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바닷가의 5월
해조류 무침 좋아하세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스러운 해조류 무침이 내 앞에 등장했다. 접시 위에 올려둔 해조류 종류는 세 가지로 파래와 청각과 우뭇가사리를 오이김치와 함께 무쳤다. 무침에는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가 풍미를 더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 바닷가 아드리아해가 내준 선물이었다. 그 현장을 공유하도록 한다. 동영상을 열어보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ANDIAMO..!!
영상, 바를레타 5월의 바닷가_Maggio al mare di Barletta in Puglia
서기 2021년 5월 22일 토요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시끌벅적했다. 주말을 처음 맞이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대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좋아지면서 방역당국의 통제가 완화되면서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참 재밌는 민족들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토요일 현재 신규 확진자 수는 4,717명이었으며, 사망자 수는 125명이었다. (Bollettino Coronavirus Italia, oggi 4.717 contagi su 286.603 tamponi e 125 morti per Covid: i dati di sabato 22 maggio) 만약 이 같은 통계수치가 대한민국이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단박에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카페는 물론 거리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거나 눈에 띄게 줄었다. 이곳 바를레타는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이지만 매우 활발한 도시로 100만 명이 훌쩍 넘는 도시를 연상케 한다. 한국의 종로나 명동 등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를 쏙 빼닮았다. 참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을 알게 된 때는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셔부터였다. 지명만 참조하면 어촌에 불과해 보일 테지만 매우 붐비는 것이다.
이날 아침 나는 바닷가로 운동 겸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는 엎어지면 코 닿는데 위치해 있고 천천히 걸어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집 앞 공원을 지나 바닷가로 나서자마자 하늘에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진다.
바다 빛깔이 참 좋은 주말, 나는 이곳에서 너무 낯익은 해조류를 만나 바닷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곳에는 겨우내 찜해두었던 파릇파릇한 파래들이 썰물을 따라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현장은 이런 모습이었다.
바를레타 5월의 바닷가 풍경
바를레타 내항을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자 몇몇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 모래밭에서 떼창을 부르던 풀꽃들은 모두 본향으로 돌아갔다. 곧 바캉스 시즌이 도래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아는 식물이 인간들에게 자리를 내준 모습이랄까..
바닷가에 나온 사람들 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배짱도 배짱도.. 나는 아직도 이런 이탈리아인들의 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온 가족이 한데 어울려 다니며 주말을 만끽하는 동안 가끔씩 구급차가 삐요삐요..
한 남자 사람이 방파제 위로 걸어가고 있다. 내가 이동하는 곳은 방파제 좌측의 바를레타 내항으로 썰물이 시작되면서 포세이돈이 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그 현장은 이런 모습이다.
아드리아해가 내어준 싱싱한 해조류
작은 물고기들이 파릇한 파래 곁에서 자유롭게 유영을 하는 곳. 이런 풍경들은 곧바로 나의 유년기를 소환한다. 이곳은 바닷가지만 집 뒤뜰 도랑가에 나서면 작은 피라미들이나 곤충들이 노닐 던 오래 전의 추억이 단박에 머리를 스치는 것이다. 도랑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속을 들여다보는 어린 녀석의 기억들이 바닷가에 소환되는 것이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
내 고향 부산.. 최소한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바다는 싱싱했다.
바다는 파릇파릇했다.
바다는 향기로웠다.
바다는 맛있었다.
바다는 나를 품어주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부산의 감만동이나 용당동 이기대 다대포 등지로 가면 남태평양 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곳에 용왕님의 궁전이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땐 해조류와 어패류 등이 바닷가에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나의 눈치를 살피며 돌 틈을 헤집고 다니던 게와 물살에 일렁거리던 말미잘과 새까만 홍합과 따개비 등등.. 짬만 나면 들렀던 바닷가 그리고 골짜기.. 나는 그 풍경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마음이 급했다. 바닷가에서 썰물로 얕아진 바다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꿈같은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지고 있었다. 수심은 무릎까지 찼으며 물결은 너무 착했다. 이때부터 연한 파래는 물론 청각과 우뭇가사리를 채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산물 천국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어쩌다 이런 향수에 젖는 것이다. 나는 녀석들을 잘 무쳐 요리로 내놓을 작정이었다.
새까만 홍합 새끼들이 바위 위에 빼곡하게 달라붙어있었다.
크기는 새끼손가락의 손톱만 한 앙증맞은 녀석들..
나는 이곳 방파제 아래 바닷가에서 싱싱한 청각을 발견하고 좋아라.. 채집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김장김치에 넣었던 추억의 해조류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땐 이런 해조류가 관심도 없을 때였다. 지천에 널린 해조류 늘 봐 왔던 생선은 어린 녀석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맑은 물과 물속에 사는 생물들이 궁금했다고나 할까..
해조류 가운데는 어린 우뭇가사리도 있었다. 제주 우도에서 만났던 정글 숲을 닮은 우뭇가사리와 비교도 안 됐지만 여린 순을 내놓은 녀석들은 분명 오도독 가리는 식감을 맛보게 할 것이었다.
이날 아침 챙긴 해조류는 세 종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찬물에 깨끗이 씻었다. 겉으로 깨끗해 보이던 녀석들은 희뿌옇고 혼탁한 물을 내놓았다. 그렇게 여러 번 잘 씻고 채에 받쳐 물을 모두 빼내었더니 훌륭한 무침 재료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즉시 요리에 들어갔다.
파래와 청각, 우뭇가사리로 만든 오이김치 무침
이름하여 파래와 청각, 우뭇가사리로 만든 오이김치 무침 요리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파래무침이나 청각 무침이나 우뭇가사리 묵을 연상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식재료인 것.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해조류로 향수를 달래주는 귀한 요리이다.
이날 요리에는 미리 담가 두었던 맛있는 오이김치에 발사믹 식초( 두 큰 술)와 올리브유(두 큰 술)와 비정제 설탕(Canna da zucchero) 한 큰 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깨소금을 흩뿌려 마무리했다.
그다음 한 움큼 집어 접시 위에 올리면 끝! 볼에 버물리다가 한 줌 집어 입에 넣으니 아드리아해가 통째로 입안에서 녹아난다. 멀리서 포세이돈이 씩 웃고 있다. 코로나 시대 집콕을 잘 참아낸 내게 당신이 내어준 5월의 기막힌 선물이다.
Maggio al mare di Barletta, in provincia di Puglia
il 23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