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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4. 2021

다시 돌아온 돌로미티 시간

#79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6월이 오시면 생각나는 곳..?!!



... 그래서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에는 예수의 십자가상과 작은 기도처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다. 당시 돌로미티에서 죽어간 영혼이 머물고 있는 곳. 그들도 눈을 감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갈 꿈을 꾸었을 것이며, 그곳에는 부모님과 아내는 물론 아이들이 무시로 눈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일이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당신에게 신께서 동행하면 매일 같이 기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의 그림자와 동행하게 될 것이다.



지난 여정 사진첩_영혼들의 쉼터에서 편 끄트머리에 위와 같이 썼다. 당일치기로 돌아본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람이 되어 이 산중 곳곳을 휘감으며 돌아보고 싶은 것. 돌아갈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서기 2021년 6월 3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활발하다.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날로 좋아지고 있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이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것이다. 오늘자 (Coronavirus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3 giugno: 1.968 nuovi casi e 59 decessi) 신규 확진자 수(1.968명)와 사망자 수(59명)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랄까.. 



테마가 있는 풍경




이곳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의 리푸지오 아우론조(Rifugio Auronzo) 쉼터에는 작은 기도처가 있다. 기도처의 쓸모에 대해서는 지난 여정에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돌로미티 국립공원에서 벌어진 전투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것이다. 



나는 돌로미티 여행 중에 만난 풀꽃들이나 에델바이스(Edelweiss, 서양 솜다리)를 보면서.. 그들의 영혼이 이 산중의 풀꽃들에 깃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중의 전투 중에 두고 온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을 떠올렸을 게 아닌가.. 그때 목숨을 잃은 젊은 병사들의 넋이 풀꽃에 깃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가는 길 양쪽에는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우리는 무심결에 이 길을 지나칠 것이다.



그러나 이 산중에서 태어나고 자란 풀꽃들은 사람들이 얼마나 반갑겠는가..



세상에는 거저 된 게 하나도 없다. 먼지 한 톨 바람 한 점 조차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은 하지 않아도..



풀꽃들과 교감을 하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런 현상을 신의 그림자라 표현하고 있다. 신께서 세상 만물에 아름다움으로 존재하는 것이랄까.. 기도처에 도착하니 여행자들이 기도처가 제공한 그늘 아래서 음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재밌는 모습이다. 아우론조 쉼터 근처에서 만난 절경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천하절경이 널린 아우론조 쉼터 근처의 꿈같은 풍경들








하니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만지작이고 있다. 사진을 많이 안 찍던 그녀가 돌로미티 여행 중에는 아이폰의 용량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말이 필요 없는 곳..


조물주는 천하절경을 이 산중에 감추어 두고.. 하필이면 젊은 병사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을까..


풀꽃들의 시한부 삶도 이 산중에서 이어지고 있다.


6월이 오시면 돌로미티는 가슴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음흉한 코로나 시대가 마무리되면 아무 때나 어느 곳이든 훨훨 날아가시기 바란다.


내가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에 가면 카메라에 꼭 담아 오고 싶었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꿈을 꾸고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면.. 더 좋은 선물을 준비하고 하늘이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그것이 신의 그림자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계절..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계절..


그 시간이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리푸지오 아우론조 산장 주변에는 절경들이 널려있는 곳이며, 돌로미티는 6월부터 풀꽃들을 내놓는다. 사람들을 맞이할 차비를 하는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 중에 중요한 부분이다. 돌로미티 여행은 6월부터 9월까지 대략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파인들은 겨울에도 스키를 타는 등 레저활동을 즐기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기간에 돌로미티를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사진첩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기록들이 기지개를 켠다. <계속>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il 03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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