 그것 또한 염장 지르는 일이다. 염장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슬픔 이상의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성냥팔이 소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할까..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는 그런 형편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숱하다. 말과 행동을 이웃의 형편에 맞추어 아껴야 하는 것이다.





서기 2021년 5월 18일 오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이날 아침 나는 장바구니(수레)를 들고 반바지 차림으로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들른 것이다. 나의 브런치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나는 지난주에 재래시장에 들러 햇과일이 나온 장면(새콤달콤한 내 사랑)을 브런치에 실었다. 딸기는 물론 복숭아와 살구 버찌가 출하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관련 포스트에 가격을 첨부했다. 



그때 칠리에지아(버찌, Ciliegia)를 소개하며 1킬로그램에 3.5유로라고 썼다. 그리고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이 떨어질 테고 그때 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 아침이 그때였다. 본문에 삽입된 버찌의 자료사진은 오늘 아침에 구입한 버찌를 연출한 사진들이다. 가격에 놀라지 마시라. 1킬로 그렘에 1유로에서 1,5유로 가격이 형성되었는데 중품 2킬로그램을 2유로에 구입했다. 1킬로그램에 1유로.. 흥부보다 더 착한 가격에 구매한 것이다. 흥부가 기가막혀! 흥부가 기가마켜어~~!! 시장에서 돌아온 후 기록을 남기고 하루 종일 입안에서 씨앗을 발라냈다. 


영상, BARLETTA, MERCATO DI SAN NICOLA_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




한국에서 버찌(체리)는 90% 이상이 수입산이라고 한다. 주로 미국에서 수입되는 버찌의 가격은 300그램당 1만 원이 넘었다. 가락시장에서 1 그램당 37원 이상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개비 하나를 그을 때마다 새로운 꿈을 꾸듯이 버찌 한 알을 오물 거리며 씨를 발라낼 때마다. 대한민국 혹은 해외에 사시는 우리 국민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히히.. 이건 염장 아니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버찌 가격은 1킬로그램에 1유로라고요. 당분간은 거의 매일 나의 입안에서 버찌 씨앗이 발라질 거 같다. 1킬로그램에 1유로.. 새콤달콤..!! 씩~^^


Barletta tradizionale vista del mercato_Mercato di San Nicola
La Mattina del 19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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