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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2. 2021

그숲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이브의 선택이 옳았을까..?! 



아직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지도 않은 한 어린이가 동무들과 함께 찾은 골짜기..



그 어린이의 마음을 훔친 것은 다름 아닌 골짜기의 수정같이 맑은 물이었다.



수정같이 맑은 물..



그 곁에는 바위틈새로 새파란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그 어린이는 바위틈에서 고사리 손으로 맑은 물을 받아 마셨다.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물처럼 시원한 생수..



그 어린이는 생각했다.



"여기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고백에 대해 냉담할 것이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한 어린이가. 시공에 대해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까..



그때부터 그 어린이는 짬이 날 때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산골짜기를 찾아갔다.



그때마다 그 어린이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행복해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어린이가 찾은 산골짜기의 풍경은 천국의 모습이었다.



천국.. 사람들은 그곳을 '하늘나라'로 불렀다.



하늘나라.. 안드로메다 너머에 있을 법한 나라.. 혹은 죽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먼 나라..



그 어린이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소년기를 지나 사춘기 너머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천국이 안드로메다 너머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나중의 일이었다.



천국은 먼 데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영계와 자연계..



우리의 육신을 움직이게 하는 영혼의 세계를 만난 맨 처음 사건이 어느 골짜기였다.



그땐 천국의 실체를 알 수도 없고.. 설령 알았다고 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빕비아(BIBBIA)는 이렇게 말한다. (이하 번역 역자주)



[16] Il Signore Dio diede questo comando all'uomo: "Tu potrai mangiare di tutti gli alberi del giardino,

[17] ma dell'albero della conoscenza del bene e del male non devi mangiare, perché, quando tu ne mangiassi, certamente moriresti".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 살았다. 동산에는 많은 과실수가 있었다. 신께서는 그중에 한 그루의 나무에 열리는 열매만 먹지 말라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 나무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였다. 그 대신 에덴동산을 떠나야 한다는 옵션이 있었다. 신께서는 자유로운 선택을 해도 좋다고 했다. 만약 그 열매를 따 먹지 않는다면 에덴동산에 계속 머물게 될 수도 있었다.)



[1] Il serpente era la più astuta di tutte le bestie selvatiche fatte dal Signore Dio. Egli disse alla donna: "È vero che Dio ha detto: Non dovete mangiare di nessun albero del giardino?".

[2] Rispose la donna al serpente: "Dei frutti degli alberi del giardino noi possiamo mangiare,

[3] ma del frutto dell'albero che sta in mezzo al giardino Dio ha detto: Non ne dovete mangiare e non lo dovete toccare, altrimenti morirete".


(세상의 옵션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날 배암이 에덴동산에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사탄이라고 불렀다. 이브를 꼬드긴 배암의 전략은 성공했다. 이브가 먼저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 먹었다. 신께서 따 먹지 말라고 명한 그 열매를 따 먹은 이브.. 사탄은 이브에게 맛도 좋고 지혜롭게 된다고 꼬드긴 것이다.)



[6] Allora la donna vide che l'albero era buono da mangiare, gradito agli occhi e desiderabile per acquistare saggezza; prese del suo frutto e ne mangiò, poi ne diede anche al marito, che era con lei, e anch'egli ne mangiò.

[7] Allora si aprirono gli occhi di tutti e due e si accorsero di essere nudi; intrecciarono foglie di fico e se ne fecero cinture.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차피 에덴동산을 떠나야 할 처지에 있었던 이브는 아담을 꼬드겨 열매를 먹게 했다. 아담은 맛있게 그 열매를 먹었다. 이제 둘 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세상일은 참 희한한 법이다.



에덴동산에 수 없이 널린 맛있는 열매들 중에 유독 따 먹지 말라는 열매는 왜 심어두었는지..



인간들은 이때부터 똑똑해지기 시작하여 마침내 인터넷을 만들고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날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선악과가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따 먹어야 할 대상이었다.



나는 돌로미티의 빠쏘 퐐싸레고 고갯마루 8부 능선에 위치한 작은 계곡에서 하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숲 속에는 작은 개울이 쉼 없이 졸졸 거리며 흐르고 있었다. 개울가에는 이끼들이 새파랗게 돋어나 있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무의 정령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뿐 아니었다. 풀꽃 요정들이 인사를 건네며 먼 길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너무 친숙한 풍경이자 유년기를 흔들어 놓은 풍경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은 천국의 모습이었다. 조물주가 우리들에게 지혜를 안긴 열매를 준비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손바닥 위에 세상을 올려둔 이유는 우리가 떠나왔던 에덴동산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그 숲 속에 서면.. 그 숲 속에서 서성거리면.. 그 숲과 대화를 나누면.. 그 숲을 사랑하면.. 그 숲과 관계를 맺는 순간부터 당신은 천국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천국의 백성이 될 것이다. 조물주의 성품을 알게 될 것이다.



그녀와 나는 조물주의 부르심에 따라 돌로미티의 숲 속에서 잃어 비린 시간을 되찾고 있었다. 



영상, DOLOMITI, PASSO FALZAREGO_그 숲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Verso passo Gardena
il 02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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