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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3. 2021

더 차갑고 더 뜨겁게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우리는 어떤 삶을 꿈꾸고 살아가는 것일까..?!!



   서기 2021년 7월 22일 오전 04시 30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집을 나섰다. 매일 아침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해돋이.. 이날 해돋이 시간은 05시 41분이었다. 하루에 1분씩 늦추어지므로 내일 해돋이는 05시 42분이다. 집을 나서면 대리석으로 만든 구도시는 여전히 졸고 있다. 



새벽 공기는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때가 낀 듯 생활쓰레기 냄새가 묻어난다. 이런 냄새는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로 나설 때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산책로에 들어서면 대략 2.5킬로미터까지 종려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이어진다. 도시는 여전히 잠들어 있고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아무도 없는 산책로..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삶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 조차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지면 얼마나 삭막할까.. 마치 딴 별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어떤 때는 어둠 속에서 혼자 걸을 때 영혼과 육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세상 사람들은 죽음 이전에 영혼을 생각하게 되고 그 영혼이 천국이나 극락 등으로 가게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어 보니 세상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아드리아해 해돋이를 보면서 자주 사유하는 삶에 대한 것들.. 



우리 행성이 포함된 태양계의 크기를 계수한다는 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천국과 지옥을 말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우주에는 태양계와 같은 무리가 천억 개도 더 넘는다고 하므로,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를 계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서양에서는 별자리를 통해 당신이 태어난 날을 정하고 멀고 먼 별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것도 본향을 그리워하는 것이라나 뭐라나.. 나도 그렇게 주로 끼적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 갈릴레오(Galileo Galilei)를 시작으로 천문학자들은 하늘에서 운행 중인 별을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 대담한 모험을 강행했다. 허블 망원경을 만들고 우주선을 쏘아 올려 외계의 생명체를 찾아보거나 우주의 별들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외계의 생명체를 찾는데 실패하고 있다. 설령 어떤 생명체를 찾는다 할지라도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매일 아침 만나는 해돋이만 해도 우리 행성과 거리는 까마득함 이상으로 우리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수이다. 수평선 너머에서 해돋이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내게 전해져 오는 붉은빛은 태양으로부터 8분 17초 전에 출발한 빛의 알갱이들이다. 그 빛이 뷰파인더에 포착되는 것이다. 



그동안 해돋이를 영상에 담으면서 타임라인에서 만난 해돋이의 속도는, 최초 얼굴을 내밀 때부터 발그레한 해님이 수평선 너머로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분이 조금 넘을락 말락..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태양의 주위를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다 학습한 내용이지만 요즘 내가 만나는 해님은 달랐다. 당신의 규칙적인 운행을 통해서 내게 전해지는 영감은 특별한 것이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태양계를 벗어날 수 없는 몸을 가진 생명체이다. 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물질인 영혼은 어떠한 존재일까.. 그게 요즘 바닷가에서 일어나는 사유이다. 나는 발칙하게도 천문학자들도 해내지 못한 외계의 생명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곳을 관리하는 신이 존재해야 존재의 의미가 맞아떨어진다고나 할까..




영상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더 차갑고 더 뜨겁게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에서만 천지창조가 이루어졌다면 조물주는 특정 장소에 머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태양계 내에서만 생로병사의 순환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찌감치 깨달은 인간들은 별의 별짓을 다하며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못된 짓을 서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서기 2021년 7월 22일 오전 05시 41분 해돋이가 시작됐다.








그들은 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천국이나 지옥을 믿지 않는 사람들.. 인류문화사에는 그런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대한민국에서만도 정치검찰과 사법부가 국민들을 조롱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세계관 내지 우주관을 조금만 더 넓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행성 지구는 신을 믿지 않는 나사(NASA)의 과학자들도 매료된 곳이다. 그들이 우주 정거장에서 바라본 새파란 지구를 보면서 신을 믿게 되었다는 놀라운 증언이 있다. 허공에 둥실 떠 있는 행성 속에서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고,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밤과 낮.. 


어둠의 알갱이와 빛의 알갱이들이 임무를 교대하며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등 신기하기 짝이 없는 곳. 신기하다는 건 신묘막측함.. 신의 개입이 있어야 일어날 수 현상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해돋이를 보면서 내가 살았던 고향은 안드로메다 너머 까마득한 곳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곳에는 생떽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소환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내가 우리 행성에서 살기 전 나는 어떤 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곳도 우리 행성처럼 생명체가 살고 있고 생로병사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나의 죽음은 물론 여러분들의 탄생과 죽음이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여전히 조물주가 관리하고 있는 곳. 당신께선 어느 날 그곳에서 복을 짓고 선행과 공덕을 쌓은 사람들을 천국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이며, 우리는 천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꽃 피고 새가 울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 



그들은 각기 당신이 지은 복대로 서로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서 삶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 동안 먼 나라에서 짓던 패악질을 거듭하게 된다면 다시 지옥불에 던져질 것.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 보니 매일 매 순간이 귀한 시간이자, 행동 조차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해님이 깨우쳐 준 하늘의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 더 차갑게 생각하고 더 뜨겁게 사랑해야 하는 일이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해님이 하늘 위로 둥실 떠 올라 나를 내려다본다. 해돋이 시간이 늦어지면서 당신을 만나는 장소도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가 있는 하니에게 전화를 했다.



"머해욤.. 목소리가 피곤해 보이는뎅.. 여긴 너무 션해욤.^^"

"응, 산에 운동 갔다가 누워서 쉬고 있어. 날씨가 넘 더워..ㅜ"


나는 시원한 아침.. 그녀는 무더운 오후.. 요즘 산책로 곁 종려나무 가로수에 꽃이 활짝 피고 있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Più freddo e più caldo
il 22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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