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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1. 2021

돌로미티 야영(野營) 이렇게 했다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1년에 단 한차례 주어지는 돌로미티 숲 속의 야영..!!



지난 편에 이렇게 썼다. 

서기 2021년 8월 18일 늦은 저녁 시간, 우리는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의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사방은 어둠에 휩싸였고 가로등 불빛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부지런히 이탈리아 동부 해안의 고속도로를 달려 돌로미티에 도착한 것이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달린 여정은 12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고속도로 위에서 거의 쉬지 않고 운전을 하며 힘겹게 도착한 곳은 지난해 우리가 머물렀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땐 바를레타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싶었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 돌로미티였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살아보고 싶었던 곳 돌로미티..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하니와 나는 빠쏘 퐐싸레고(Passo Falzarego) 고갯마루에서 우리의 추억을 묻어둔 장소로 도착하자마자, 자동차에 꼭꼭 눌러 담은 짐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지난 11일 그녀가 한국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 챙겨 온 텐트였다. 금번 돌로미티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야영(Camper, 캠핑) 장비였다. 



돌로미티 국립공원은 원칙적으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장소라지만, 야영장을 벗어난 곳곳에서 청춘들의 야영이 목격되곤 했다. 안 청춘인 우리도 그들을 닮았지만 약간의 변명이 필요하다. 돌로미티를 여행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이동수단과 잠자리이다. 자동차나 깜뻬르(Camper, 캠핑카) 또는 텐트가 필수품이다. 



우리가 두 해에 걸쳐 돌로미티를 여행하며 얻은 경험이자 돌로미티가 요구하는 장비인 셈이다. 돌로미티에는 호텔이 있고 리스또란떼가 버젓이 존재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맨 먼저 특정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광활한 돌로미티 일부에는 버스가 다니는 곳도 있지만,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 시간에 맞추어 여행을 다닐만한 곳이 못된다.



트래킹이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도 없다. 예컨대 돌로미티의 배후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에서 친퀘 또르리까지 걸어서 간다면 하루 종일 걷기만 해야 할 것이다. 설령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해도 돌아올 때는 승강기에 의존해야 할 것이며, 초주검이 된 당신에게 에너지 공급원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당신이 예약해 둔 호텔로 돌아가려면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동안 무엇보다 당신이 보고 싶었던 비경을 지근거리에 두고 돌로미티 산중의 미아가 될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돌로미티 국립공원이 취사와 야영을 허락한다고 해도, 이동수단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두 해 동안 어떻게 하면 돌로미티 여행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몇 자 적어봤다.



영상, 돌로미티 야영(野營) 이렇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갖춘 야영 장비로 돌로미티 여행에 나선 것이다. 하니와 나는 돌로미티의 기상 조건 등에 따라 차박을 하던지 텐트에서 야영을 하던 지 둘 중 하나를 취사선택할 것이다. 꼴르띠나 담빼쬬에서 차박을 한 다음 지난해 우리가 묵었던 작은 개울 옆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텐트를 쳤다. 그곳은 아고르디나(Agordina)의 경계지점으로 적당한 주차 공간과 티 없이 맑고 고운 개울물이 쉼 없이 흐르는 곳이다. 



우리는 지난해 이곳을 발견한 즉시 간이 텐트로 그늘을 만들고 땀에 찌든 몸을 개울물로 씻어내곤 했다.



자동차로 퍼 나른 살림살이(?)는 조촐하지만 야영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하니가 살림도구를 챙기는 동안 나는 텐트를 설치하고 곧 그늘 아래서 달콤한 휴식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데 금년의 이곳의 날씨는 지난해와 많이 달랐다. 이곳 아침 기온은 영상 9도씨를 가리키고 있는 쌀쌀한 날씨였다. 개울물에 손을 담그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혹시나 하고 발을 담가봤지만 단 몇 초도 견지지 못할 정도로 물은 동결 직전의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개울 곁의 풀꽃들 조차 이미 멀리 떠날 차비를 갖추었다. 돌로미티의 6월은 봄, 7월은 여름, 8월은 가을 그리고 겨울은 9월이라는 등식이 얼추 맞아떨어졌다. 



개울물에 바를레타에서 구입한 멜론을 담가두었더니 얼기 직전의 과일로 변했다. 녀석은 곧 달콤한 인살라따로 변하며 주인님의 부르심을 받을 것이다. 아침나절의 돌로미티..



우리는 풀꽃들의 요정과 목신의 정령들과 달님과 해님과 함께 잠자리에 들며 다시 우리의 흔적을 좇아 나설 것이다. 텐트를 설치하고 맨 먼저 한 일은 아침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이날 아침은 간편식이었다.



개울물을 한 컵 들이키고(이빨이 시리다) 뜨거운 물을 데워 커피를 준비한 다음 달콤한 멜론으로 아침을 때울 참이었다. 아직 빠쏘 퐐싸레고로 올라가는 자동차들과 여행자들이 뜸한 곳.. 우리의 위치는 퐐싸레고 고갯마루의 8부 능선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작은 폭포에서 쉼 없이 옥수를 흘려보내고 바이크족들이 무시로 손바닥으로 물을 담아 목을 축이는 천혜의 장소였다. 아침해가 둥실 떠도 나무 그늘에 풀꽃들이 고개를 내미는 곳. 먼 데서 온 손님들은 곧 그들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꾸며 새로운 공간에 머리를 뉜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며.. 그 꿈을 실천하는 자가 차지하게 된다. 우리는 어느 날 돌로미티에서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행복해했다. 그녀가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텐트 속에는 바람이 되고 싶었던 그녀의 소원이 담겼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행복하였네라..!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il nostro campeggio
il 31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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