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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1. 2021

흥미로운 해돋이 보고서

-착한 파도와 뽀얀 점 하나

흥미로움 혹은 호기심이 사라지면 살아가는 재미를 잃게 되는 거란다!!



   서기 2021년 7월 20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에 발그레한 빛이 감지되었다. 저 말리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해돋이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집을 나서게 되고, 집을 나선 지 10여 분 만에 바닷가 산책로를 걷게 된다. 목적지(반화점)까지 거리는 대략 5킬로미터이고, 반환점을 돌아오면 10킬로미터를 걷게 된다. 



매일 아침 10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몸 상태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커뮤니티에서는 매일 30분만 걸어도 만병통치약 같은 현상이 몸에 생긴다고 말한다. 스스로 몸의 변화 상태를 느끼게 되고 다리는 본래(?)의 모습대로 근육질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허기가 마구 소리를 지른다. 매일 먹는 밥.. 



영상,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착한 파도와 뽀얀 점 하나




식욕이 왕성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며 성취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 맛을 결정짓는 장소가 반환점이며 해님을 만나는 순간이다. 어떤 때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면서 "하루만 쉬지 그래..?!"라고 꼬드길 때도 있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것이다. 그걸 뿌리친 지 꽤나 되었다. 그때부터 반환점에 다다르거나 이곳에서 만난 지인들과 간단한 안부인사를 나누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해돋이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집을 나서가 전에 맨 먼저 챙기는 게 당일의 날씨이며 해돋이 시간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들여다보던 해돋이 시간이었지만 어느 날부터 해돋이 시간이 매우 규칙적임을 알 게 됐다. 오늘 아침 해돋이 시간은 오전 05시 39분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돋이 시간은 오전 05시 19분이었다. 해돋이 시간이 달라지는 건 계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해돋이 시간과 오늘 아침의 시간에 규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가 가중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의 해돋이 시간 대신 내일 혹은 다음 주.. 등 장차 다가올 해돋이 시간을 들여다보니 매일 1분씩 늦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달 8월 11일의 해돋이 시간을 살펴보니 06시였다. 오늘 아침 해돋이 시간을 비교해 보면 21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무심코 들여다보던 해돋이 시간이 8월 11일부터는 오전 6시 이후가 되므로 아침운동 시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집을 나서서 반환점까지 걸어가는 동안 해돋이 장소가 조금씩 변하면서 해돋이 촬영 장소까지 덩달아 변하는 것이다. 아침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정해놓은 '해돋이 포인트'는 바다가 잘 조망되고 역광 실루엣이 아름다운 곳이 특징이다. 그런데 해돋이 시간이 늦주어 지면서 해돋이 포인트까지 조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예컨대 반환점 근처에서 맞이하던 해돋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바닷가 근처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을 나서는 시간까지 바꾸어야 할까..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 아침운동이 끝나는 시각은 오전 7시경이다. 대략 2시간 30분 동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해님을 만나는 것이다. 



해님을 만나는 시간은 길어봤자 10분 전후로 해님을 만나는 시간은 망부석이 된다. 당신께서 수평선 너머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자마자.. 나의 가슴은 환하게 빛나며 불덩이를 삼킨 듯 가슴이 콩닥거리게 되는 것이다. 참 별일도 다 있지..



당신이 등장할 때 아드리아해는 착하디 착했다. 그리고 수평선 너머에서 뽀얀 점 하나가 발그레 질 때까지 흥분을 가라읹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깟 해돋이다 다 뭐라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온 게 착한 파도와 뽀얀 점 하나인 것이다. 해돋이가 시작되면 세상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는데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호기심거리와 흥미로움이 덧없거나 부질없어 보일 때 등장한 매우 평범해 보이는 해돋이가 사람 사는 세상의 또 다른 재미로 등장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하니와 통화가 이어지고 나의 위치가 확인된다. 


"난 그렇게 빨리 못 걸어.. 걍 뒤따라 가다가 어디쯤에서 기다릴 거야..!"



그녀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쯤이면 해돋이 시간은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그러고 보니 그녀를 기다린 시간만큼 해돋이 시간은 점점 더 뒤로 늦추어지고 있다. 내일 아침 해돋이 시간은 05시 40분이다.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슴이 설렌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Onde buone
il 20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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