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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1. 2021

한국인을 위한 김치 스파게티

-오이김치와 삼겹살 곁들인 비빔 스파게티

스파게티.. 알고 보면 만들기 쉽고 너무 맛있다!!


사흘 전의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을 다녀왔다. 이날 장바구니(손수레)에는 딸기 2킬로그램(3유로), 살구 2킬로그램(3유로), 오이 3킬로그램(4.5유로), 삼겹살 1킬로그램(7유로)을 담았다. 도합 8킬로그램이므로 묵직하다. 딸기는 끝물일 텐데 상품이었다. 햇살구도 빛깔이 좋아졌다. 이날 장바구니에 든 비용은 17.5유로였다. 우리 돈으로 대략 2만 3천 원에 해당하는 매우 착한 가격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즉시 오이김치를 담을 준비에 들어갔다. 그때 남겨둔 기록이 집 앞 현관에서 연출한 사진 몇 장이다. 잘생긴 오이들 중에 몇 개는 못생긴 오이들이었다. 시장에서 확인을 했지만 차마 바꾸어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가격도 싼 데다 가게 주인이 미안해할 것 같아서 그냥 주는 대로 받아왔다. 



그리고 녀석들을 펼쳐 놓으니 그곳에 샴쌍둥이 오이도 있었다. 그리고 두루뭉술 못 생긴 녀석들.. 하지만 오동통한 녀석들을 보니 귀여운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한국에 가 있는 하니가 이런 풍경을 보면 기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당장 다른 걸로 바꾸어 주세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여성들은 이렇게 꼼꼼하다. 다른 데는 몰라도 장바구니에 관한 한 양보하는 법이 없다. 그녀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를 중얼거리며 웃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 만약 하니가 한국에 가 있지 않고 이곳에 있었다면 내가 할 일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그중 취사에 관한 한 그녀가 나설 것이며 나는 그녀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고 있을 것이다. 요리사가 입을 다물고 있어야 세상이 편한 것이자 좁쌀을 면하는 일이다. 이런 것도 남자 사람 1인이 살면서 깨닫는 생활의 지혜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왕이 되고 싶으면 여왕을 잘 섬겨야 하느니라..! ^^



한국인을 위한 김치 스파게티




아무튼 코로나 때문에 견우와 직녀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게 미래의 코로나 시대를 위한 것 같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하니가 김치를 만들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허드렛일뿐이었다. 멸치 삼단분리는 나의 전문 영역이었다. 도를 닦듯 한 보따리의 멸치를 삼단 분리하고 나면 여왕께서 씩~ 미소를 지으며 흡족해하는 것이다. 황송한 일이었지 히히.. 



아무튼 장에서 돌아와 오이를 다듬고 즉각 오이김치를 담갔다. 요즘 즐겨먹는 반찬이 오이김치인 것이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후에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다. 냉장고 가득한 식재료들이 나를 꼬드기는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되는 오이김치 스파게티를 눈여겨봐 두시면 식탁이 행복해질 것이며 당신의 얼굴에 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주로 잔치국수나 비빔국수 혹은 막국수를 찾던 당신은 이때부터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먼저 스파게티는 알 덴떼(Al dente)로 잘 삶는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스파게티를 구입할 때 포장지에 '몇 분 동안 삶으라'는 글자가 보일 것이다. 예컨대 8분이면 8분, 12분이면 12분 동안 삶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가면 한 가닥을 잘라 맛을 보면 스파게티 심 속에 하얀 점이 보일 것이다. 약간 덜 익은 상태이다. 그리고 맛을 봤을 때 고두밥처럼 느껴지면 제대로 삶은 것이다.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면 몇 분 더 삶아도 식감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어떤 파스타를 만드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통과~! 



잘 삶은 스파게티는 팬 위에 올리브유나 라르도(il Lardo)를 두르고 잘 볶아(Saltare) 준다. 그런 한편 다른 곳에서 동시에 굽기 시작한 삼겹살을 잘 익혀 적당한 크기로 썰어둔다. 그다음 오목한 볼에 스파게티를 담고 오이김치 한 국자를 넣고 잘 비볐다. 그다음 접시 위에 담고 삼겹살을 고루 올렸다. 양은 따지지 말자. 식 미 껏 마음껏 욕심껏..!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비빔국수를 연상하는 쫄깃한 식감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매콤한 맛이 더해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을 것이다. ^^



나는 여기에 큼직한 호두 알맹이 두 개를 잘게 다져 넣었다. 그리고 멘따로 장식을 하고 기록을 남긴 다음 접시 위에 뜯어 넣거나 다져 넣었다. 오이김치 스파게티가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 수 없이 많은 김치 종류 전부를 스파게티에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치와 스파게티와 만남..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의 식품이 꼴라보를 이루면 세계 최강으로 거듭날 것이다. 하니와 함께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면 선보이고 싶었던 요리 중의 하나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이렇게 말한다. 부온 아뻬띠또!(BUON APPETITO!!) 맛있게 드세요!  ^^


Spaghetti al ghimci di cetriolo con la pancetta_Mescolare tutti
il 21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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