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30. 2021

까꿍, 어디에 있었니 딸아 아들아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마침내 조물주 최후의 작품 리푸지오 누볼라우(Rifugio Nuvolau)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본다. 까꿍..!!


   서기 2021년 8월 23일 오후 3시경, 하니와 나는 리푸지우 누볼라우 정상에서 몬떼 아베라우(Monte Averau) 암봉 꼭대기를 마주 보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천국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곳. 조물주는 알삐(ALPI)깊숙한 곳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숨겨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8월 8일 돌로미티를 처녀 방문한 이후 두 해만의 일이자, 두 해 동안  대략 30일 동안의 여정 끝에 돌로미티 최고의 비경을 만난 것이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금년의 경우 그녀가 한국에서 돌아온 직후 일주일 만에 여독을 안고 돌로미티로 떠난 것이다. 그 기간은 9박 10일이었다. 


서기 2021년 8월 18일부터 8월 27일까지 우리는 길 위에 있었다. 돌로미티의 숲 속에 있었다. 조물주 최후의 걸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과정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도록 한다. 마음만 먹으면.. 꿈을 꾸면.. 아무나.. 그 누구도 조물주의 넉넉한 품에 안길 수 있는 곳. 그 여정은 이러했다.



까꿍, 어디에 있었니 딸아 아들아




   돌로미티로 가는 여정..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이탈리아 중북부 빠도바를 통과할 무렵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직도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에 도착하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더 달려야 한다. 바를레타에서 돌로미티까지 거리는 937km에 이르고 자동차 주행시간은 대략 10시간에 이른다. 우리는 짬짬이 쉬었다 갔으므로 실제로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주변이 까만 밤이라야 했다. 



이번에 떠난 돌로미티 여행은 다목적이었다. 돌로미티를 둘러본 후 로마의 우리 대사관에 들러 볼 일을 보고 돌아올 참이었다. 그런데 하늘님은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고 이탈리아 중북부를 두루 돌아보는 여정을 강제(?)하며 우리를 토닥거렸다. 그 과정은 이러했다.



바를레타_돌로미티 여정




돌로미티-밀라노(빠르마) 여정




이 여정은 당초 계획에 없었다. 돌로미티 여행이 끝나면 곧바로 로마의 우리 대사관으로 직행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볼로냐에서부터 고속도로 정체가 심하게 이어지면서 GPS 안내원(?)이 우리를 빠르마로 안내했다. 그곳은 하필이면 요리학교가 위치한 꼴로르노를 경유하는 여정이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그녀와 나는 렛지아 디 꼴로르노(Reggia di Colorno) 궁전에서 감화에 젖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빠르마-피렌체 여정




이 여정 또한 당초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거리 운행이 이어지면서 쉬어갈 곳이 필요했다. 짧은 일정 동안 무리한 여행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피렌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결국 미켈란젤로의 언덕 위에서 까만 밤을 두르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를 내려다보며 하루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또 다른 감회.. 희한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피렌체-로마 여정




이 여정은 예정된 일이지만 남다른 감회를 주었다. 그녀와 나는 피렌체서 아침 일찍 로마의 우리 대사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중북부를 일주하는 강행군이 점점 더 피곤을 몰고 왔다. 짬이 나는 대로 휴게소에 들러 쉬곤 했다. 우리 대사관에 들러 직원의 친절로 잠시 망중한에 빠져들기도 했다. 대사관의 볼 일은 여권 재발급에 관한 일이었으나 뜻밖의 일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로마-바를레타 여정




세상을 살다 보면 당신의 의사와 무관한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하늘의 간섭'이라 일컫는다. 전혀 뜻밖의 일들은 행불행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대체로 행운의 현상이 지배했다. 머나먼 여정의 끄트머리에는 생전 듣보잡의 풍경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지난 8월 11일 여왕님을 모시러 갈 때 달렸던 고속도로와 달리 이번에는 GPS안내원이 또 다른 길로 안내를 해 주었다. 그곳은 듀럼밀의 추수가 끝난 구릉지대였으며 올리브 과수원과 포도원이 끝도 없이 펼져진 평원이었다. 또 깐네 평원(Canne)이 우리 곁을 따라다녔다. 



주지하다시피 깐네 평원은 기원전 216년 8월 2일, 카로타고인 한니발이 지휘하는 군대가 로마군을 궤멸 시킨 장소로 '피범벅 평원'이라 불렀던 곳이다. 천하무적 로마군이 한니발 군대에 몰살을 당한 것이다. 로마제국의 정예 군대가 패배한 자리에 듀럼 밀과 젖과 꿀이 흐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하니는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했지만 나는 이미 초주검에 이르렀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된 돌로미티 여행.. 왜?




위에서부터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오는 동안 보신 풍경들은 빠도바에서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누구든지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돌로미티의 마법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세상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고 찌질 대고 시시덕 거리는 동안 돌로미티는 평온하다 못해 천국을 연상하게 한다. 이탈리아 북부 지방 혹은 알삐 근처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천국의 시민들이랄까..




지난해 하니와 함께 했던 돌로미티의 19박 20일의 여행은 당초 계획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유명하다고 하여 간이나 볼 겸 들렀다가 준비도 없이 산행을 감행한 곳이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 동안 싸돌아 다니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시 돌로미티를 찾아갔을 때는 아예 이곳에 눌러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하늘님은 우리에게 첫눈을 흩뿌려주시며 다독거려 주신 것이다. 지난해 9월 24일 돌로미티에 첫눈이 오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 마냥 좋아 날뛰었다.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는 1956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로 2026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해 두고 있다. 담빼쬬 외에도 여러 도시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릴 것이다. 지금 이곳은 동계 올림픽 준비로 바쁜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가 1년을 기다린 끝에 다시 방문한 돌로미티의 날씨는 너무 달랐다. 바를레타의 수은주가 39도씨 내지 40도씨를 기록할 동안 이곳의 수은주는 뚝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최소 15일간의 여행을 준비했다가 열흘만에 집으로 돌아온 결정적인 이유가 기온 때문이었다.




돌로미티 너무 추웠다




우리가 돌로미티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을 때 아침의 기온은 영상 13도씨였다. 차박으로 보낸 이튿날 꼬로티나 담빼쬬의 아침 기온은 여름 날씨로 볼 수 없었다. 마음이 급했던 우리는 긴소매 긴 바지 두터운 침낭 속으로 몸을 감추기 바빴다. 이때까지만 해도 봄 날씨(?)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지난해 묵었던 빠소 퐐싸레고(Passo Falzarego)의 어느 계곡에서 야영을 할 때 아침 기온은 영상 7도씨에서 9도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해 그맘때 기온에 멱을 감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자칫 동태가 될 뻔한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작은 개울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금개 오그라든다.



그래도 당시는 참을만했다. 우리가 다시 친퀘 또르리(5 Cinque Torri)에서 야영을 할 때는 돌로미티가 우리를 마구 떠밀었다. 아침 기온이 영상 3도씨.. 거기에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으르렁댔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여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서기 2021년 8월 23일 오후 3시경, 하니와 나는 리푸지우 네볼라우 정상에서 몬떼 아베라우(Monte Averau) 암봉 꼭대기를 마주 보며 감회에 젖어들었던 것이다. 이날 아침에도 비가 오시고 안개가 자욱했다. 



꼬르띠나 담빼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는 지난해처럼 물봉선(우리가 그렇게 불렀다)이 활짝 피어있었다. 그런데 녀석들의 표정을 보니 꽃의 요정들은 일찌감치 돌로미티를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까꿍.. ^^




지난 27일 금요일 늦은 저녁 시간.. 우리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렇게나 챙겨 온 여행 보따리를 이리저리 구겨 넣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이틀의 시간이 지났다. 여독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열어본 여행 사진첩 속에서 돌로미티 최고의 비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까꿍~~~ 어디에 있었니 딸아 아들아.. ^^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Dov'erano i figli e le figlie
il 29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해님의 입, 귀에 걸린 까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