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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5. 2021

길 위에서 행복한 여행자

-여행자의 천국, 엘 찰텐에서 만난 여행자의 모습

언제쯤 다시 길 위로 나설 수 있을까..?!!



   이곳은 여행자의 천국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El Chaltén) 마을 입구이다. 이 마을에 발을 들여놓으면 맨 먼저 피츠로이 강(Rio Fitz Roy)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피츠로이 강의 발원지는 라구나 또레(Laguna Torre)로 피츠로이 산군에 위치해 있다. 그곳은 만년설이 뒤덮인 곳이자 빙하가 흐르고 있는 곳이다.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강이 피츠로이 강인 것이다. 맨 첫 장면 오른쪽에 자리 잡은 바위 덩어리 꼭대기는 엘 미라도르 데 로스 꼰도레스(독수리 전망대, El Mirador De Los Condores)이다. 



그곳에 서면 엘 찰텐 마을이 훤히 보이는 곳이다. 엘 찰텐 마을은 보통 깔라파떼(El Calafate)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면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40번 국도(Ruta Nacional 40)를 타고 북상하다가..라고 비에드마 호수(Lago Viedma)가 위치한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산타크루즈 주 23번 국도로 이어진다. 그 길 끄트머리에 엘 찰텐이 위치해 있고 다리를 건너면 마침내 여행자의 천국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 번 가기도 힘든 이곳을 하니와 나는 두 번씩이나 다녀온 행운을 누리게 된 것이다. 보통은 한 번 다녀온 여행지를 두 번째 방문하면 호기심이 사라지는 한편 심드렁해지기 마련이지만, 이곳 피츠로이 산군으로 둘러싸인 엘 찰텐은 달랐다. 언제 어느 때 다시 가더라도 여행자를 반기는 곳이다. 



배낭여행자의 천국이기도 한 이곳은 청춘들의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무대이기도 하고 안 청춘들에게는 무한한 눈요기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때 하나 묻지 않은 파타고니아의 신선한 공기와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지천에 널린 곳이기도 하다. 이른바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여행자의 성지인 것이다. 


피타고니아 여행 중 이곳에 머무는 동안 잠시 짬을 내어 마을 입구에 나가봤더니 그곳에는 여행을 마친 연인들이 배낭을 깔고 앉아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가난한 여행자들이 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타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참 자유로운 풍경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풍경은 남미 여행을 통해 흔히 봐 왔던 풍경이다. 그들은 여행을 하는 동안 세상만사를 잊고 지낼 것이다. 당신 속에 남아있는 그 어떤 회한의 찌꺼기 조차 모두 바람에 씻겼을 것이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나의 오래된 경험이었다. 



세상에 부대끼며 사는 동안 당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나, 신의 그림자에 안기는 순간부터 온 몸이 정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여행으로 피곤할 망정 표정은 맑고 향기로운 차(茶)를 닮았다. 그 누구도 그들이 행복을 가로막을 수 없는 것이랄까.. 




   서기 2021년 5월 24일 월요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시끌벅적했다.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진 것이다. 오늘 자 신규 확진자 수(2.490명)와 사망자 추이(110명)는 괄목할만했다.(Coronavirus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24 maggio: 2.490 nuovi casi e 110 decessi)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화되면서 사람들이 활발해진 모습인 것. 



그런 반면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에 위치한 라고 맛지오레(Lago Maggiore)에서는 케이블카(la Funivia)가 추락해 14명이 목숨을 잃고 어린이 한 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매우 이례적인 안타까운 사고였으며, 알삐(Le Alpi)에 산재한 케이블카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요구되는 끔찍한 사고였다.



뉴스, 라고 맛지오레 케이블카 사고 현장과 추락 원인 등

_Stresa Mottarone, la video ricostruzione dell’incidente: come è caduta la funivia




바람의 땅 엘 찰텐에서 만난 한 여행자. 우리가 묵던 숙소 근처의 풍경이다.


오늘 아침 바쁘게 움직였다. 여러 일정이 겹쳤다. 그 중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는 날이 도래했다. 이탈리아에 둥지를 튼 후 처음으로 자동차를 장만한 때가 돌아온 것이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의 전화 표정이 매우 밝았다. 아직 이탈리아로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는 듯 신나는 모습이 음성에 묻어났다. 그녀는 곧 재개될 그림 그리기 때문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자동차를 구입한 목적에 걸맞은 표정은 애써 감추고 있었다. 



아기다리고기다리.. 마침내 코로나 시대를 마감하는 밑그림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6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있을 것이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


Il viaggiatore è felice sulla strada_el chalten ARGENTINA
il 25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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