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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6. 2019

난 너를 사랑해

-사랑의 이중 잣대  

누군가를 무엇을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


세월 참 빠르다. 어느덧 사흘의 시간이 휙 지났다. 사흘 전 나는 불볕더위 속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피렌체에 사는 동안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개구멍(?)을 알고 있다. 실상은 개구멍이 아니지만 처음 피렌체를 찾는 분들은 좁은 문으로 만들어진 개구멍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미켈란젤로 광장까지 이어지는 언덕길을 빙 둘러 간다.. 


석축 사이에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이끼 낀 돌 틈바구니 위로 멋들어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이비(L'edera comune)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 이곳은 일 지아르디노 델레 로제(Il giardino delle Rose_장미들의 정원))로 불리는 곳으로 피렌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이다.


장미정원의 성격상 장미꽃이 한창일 때는 장미로 뒤덮인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지금처럼 더위가 이어지면 장미공원의 장미들은 빛을 잃고 만다. 


그 대신 이곳에서 잘 다듬어 놓은 여러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장미공원에서 바라보는 피렌체의 전경은 매우 색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글쓴이가 미켈란젤로 광장을 찾을 때면 어김없이 개구멍을 통과하여 피렌체를 바라보는 것. 장미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세 곳에 있는데 연꽃을 심어놓아 동양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곤 한다. 


사흘 전, 그중 한 곳을 들여다보니 연꽃이 꽃봉오리를 내놓고 개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연닢들은 어느새 빛을 잃고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 한 해가 뜨거운 햇살 아래서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는 모습이 연못 위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흔치 않은 자연의 재미있는 현상 하나를 목격하고 셔터를 눌렀다.





작은 연못에 피어난 연꽃이나 연닢은 한국에서 흔히 만났던 풍경이다. 연꽃은 흙탕물 혹은 구정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존재로, 인간 세상에서는 귀한 존재를 일컫는 상징과도 같다. 그런 까닭으로 연꽃과 함께 연닢은 글쓴이가 좋아하는 사진의 소재이기도 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에 촬영된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만난 연꽃의 낙화 장면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꽃봉오리를 내놓은 녀석들을 보면 신비로울 정도 이상으로 사랑스럽다. 마치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한 사람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 우리는 사는 동안 한 번쯤은 사랑에 눈이 멀어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할 텐데, 작은 연못에 피어난 연꽃이 잠시 잊고 살던 우리들 만의 사랑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사랑하는 것까지 좋지만 사랑의 정도가 지나쳐서 사랑의 대상이 전부 먹는 것으로 이어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겠는가. 



나는 영심이를 사랑한다. 춘자를 사랑한다. 또 고기를 사랑한다. 생선을 사랑한다. 야채를 사랑한다. 과일을 사랑한다. 밥을 사랑한다. 피자를 사랑한다. 치맥을 사랑한다. 비스테카를 사랑한다. (구체적으로) 소고기를, 오리고기를, 참치를, 통닭을, 생선회를, 골뱅이를, 소주를, 맥주를 위스키를, 막걸리를, 곱창을, 빈대떡을, 삼겹살을 기타 등등등.. 사랑하면 다 먹어 치워야 성이차는 것일까. 작은 연못 위에 드러난 재미있는 풍경 하나 때문에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본 것이다. 그는 누가 보는 둥 마는 둥 입가에 침을 잴잴 흘려가며 연꽃을 탐하고 있었다. 




난 너를 사랑해..!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들은 좁은 개구멍을 통과해야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후다닥 다 먹어치워야 직성이 풀릴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누군가에게 잡아 먹히는 일은 엄청나게 사랑받은 결과이기 때문에 행복한 일일까.. ^^


Giardino delle Rose FIRENZE
24 Luglio 2019 Visto Una Fonta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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