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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31. 2021

잊을 수 없는 계곡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눈을 뜨니 세상이 달라져있었다.



    서기 2021년 8월 18일 늦은 저녁 시간, 우리는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의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사방은 어둠에 휩싸였고 가로등 불빛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부지런히 이탈리아 동부 해안의 고속도로를 달려 돌로미티에 도착한 것이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달린 여정은 12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고속도로 위에서 거의 쉬지 않고 운전을 하며 힘겹게 도착한 곳은 지난해 우리가 머물렀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땐 바를레타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싶었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 돌로미티였다.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리워지는 법인지..?!!



우리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돌로미티의 한 풍경 속에서 차박으로 날을 지샜다. 눈을 떠 보니 완전히 달라진 세상.. 차창은 결로현상으로 뽀얗게 변했다. 차에서 내려 멀리 돌로미티 산군을 바라보자 바로 곁에 산중의 온도가 13도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불과 반나절만에 체감온도가 10도씨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침낭 속에서 나오자마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돌로미티 첫날 아침의 풍경은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돌로미티는 여름옷을 던져버리고 먼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와 많이 다른 날씨..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먼동이 터 오는 즉시 우리는 지난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돌로미티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곳이었으며 돌로미티 배후 도시가 코 앞에 바라보이는 곳이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자료 사진 속의 물봉선..


지난해의 기록을 가져와 보니 단박에 날씨가 비교됐다. 그땐 물봉선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금년에는 똑같은 자리에 핀 한 무리의 물봉선이 아침이슬을 머금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곳은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돌로미티에서는 중요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장차 돌로미티를 여행하시려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우리가 지난해 처음으로 돌로미티 곳곳을 누빌 때 기준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료사진을 따라 이동하면 돌로미티 중심(?)에 이르게 된다. 그곳은 빠쏘 퐐싸레고(Passo Falzarego)라는 지역이다. 퐐싸레고 고갯마루라는 뜻을 지닌 이곳 주변으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봉우리들이 즐비한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빠쏘 퐐싸레고로 향했다.



고갯마루로 향하는 길 앞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차량 통행도 뜸했다.



이곳이 해발 2.109m의 빠쏘 퐐싸레고의 풍경이다. 이정표에는 빠쏘 뽀르데이, 꼬르바라, 라 빌라, 산 까씨아노, 봘 바디아, 빠쏘 봘빠롤라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 고갯마루로부터 지근거리에 돌로미티의 명소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꼬르바라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곳은 지난해 여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천혜의 장소였다. 19박 20일의 여정 중에 망중한을 달랬던 곳으로 멱까지 감은 곳.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당시의 추억에 젖는 것이다. 너무도 친근한 장소이자 고향땅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면.. 좋아하면.. 그리워지는 법이다.



우리는 빠쏘 퐐싸레고 고갯마루에서 지체하지 않고 우리의 흔적을 찾아 이동했다.



지난해 하니와 함께 추억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던 차마 잊을 수 없는 계곡..



돌로미티는 먼 나라 남의 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작은 선물을 해 준 것이다.



저기 저 쉼터만 지나면 우리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 옆으로 작은 호수가 펼쳐져있고 구름이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다. 잠시 정차를 하고 선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는 좋아라 했다. 그 즉시 아이들에게 자랑삼아 톡으로 톡톡 까똑 까똑..!!



주지하다시피 그녀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장장 10개월의 세월이 흘렀다. 청춘들에게 10개월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 청춘에게 10개월의 시간은 매우 중요한 법이다.



일각 여삼추(一刻如三秋)란 말이 그저 된 게 아니다. 그 짧은 시간이 세 번의 가을과 같다고 했던가..


우리의 추억이 오롯이 박제된 계곡을 내려다보니 풀꽃들이 가을 차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 먼 길을 떠날 것이며 한 해가 지나야 다시 우리 곁에 둥지를 틀 것이다. 



지난해 하니가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서 손을 흔들며 한국으로 떠났던 장면들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부터 10개월의 여삼추가 지난 어느 날 우리는 다시 돌로미티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다. 감개무량했다.



누구나.. 곁에 있을 때는 잘 모르는 법이다.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서기 2021년 8월 19일 아침, 우리는 마침내 차마 잊을 수 없는 계곡에 발을 디뎠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quella valle indimenticabile
il 31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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