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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11. 2021

D-1, 걱정마라 운명은 하늘의 몫

#81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로마로 떠나기에 앞서..!
























작가노트


   서기 2021년 8월 10일 저녁나절,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로마로 떠나기 전 사진첩을 열어 우리가 다녀왔던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의 산행 여정을 일부 간추려 봤다. 그곳에는 하니가 분홍색 작은 배낭을 메고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초행길의 산행에 우리가 아는 정보라고는 산의 높이가 2.585m라는 것과 거대한 암봉으로 만들어진 것 밖에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암봉이 바라보이는 산기슭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조석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가 지난해 이맘때였다. 돌로미티에 처녀 진출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곳에 도착한 이후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산행을 감행한 것이다. 거대한 산자락에서 봤을 때는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계곡도 별로 험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산자락으로 시험 산행을 해 봤기 때문이다. 마음만 앞선 산행.. 



하지만 우리는 용케도 이곳을 다녀왔다. 천하의 비경을 만나고 왔다. 말로만 듣던 돌로미티의 빼어난 풍광 앞에서 할 말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두 번 다시 이곳을 생각하기도 싫다"라고 말했다. 아예 다시 가자고 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그곳에는 안 갈 거야"라고 말했다.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물러설 곳도 없는 이 골짜기에서 그녀는 금방이라도 폭풍 오열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울 수도 없을 정도로 그녀는 겁에 질리고 공포감을 느낀 것이다. 그녀의 등 뒤에는 내가 늘 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나 또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그녀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손으로 뒤꿈치를 받치며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으로 다가간 것이다. 그다음이 더 문제였다. 하산할 때는 내가 먼저 이동한 후에 뒷걸음질로 내려와야 했다. 전문 산악인도 아닌 우리가 가장 힘들어했던 코스가 리푸지오 삐쉬아두였다. 



돌이켜 보면 우리네 삶도 돌로미티에서 겪은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어느 날, 의외의 복병이 나타나 고생을 하거니 힘든 일을 겪게 되는 것이다. 산전수전 공중전 땅굴전(?)까지 다 겪은 우리.. 그녀는 케리어를 챙기면서 그리고 e-티켓을 챙기면서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걱정이 포함됐다. 

완벽주의자에 버금가는 그녀가 혹시..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너 번의 전화벨이 더 울렸다. 그때마다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시간이 꽤 흐른 후 그녀가 편안해했다. 그녀는 배짱도 두둑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처럼,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갈 일도 없는 리푸지오 삐쉬아두.. 누가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데려가지 말라"라고 한다. 참..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 한국은 새벽 4시를 넘었다. 지금쯤 일어나서 짐 정리를 할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깨어 있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전화를 해 달라"라고 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발권을 하고 출국을 하면 나는 로마로 출발하게 될 것이다. 사노라면 지나친 걱정을 할 때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혹은 진인사대천명.. 


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운명은 하늘의 몫입니다. 당신은 작대기 두 개만으로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을 다녀왔지요. 파이팅~~! ^^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
il 10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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