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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3. 2021

놀라운 포착, 신비로운 우리 행성

#2 아내와 함께한 오래된 여행 사진첩

하늘 위에서 만난 놀랍도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 행성..!!


아날로그 세대의 먼 나라 여행 준비 표정




   요즘은 상상할 수도 없는 풍경이 대략 20년 전쯤에 있었다. 방 안에 어지럽게 널린 잡동사니들은 남미 일주에 필요한 물품들이다. 60리터짜리 배낭이며 20리터 배낭과 보조 가방 등이 방안 가득 널려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여권과 비행기표 및 달러로 바꾼 현금과 여행지의 정보와 론니플래닛(Lonely Planet) 등등.. 여행 중에 혹시나 필요할지 모르는 물건들이 빼곡했다. 배낭을 챙기기 전에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서 혹시나 누락될지 모르는 품목을 마지막으로 챙기는 것이다. 


우유니 사막(Salar de Uyuni)에서..


요즘 같으면 휴대폰 하나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이런 준비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적지 않은 품목은 불필요했다. 하지만 준비를 해 놓고 사용하지 않는 건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과 많이도 다르다. 비록 짐 무게는 더했을 망정 여행길은 편했다고나 할까. 여행은 이렇듯 준비 과정이 가슴 설레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이렇게 남미 일주 여행에 나섰던 것이다.  


마츄 픽츄(Machu Picchu)에서..


이때 지참한 소니 구형 카메라의 용량은 매우 빈약했다. 전제 일정에 맞추어 하루에 25컷 정도로 나누어 찍어야 할 정도였다. 또 화질은 기대 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전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전체 용량은 체크해 보니 3.78기가바이트(GB)에 해당하는 용량이었다. 그나마 픽셀(pixel, 畵素)이 작으므로 많은 용량이었다.


뻬리또 모레노 빙하(Ghiacciaio Perito Moreno)에서..


여행을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행성이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워 항공촬영을 시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이게 뭥미?ㅜ) 용량이 오버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기록된 여행사진을 하나씩 지워가며 기록을 남겼다. 그때 남긴 기록들이 지금 보고 있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신비한 우리 행성의 모습이다. 먼 나라 여행을 무사히 끝마친 우리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랄까.. 전혀 뜻밖의 풍경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을 무사히 끝마친 내게 승무원이 준 선물




남미 일주에서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은 이과수 폭포(Cascate dell'Iguazú)였다. 그곳에서 상파울루 공항까지 이동한 다음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비행기에 몸을 싣자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엄습했다. 나는 승무원에게 위스키 한 잔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승무원이 작은 잔에 위스키(브랜드 생략) 한 잔을 따랐다. 나는 즉시 원샷을 했다. 속이 금방 짜르르 신호가 왔다. 술기운이 퍼지면서 금세 잠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웬걸..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후 승무원에게 한 잔 더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 승무원은 아예 병째로 건네며 씩~미소를 지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히힛.. ^^



그 즉시 두 컵 분량의 위스키를 마시고 곧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눈을 떠 보니 비행기는 미국 서부의 상공을 나르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곳에는 마치 외계의 별 위로 나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한 컷 지우고 한 컷 촬영하는 일이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있었다. 



차렷 자세로 긴 비행이 이어지는 동안 놀라운 장면 때문에 화들짝 깬 것이다. 우리 행성에 이런 풍경도 있었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것도 아닌데 나는 지구촌 촌놈이 되어 아이들처럼 창밖을 내려다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승객 다수는 고개를 떨구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 사이 한 여행자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하늘 아래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1년 5월 22일 토요일 오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사진첩을 열어 그때 남겨진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처음 공개하는 귀하고 해묵은 사진들.. !!



어쩌면 이 아름다운 풍경도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으면 사진첩 속에서 졸고 자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날마다 좋아지면서,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가 머지않아 이탈리아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 것이다. 그때 열어본 남미 일주 여행 사진첩 속에 우리의 모습이 오롯이 남아있는 것이다. 추억은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닌가..



그리고 그 가운데 놀라운 장면들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모습은 태양계의 우리 행성 지구가 아니라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안드로메다 너머의 어느 행성이었을까.. 




놀라운 포착, 신비로운 우리 행성


남미 일주 여행에서 만날 수 없었던 신비스러운 풍경들이.. 여행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늘 위에서 기적처럼 나타난 것이다. 정확히 이 협곡의 위치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그랜드케년(Parco nazionale del Grand Canyon) 계곡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곳이 어디였든지 우리 행성이 분명했다.



놀랍도록 신비로운 우리 행성..!!



용틀임.. 아무런 수식도 말도 필요 없는 신의 그림자가 아무도 몰래 땅 위에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감동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가 먼저 기록된 사진을 삭제하고 다시 하늘에서 땅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시속 800킬로미터가 넘는 비행기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곧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후 인천공항으로 날아갈 것이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하네다 공항에 착륙 준비 중이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며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날아갔다. 먼 나라 여행의 시작은 우주선에 탄 비행사처럼 왠지 모를 불안감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무사히 여행을 잘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자 마치 다른 별에 다녀온 것 같은 행복한 느낌이 든다. 그게 언제 적인가.. 



우리는 방안 가득 어지럽게 널린 여행 준비물이 있던 곳에 다시 짐을 풀었다.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듯 했다. 그리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맨 먼저 한 일이 쌀밥을 지어 김치와 밥을 먹은 것. 그땐 그게 웰케 땡겼는지. (그것도 야심한 한밤중에..ㅜ) 오랜만에 당시의 사진첩을 열어 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세상도 참 많이 변했다. 코로나 시대가 마무리되면 미운 오리새끼를 접고 고니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나르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Un vecchio album fotografico di viaggio con mia moglie
il 22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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