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에 실려온 여왕님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by 내가 꿈꾸는 그곳

아기다리고기다리..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틀 전 아드리아해는 잠잠했다. 마치 호수로 변한듯한 바다.. 이날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믐달이 가느다랗게 보일락 말락.. 해돋이에 금방이라도 지워질 듯 애처롭게 걸려있었다. 확인되시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크게 볼까..



그믐달은 초승달과 달리 아랫부분이 하얗게 보인다. 북반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남반구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초등학교 때 이미 학습한 내용이지만 새까맣게 잊고 살 것이다. 달이 밥을 먹여줘 아님 돈을 벌어줘 그곳도 아님 명예를 가져다줘.. 그런데 우리 선조님들은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 팔월 한가위가 되면 두둥실 하늘 높이 떠오르는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하기 전의 풍습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지구와 달과 태양.. 태양계의 운행을 알기 전에는 신비롭기 짝이 없는 게 옥토끼가 살고 있는 달님이었다. 정월 초하루에 떠오르는 해님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원시 신앙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리고 그 자리를 현대의 종교가 자리 잡고 있다. 원시 신앙과 현대 신앙.. 해님과 달님과 나 혹은 우리.. 매일 아침 바닷가로 운동을 나가면 해님과 달님과 나를 사유하게 된다.



영상, BARLETTA, La luna scura_그믐달에 실려온 여왕님





그믐달에 실려온 여왕님


요즘 이틀이 멀다 하고 거의 매일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통화를 하게 됐다. 2차 백신 접종이 끝나면 보따리 싸서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문제가 있었다. 한국에서 이탈리아에 직항이 없었으므로 제3 국으로 경유하는 노선을 택해야 했다. 서서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달님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제3 국으로 경유하는 노선을 타지 말아야 했다. 혹시라도 변이 비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녀의 체질은 면역력에 약했으므로 가능한 한 안전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이곳 바를레타에서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 장장 1500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장정을 왕복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왕복 3000킬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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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봐도 끔찍한 여정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코스로 여왕님을 모시러 가야 하나.. 이른 이침 오전 4시 30분 집을 나서면서부터 궁리에 궁리를 하는 것이다. 별로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걸 해님이나 달님에게 물어볼 일도 아니고 기도할 일도 아니라 생각하지만 자꾸만 켕기는 것이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주로 안전하게 이탈리아로 무사귀환을 하는 것. 하루라도 빨리 한국-이탈리아 직항이 연결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하늘님이시여.. 하늘님이시여..!!



이미 해돋이가 시작된 아드리아해는 호수처럼 조용하다 못해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아침운동이 끝나는 반환점 가까운 곳.. 이른 새벽 트랙터가 모래밭을 잘 다듬어 놓았다. 바퀴 자국이 예술이다. 바다는 여전히 조용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그리고 반환점에 도착하여 인증숏을 날린다.



이곳은 그녀가 한국에 가기 전에 함께 자주 들렀던 곳이다. 이곳부터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해변이 시작되고 수평성 너머로 거뭇하게 보이는 곳은 이탈리아의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내가 이곳에서 아드리아해 너머를 보는 곳은 그녀가 있는 대한민국이다. 뱅기로 대략 12시간이 소요되는 거리.. 한국에서 시작된 해돋이가 아드리아해에 얼굴을 내밀 때 쯤이면 시차가 대략 8시간 걸린다. 한국에서 떠오른 해님이 8시간 만에 이탈리아 반도에 발그래한 빛을 비추는 것이다. 그 빛에 실려온 기분 좋은 메시지..



오늘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전화기가 삐리리리맄.. 여왕님으로부터 기분 좋은 전갈이 도착했다. 여왕님의 메시지는 간결했지만 감동적이었다. 나는 당신을 맞이할 의전 준비를 할 생각에 꿈이 부푼 것이다. 제3 국 경유가 아니라 한국-프랑크푸르트 공항-로마 공항으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왕복 3000킬로미터를 운전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그녀는 A항공사의 특별 서비스를 받으며 로마 공항( Aeroporto di Roma-Fiumicino)에 도착할 예정인 것이다. 당초 8월 초로 일정을 잡았지만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이곳 바르레타에서 로마 공항까지 거리는 383,9 km로 대략 4시간 14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간과 맞먹는 것으로 3000킬로미터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내일 아침 다시 바닷가로 나가면 해님과 달님에게 그 까닭을 물어봐야겠다. 그믐달이 간당간당하던 찰나.. 그녀로부터 메시지를 실어 보낸 것이다. 해님과 달님은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요. 씩~^^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La luna scura
il 08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