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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6. 2021

현찰이 좋아

-여왕님의 생신 날 아드리아해 해돋이

아드리아해의 해돋이와 현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브런치를 열자마자 맨 먼저 보이는 풍경은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모습이다. 서기 2021년 7월 15일 아침 오전 05시 35분에 뷰파인더에 담긴 해돋이.. 이날은 특별한 날이다. 여왕님의 생신을 맞이한 날.. 이른 새벽 집을 나선 직후 바를레타 시내를 관통하면서 혼자 씩 웃었다. 



도시는 가로등 불빛으로 군데군데 노랗게 물들었고 길냥이들이 어슬렁 거린다. 도시 한쪽 모퉁이에서는 청춘들이 힘이 남아돌았는지 밤을 지새우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참 좋은 때이다. 저맘때는 밤새 마시고 떠들고 놀아도 피곤한 줄 모르니 말이다. 거기에 비할 것도 없지만 안 청춘 1인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100년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나 같은 품새지만, 솔직히 80년을 살아도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하루 10킬로미터 이상 걸으면 그게 보약이 안 될 리가 있을까..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고 말한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명예를 잃으면 좀 더 잃는 것이고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돈과 명예에 연연한다. 한 때는 나 또한 그런 줄 알았다. 죽자 사자 일에 매달리거나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어느 날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이날 아침 혼자 씩 웃은 건 다름 아니다. 돈에 관한 재밌는 일화 때문이었다. 딴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는 명절이 되면 귀성객들이 난리가 아니다. 텅 비었던 고속도로가 꽉 막혀 정체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고향집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이다. 당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 땅.. 



영상,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여왕님의 생신 날 해돋이




1년에 한두 번 명절이 되어야 찾아뵙는 어른들.. 그분들도 사정이 딱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일하느라 죽도록 고생한 새끼들이 먼 길을 마다하고 고향집에 도착하면.. 큰 절하고 술 한잔 나눠 마시고 맛난 음식을 돌려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짧은 시간의 만남 이후 다시 먼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의 마음은 오죽하실까.. 



객지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매일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어머니의 마음은 안절부절.. 나의 경우 어머니를 뵙고 돌아서는 날이면, 어머니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사립문 밖에 서 계셨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이제.. 그럴 일도 없어졌다. 할머니 아부지 어머니 모두 하늘에 계시기 때문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한 때 명절만 되면 재밌는 카피가 등장하곤 했다.


"얘야 그 먼길 힘들게 다니지 말고 걍 현찰로 부쳐..!! "



이런 카피 때문에 한 때는 빵 터지고 말았지만 곰곰이 되새겨 보면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잠시 잠깐 만나기 위해 먼길을 다니느니.. 이때 발생하는 비용을 현찰로 바꾸어 송금하면 얼마나 편리할까.. 마는 시대가 만든 해프닝이 그냥 웃어 넘기기엔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인간미가 사라진 것 같은 메마른 느낌이 묻어나는 것이다. 현찰..



아침 운동을 나서면 해돋이 시간을 미리 챙기고 떠난다. 그리고 해돋이가 시작될 즈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해돋이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전체 운동 시간 중에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며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휴식시간이자 해돋이 풍경을 담는 시간인 것이다. 이날 해돋이가 시작되기 전 나는 혼자 씩 웃었다고 했다.



이틀 전, 하니는 딸내미를 만나는 자리에서 금일봉을 선물로 받았다. 오만 원권이 봉투에 두툼하게 담겨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그녀의 음성은 기분이 찢어질 대로 찢어져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밥도 못 먹고사는 입장도 아닌데 딸내미는 여왕님의 생신날 "맛있는 거 사 드세요"라며 현찰을 건넨 것이다. 



나는 그녀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으며 킥킥거렸다. 어쩌면 여왕님은 생신날을 맞이하여 수금을 하러 갔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만나는 만남.. 습관처럼 여왕님의 품새가 성냥팔이 소녀를 닮은 것이다. 수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로부터 은근히 가대하는 눈치..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것도 현찰.. 현찰은 좋은 것이여..!!



여왕님의 생신날 해돋이는 아름다웠다. 신비로웠다. 현찰이 필요 없는 신의 그림자..



그 앞에서 여왕님의 건강을 해님께 빌었다. 현찰보다 여왕님의 칭호 보다 다 귀한 당신의 건강..



귀가 간지러우신지 해님이 잠시 구름 뒤로 숨었다.



여왕님이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시면 그때.. 현찰 좀 나누자고 그럴까.. 히히 ^^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Regina di fiammiferi
il 15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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