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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0. 2021

처음 담아본 번갯불

-내 마음속 영원한 사랑

찰나 보다 더 빠른 순간과 영원한 사랑..?!!



   서기 2021년 7월 19일 오전 4시 30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집을 나서면 맨 먼저 만나는 뷔아 치알디니(Via Cialdini)란 장소가 있다 바를레타 구도시 중심의 길로 마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이며 바닥은 물론 주변이 온통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는 곳이다. 이 도로의 특징은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구도시 대부분은 흰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검은 대리석으로 포장된 곳은 부자들이 살았던 곳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노란 가로등 불빛이 대리석 위에 쏟아지면서 도로는 반들반들 빛이 난다. 마치 비에 젖은 듯하다. 여기서부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바닷가 언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곳에 오면 단박에 한국에 가 있는 하니가 생각난다. 그녀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이 길을 따라 루이지의 화실로 가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그녀의 환영이 내 앞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어느 날 아침 루이지 화실로 걸어가는 하니의 뒷모습이며, 지난해에 찍은 사진이다. 어느덧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 장소는 오늘날 바를레타를 있게 한 유명한 장소로 당시 이곳의 잠령자였던 프랑스인과 바를레타인의 기사 13인의 결투를 결정한 유명한 곳(Cantina di Disfida)이다. 그때가 1503년이었으므로 바를레타의 역사는 518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용맹한 기사들이 프랑스를 물리치고 오늘날의 바를레타를 만든 것으로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날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열어본 바를레타의 날씨는 비를 예고하고 있었다. 잠시 망설였다. 하루만 쉴까.. 악마의 속삭임이 요동치고 있을 때 나는 등에 달라붙는 작은 보따리에 우산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외투와 모자까지 챙겼다. 비에 젖으면 젖어보라지 뭐.. 



예보는 오전 6시경에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이어서 그 시각이면 나는 목적지(반환점)에 다다를 것이며 해님은 어차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구도시 중심을 빠져나가자 하늘은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저만치 동쪽 하늘에서 발그레한 모습이 먹구름을 비집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상,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번갯불 번득이는 아침




하늘은 시꺼멓게 변해있었다. 산책로에 들어선 다음 바라본 하늘은 뷰파인더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이른 새벽 백사장을 고르는 트랙터가 부지런히 바닷가를 오가는 가운데 목적지 부근 하늘에서 번갯불이 쉼 없이 번득였다. 참 특별한 풍경.. 가던 길을 멈추고 어둠 속에서 번득이는 찰나 보다 더 빠른 번갯불을 담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마음속 영원한 사랑




반환점에 다다라 인증숏을 남기기 전 하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확산세가 한국하고 비슷하다며 걱정하는 눈치와 함께 한국의 날씨가 너무 덥단다. 그녀로부터 날아온 전화 통화 시간은 해돋이와 맞물려있었다. 따라서 잠시 후에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고 부지런히 해님을 만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로 이동했다. 해돋이 시간과 그녀..



일부러 짜 맞춘 게 아닌데 희한하게 겹쳤다. 다행인지 해돋이 시간이 10분이 더 경과해도 해님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아드리아해 수평선 위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잠시 해님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아드리아해 위로 솟아 오르는 해님의 시차는 대략 7시간에서(서머타임) 8시간이다. 한국에서 이탈리아까지 뱅기로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전화기 너머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물론 브런치 이웃들까지 시공에 관계없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 매개체는 인터넷이다. 옛사람들은 상상 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물질과 비물질..



전화기 너머에 물질인 그녀가 있고 전화기 앞에 비물질인 마음이 닿아있는 참으로 희한한 세상.. 우리가 오늘날의 문명의 이기를 누릴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매일 아침 만나고 있는 해님도 두루뭉술 태양계 어쩌고 저쩌고 할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난다면 우린 매일 아침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랄까.. 



물질은 시간이 경과하면 사라질 것이나 비물질은 영원한 것.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듯 해님께도 사랑을 고백한다. 내 마음속의 영원한 사랑..  



영상,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내 마음속 영원한 사랑




어느 날 아침부터 천지만물이 내 가슴에 안기며 "좋아라"하고 있는 것이다. 생전 이런 경험 처음 있는 일이다. 일이었다. 유년기 때부터 지금까지 날이 새면 봐 왔던 해님이 마침내 당신의 사랑을 동시에 고백하는 것이다.



먹구름 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해님..



이제나 저제나 해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남자 사람 1인이 바닷가에서 파도소릴 벗 삼아 망부석이 되었다.



사랑할 때는 말이 필요 없는 법이지..



해님이 꽃단장한 모습을 내밀기 전 당신을 맞이하는 하늘빛은 너무도 곱다.



조금 전 그녀로부터 전화가 온 곳의 하늘은 마음이 두둥실.. 다시 전화기를 붙들고 미주알고주알..



비를 예고한 날씨는 빗나갔다. 그 대신 전에 못 보던 해돋이 풍경을 선물했다. 



이날 해님은 잠시 얼굴을 내비쳤을 뿐이지만 당신을 향한 사랑의 몸짓은 화려하다 못해 격정적이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 까만 하늘이 이렇게 변했다. 내가 사랑을 고백하는 즉시 하늘은 즉답으로 화답한다. 끝!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Amore eterno nel mio cuore
il 19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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