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저만치 바닷가에 닮고 싶은 풍경 하나.. 우리 손 잡고 걸어요..!!
서기 2021년 7월 11일,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처음 맞이하는 발행 글 1111회.. 이름하여 빼빼로 발행 포스트이다. 죽기 전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는 숫자이다. 자축하며(토닥토닥..) 포스트를 이어간다.
이날 아침 산책로 곁에서 만난 풍경들도 조금은 달랐다. 저만치 바닷가에 닮고 싶은 풍경 하나를 만난 날이다. 두 사람은 노부부로 해변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보기 드문 풍경 인적이 드문 바닷가.. 참 다정다감해 보였다. 닮고 싶은 풍경 속에서 곧 재회하게 될 하니를 떠올린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면 손 잡고 산책로를 걸어볼까..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길의 끄트머리가 저만치 보인다. 종려나무 가로수길은 대략 2,5킬로미터로 바를레타의 바닷가에 길게 이어지고 있다. 저곳을 통과하면 다시 바를레타 사구가 길게 이어진다. 사구 또한 대략 2, 5킬로미터에 이른다. 그래서 반환점에 다다르면 5킬로미터를 걷게 되고 왕복하여 집으로 돌아오면 10킬로미터 이상을 걷게 되는 것이다.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서면 대략 오전 7시 전후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걷는 거리가 그러하고 시간이 그러하다. 그동안 짬짬이 아드리아해의 해돋이와 조우하게 된다.
이날 아침에는 해무 조차 엷어서 해돋이 풍경은 다른 때와 조금은 달랐다. 다른 때와 달리 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해돋이가 발그레하게 묻어났다. 아직 해돋이 시간이 남아있어서 바쁜 걸음으로 더 걷다가 사구의 한쪽에서 당신을 조우하게 됐다. 해님이 무슨 일로 훌쩍이다가 눈이 충혈된 것일까.. 이날 아침 해돋이는 유난히도 붉었다.
영상, L'ALBA SULL'ADRIATICO DEL 10 LUGLIO 2021_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흠.. 6분짜리 영상을 다 확인하신 분들은 복 받으신 분들이다. ^^
영상을 남기는 동안 나는 망부석이 된다. 이곳에서 만난 지인 라파엘레(Rafaele)가 아는 척 인사를 건네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해돋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돋이 시간에 맞추어 미리 영상을 남겨야 한다. 잠시 한눈을 팔면 당신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때가 몇 번있었다. 해무에 갇힌 해님이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것이다. 그게 다 뭐라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평생을 봐 온 해돋이와 해넘이..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아침 운동을 하면서 매일 만나게 된 해돋이 장면은 정말 중요했다.
숭고했다. 경이로웠다. 장엄했다. 신비로웠다. 깜찍했다. 아름다웠다. 어떤 때는 새악시 같았다. 어떤 때는 꽃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또 어떤 때는 슬퍼 보이기도 했고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했다.
표정이 하루도 같은 법이 없었다. 그 표정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나의 표정도 그러했겠지..
해돋이가 시작되면 사유하는 시간도 멈추게 되고 호흡 또한 거의 멈추게 된다. 삼각대 없이 손에 든 카메라가 나지막이 술렁거리는 것이다. 해돋이는 그렇게 내 앞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재촉하는 것이다. 해님이 무슨 일로 훌쩍이다가 눈이 충혈된 것일까.. 이날 아침 해돋이는 유난히도 붉었다.
이른 아침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집을 나서서 망부석이 되는 시간은 고작 10분 내외가 전부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해님을 만나 영상에 담고 몇 장의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기록은 왜 중요한 것일까..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참 곤란할 것 같다. 밥은 왜 먹어.. 잠은 왜 자.. 일은 왜 해.. 소설은 무엇하러 써..(웃겨요. 욱겨..ㅋ) 기록은 존재감의 표현이다. 해님과 달님과 함께 이 땅에 사는 동안.. 호흡을 하고 있는 동안 나의 존재감이 기록에 묻어나는 것이다.
어느 날 돌아가신 지인의 페이스북을 방문했더니 당신은 여전히 생존해 있었다. 나와 나눈 대화가 오롯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육신은 사라졌으되 당신이 남긴 기록 때문에 묘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로병사를 말하고 있지만 달님과 해님의 표정은 변함없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내가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그런데.. 내가 말하는 '나'는 누구이며 실존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이내 사라지곤 한다. 그깟 철학이 무엇이며 미학이 또 무엇이더냐.. 사는 동안 살아있는 동안 악착같이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 사랑하고 살아도 모자랄 100년의 시간.. 해돋이를 만나게 되면서 100년은 찰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드리아해 수평선 너머에서 충혈된 눈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해님이 반환점에 다다르자 둥실 떠 올랐다.
반환점에는 어떤 연인들이 놀다간 흔적이 남았다. 그들은 그믐날 이곳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사랑할 때는 눈에 뵈는 게 없는 법이다. 오죽하면 "영혼은 사랑을 포기하는 것 대신 사랑을 결심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언을 남겼을까..
반환점에 다다르면 이른 아침에도 자동차를 몰고 온 청춘들이 서로 끌어안고 있는 풍경이 목격된다. 그들 에게 해돋이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나 또한 그랬지.. 그랬었지.
그들이 바닷가에 남겨둔 음료수 컵의 빨대에 불을 붙였다. 사랑이 연소되는 기막힌 장면들이 컵 속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들이 누구라 할지라도 사랑의 에너지는 고갈되지 않는다. 고갈되는 법이 없다.
매일 아침 반환점에 다다르면 인증숏을 날린다. 그리고 그녀의 페북으로 전송을 한다.
그때가 한국의 오후 2시에서 3시 전후이며.. 샤워를 끝내고 나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했던 말 또 하고 다시 또 하고.. 술 취한 사람이 했던 말 또 하고 다시 또 하고.. 그래서 옆에 있던 사람이 "너 술 취했지?"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한다. 술 취한 사람은 당신이 술에 취했는지 모르는 것처럼 사랑에 취하거나 그리움에 길들여지면 했던 말 또 하고 다시 또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해님이 왼쪽에서 나를 바라본다. 선글라스를 내려쓰고 돌아가는 시간..
맨 처음에 만난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사구의 경계수 사이로 나타나는 실루엣은 재밌다. 한 남자 사람이 아침부터 바닷가에서 무엇을 하는지.. 이때 시각은 대략 오전 6시경이다. 나는 이곳에서 다시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장면을 바라봤다. 저만치 바닷가에 닮고 싶은 풍경 하나를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노부부로 해변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보기 드문 풍경 인적이 드문 바닷가.. 참 다정다감해 보였다. 그냥 함께 걸어도 아름다운 풍경인데.. 굳이 손을 잡고 걸어야 할까..
두 사람을 조명하고 있는 해님이 환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나의 존재감 사랑의 존재감 삶의 존재감 죽음 저편의 시간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을 놓지 말아야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탈리아행 일정을 준비해 둔 그녀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밝다. 여왕님이 돌아오시면 나도 따라 해 봐야겠다.
Una passeggiata mattutina di una coppia anziana_L'ALBA SULL'ADRIATICO
il 11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