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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2. 2021

그님이 오시면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그녀도 나를 보고 싶어 할까..?!!



서기 2021년 7월 21일 오전 5시경에 산책로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풍경이다. 해돋이 시간이 조금씩 늦추어지면서 새벽이 더디게 깨어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실루엣이 펼쳐지고 있는 바닷가..



불과 얼마 전까지 해도 이곳에 도착하면 보다 밝은 빛을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에 밤은 여전히 졸고 계신다. 저 바다 건너 이역만리에서는 한낮이다. 그곳에 하니가 이제나 저제나 시간을 계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상 다시 시간이 늦추어지면서 그녀가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시간은 8월 중순으로 불가피하게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아기다리고기다리.. 이번 주말이면 견우와 직녀의 만남이 있을 듯했다. 마냥 참고 기다렸다. 그런데 사정상 시간이 늦추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틀 전에는 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 보고 싶지 않지..?!!"



전화기 너머에서 가소롭다는 듯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피~ ^^"



한 때 많이도 들었던 우리 가곡..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취일까 흐르는 물소리 님의 노래인가 내 맘은 외로워 한없이 떠돌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만 차오네..



요즘 이곳의 아침 날씨는 에어컨을 틀어놓은 듯 시원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더위에 지쳐있고 기다림에 지쳐있는 표정이다. 파도가 일렁이면 당신의 발자취처럼 느껴진다. 마음의 소리.. 



나는 이날 아침 거의 매일 비슷한 장소에서 만나는 지인 라파엘레로부터 안부를 듣게 됐다.


"부인은 언제 오시나요? 지난번에 7월 22일이 되면 오신다고 헸는데.."



그는 매일 아침 만날 때마다 안부를 묻곤 하는데 그 가운데 그녀의 소식이 끼어든 것이다. 참 고마운 사람.. 당신의 연세는 81세이며 여전히 정정한 모습으로 하루 10킬로미터를 걷는다.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며 "기억력도 좋으시군"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해돋이 시간이 늦어지면서 아드리아해도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반환점에서 바라본 도시는 여전히 가로등 불빛이 반짝거린다. 저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도 기다림을 배울까.. 



영상,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그님이 오시면




그님이 오시면.. 어느 날 나와 함께 바닷가를 걷게 된다면.. 빠르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생각은 한 곳에 빠져있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에서 발그레 꽃단장한 해님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내 가슴에 안긴 해님..




해님처럼.. 매일 그님이 다가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밤새 아드리아해도 그리움을 한 움큼씩 바닷가에 퍼 날라놓았다.



해돋이를 만나고 돌아서다가 바닷가에 심어둔 말뚝과 낚싯대에 해님을 걸어두었다.



하나는 막대사탕처럼.. 또 하나는 꼬치처럼.. 



그님이 오시면.. 이제 꼭 붙들어 놓아야겠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Quando viene Lei
il 21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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