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들짝 반한 그야말로 환상적인 일몰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지..!
한 주가 더 지난 일이다. 글쓴이는 대략 두 주 전에 이탈리아 남부 지방 뿔리아 주의 작은 항구 도시 바를레따(Barletta)에 머물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지만, 처음 이탈리아를 찾아본 분들을 위해 이탈리아를 설명하자면 우리에게 8도가 있듯이, 이탈리아에는 북부로부터 남부까지 20개 주가 있다. 북부 발레 다오스타 주로부터 남부 시칠리아 주까지 모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탈리아를 천의 얼굴로 만들고 있는 것. 토스카나 주의 주도 피렌체를 중심으로 북부 지방은 대체로 부유한 편이나 남부 지방은 북부 지방에 비해 소득이 적은 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소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지만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이었다.
위 자료사진은 불타는 일몰이 나타나기 전 한낮의 풍경이며 티브이 안테나가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지도를 펴 놓고 남부 지방을 살펴보면 이들이 살아온 지역은 통일 이탈리아 이전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지리적으로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북부의 농산물과 달리 남부는 1차 산업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가난한 삶이라고 해서 주눅이 들 정도의 삶을 사는 게 아니었다. 이들의 삶을 결정짓는 적은 수입이라 할지라도 매우 활기찬 모습으로 낙천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반면에 이탈리아의 다른 지방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음식문화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비만형이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당신의 욕구를 푸는 방법을 주로 먹는 것으로 풀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그런 반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이탈리아 전역으로 공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따가운 볕에 일교차가 큰 날씨 덕분에 뿔리아 주에서 생산되는 과일 대부분은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 올려지는 것.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올리브유는 단연 으뜸이다.
그 가운데 뿔리아 주 포도는 명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현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뿔리아 주에서 공급된 포도나무가 토스카나 주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까지 진출한 것으로 포도나무의 원산지가 뿔리아 주라는 것. 글쓴이가 피렌체에 사는 동안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사장에서 맛 본 과일들 다수는 뿔리아 주 혹은 남부 시칠리아 산이었다.
불타는 도시 바를레따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하면서 이같이 길게 서문을 끼적거린 이유는 다름 아니다. 대략 두 주 전에 열흘간 머물렀던 바를레타 사람들의 삶을 일면 소개해 드리는 한편 이들의 낙천적 성격을 보여드리고자 함이다.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한 예술가(Luigi Lanotte)의 가족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생면부지의 나를 그들의 집으로 기꺼이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가 하면, 내가 머물렀던 루이지의 스튜디오에까지 찾아와 파티를 열곤 했다. 비록 조촐하긴 했지만 외지인이 당신들이 사는 영역으로 들어오면 베푸는 의식처럼 매우 정성스럽고 정이 넘치는 분위기 연출됐다. 마치 가족 같은 분위기랄까.
그동안 정이 들대로 들어 피렌체로 돌아온 후 "이들의 환대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이름하여 불타는 도시 바를레타를 촬영한 이 날은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 아내가 줄곧 찾아 나선 한 예술가를 쫓아 바를레타로 가기로 결정한 후 바를레타에 우리가 살 집을 계약 한 날이었다. 바를레타 시내 중심의 오래된 역사적 장소에 집을 얻고 계약한 다음 기념으로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손님들이 오기 전 루이지의 스튜디오 옥상에 올라 일몰을 바라보니 마치 우리의 여행을 축복하는 하늘의 잔치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환상적인 일몰 앞에서 화들짝 반하여 셔터를 마구 눌러댓다. 그동안 루이지의 가족들은 옥상 위의 나를 바라보며 "뭐가 그리 놀라운 것인지" 하는 모습들. 그들은 이곳에서 불타는 일몰을 자주 목격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도 새로운 현상이었다. 일몰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지만 이토록 격렬한 일몰은 보지 못했다. 화들짝 반한 그야말로 환상적인 일몰이었다.
이날은 우리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아내와 나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바를레타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하늘은 우리의 동선을 따라 축포를 쏘아 올린 것.(흠..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인생을 일장춘몽에 비교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인생은 일장 여행인 것으로 무슨 일이든 저질러 보고 또 그 결과에 순응하는 것.
바를레타는 이탈리아 지도를 장화에 비교하면 장화 뒤꿈치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작은 도시 세 개 바를레타와 트라니 그리고 안드리아가 합쳐서 하나의 현을 이루고 있는 곳. 그중에서 바를레타가 단연 돋보인다. 열흘 동안 둘러본 이 도시는 그야말로 아드리아해가 품은 보석 같은 존재였다. 아직 사람들로부터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사람들은 휴양차 이곳으로 들리는 명소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도시 전체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을 뿐만 아니라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 (땅에 묻는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티브이 안테나까지 하늘 드높이 세워두는 것. 요즘 보기 드문 풍경 뒤로 불타는 일몰이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어리석은 바보가 되지 않으면 세상은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이날 불타는 도시 바를레타에서 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어쩌면 아내와 내가 이곳에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나 할까..
가난하면 어떠랴. 우리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더없이 순수하고 정직하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불타는 도시 바를레타에서 나를 환대해 준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 나누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왼쪽으로부터 루이지의 어머니 스텔라와 루이지, 루이지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루이지의 아버지 프랑코 라노떼(Franco Lanotte)..
루이지의 아버지 프랑코는 시종일관 내게 친절을 베푼 친형제 같은 분이셨다. 정말 고마웠던 분들이며 불타는 일몰과 함께 잊지 못할 하루였다. 아내와 함께 다시 뵐 때까지 늘 건강하시기 바란다.
Barletta in fiamme piu Forte PUGLIA
insieme la famiglia di Luigi Lanott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