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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3. 2021

광란의 도가니 속으로

-이탈리아 유럽컵 챔피언으로 등극하던 날 표정

이런 느낌 처음이야..!!


   서기 2021년 7월 11일 일요일 저녁 9시..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중심은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이날은 유럽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로 저녁 9시가 되면 이탈리아와 영국이 결승전을 치르는 날이자 9시가 되면 킥오프가 되는 시간이었다. 일찌감치 주변을 돌아보며 이탈리아인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은 매우 흥분된 표정이자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집 앞에 위치한 바를레타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 근처에 있는 리스또란떼를 둘러보다가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유럽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예약된 좌석이 있는 곳이고, 대략 200여 명의 사람들이 맥주를 앞에 놓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삼색기를 흔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동양인(한국인)은 나 하나밖에 없는 곳.. 아무튼 카메라만 들이대면 좋아 죽는 사람들.. ^^



킥오프가 시작되기 전 이탈리아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따라 불렀다. 이탈리아 국가는 전부 5절까지 있는데 행사에서는 주로 1절만 부른다. 그 장면과 경기 시작 전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 Espressione prima dell'inizio della partita_경기 시작 전 표정




1절: Fratelli d'Italia / l'Italia s'è desta / dell'elmo di Scipio / s'è cinta la testa / Dov'è la vittoria?! / Le porga la chioma / ché schiava di Roma / Iddio la creò 

이탈리아의 형제들이여, 이탈리아가 깨어났도다. 쉬삐오의 투구가 그녀의 머리에 씌워졌도다. 승리의 여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의 머리를 숙이라! 이는 신께서 그녀를 로마의 종으로 삼으셨나니!


후렴: (1절 가사 한번 더 반복 후) Stringiamci a coorte / siam pronti alla morte / siam pronti alla morte / l'Italia chiamò

모두 단결하라! 우린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 우린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 이탈리아가 불렀도다! 모두 단결하라! 우린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 우린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 이탈리아가 불렀도다!



이탈리아 국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애국가>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우리 민족은 차분하고 정적인 반면에 이탈리아인들의 애국가 가사를 살펴보면 사뭇 동적이고 공격적이다. 우리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고 부를 때 이탈리아인들은 "모두 단결하라! 우린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 우린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라고 부른다. 매사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민족들.. 


그러나 이탈리아 현지 혹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 사람들의 겉모습은 매우 착하고 온순하며 가정적이고 보수적이다. 양성평등 같은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가족 중심의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따로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한테 없는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눈치 보는 일이 많다면, 이들은 눈치 보는 일이 없거나 적고 매우 자유로운 성정을 타고난 사람들.. 세상 부러울게 없이 살아도 이것 만큼은 이탈리아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운명적으로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국가를 들을 때마다 슬픈 감정이 일게 하고, 이들의 국가 속에 담긴 내용들은 거침없다. 우리가 어두운 역사를 통해 구속을 말하는 동안 이들은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일제의 잔재인 정치검찰의 어두운 그림자에 갇혀있는 동안, 이들은 피비린내 나는 로마제국으로부터 멀어지며 자유를 향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영상, BARLETTA, ITALIA CAMPIONE D'EUROPA_광란의 도가니 속으로




나는 이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며 소리를 지르는 등 광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날 경기 조차 소설 같았다. 전반전 시작하자마자 1:0으로 뒤지던 이탈리아는 후반 전이 시작되자마자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고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비기자 승부차기의 피 말리는 시간이 찾아왔다. 승리의 여신은 이탈리아 편이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실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의 마지막 선수가 찬 공을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이탈리아는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든 것이다. 


나는 한국인.. 안 청춘인데도 불구하고 그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 속으로 빠져들었다. 곁에 있던 녀석들이 흥분하여 나를 끌어안는가 하면 번쩍 들기도 했다. 코로나 따위는 까마득히 잊고 있는 사람들.. 대한민국에 이런 축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는 동안 자꾸만 내 조국 생각이 간절했다. 아.. 대한민국!!


Veduta di un giorno in cui l'Italia era campione d'Europa
Domenica 12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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