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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3. 2021

꽃단장하고 마중나온 그 님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처음 만난 아드리아해의 선홍색 핏빛 해돋이가 시작됐다!!



   서기 2021년 9월 1일 오전 5시 30분경, 평소보다 늦게 아침운동을 시작하면서 만난 아드리아해의 해돋이는 특별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시작되는 해돋이는 핏빛 선홍색이었다. 해님이 꽃단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세상은 당신의 마음에 따라 규정지어지면서 당신의 품에 안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천국을 가져다줄 것이며, 반대의 경우는 매일 매시각이 견디기 힘든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전자의 경우에 속한다. 비록 혜안은 가지지 못했을 망정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졌다. 나의 무형적 자산이자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의 존재감이다.



내가 꿈꾸는 그곳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을 잘 알 것이다. 



하니와 나는 지난달 27일 늦은 저녁에 돌로미티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바를레타로 돌아왔다. 돌로미티에 더 있고 싶었지만 날씨가 허락하지 않았다. 영하에 가까운 이른 아침의 기온은 차박은 물론 야영에 무리를 가져다주었다. 결국 9박 10일 여정으로 돌로미티 여행을 끝마친 것이다. 



그동안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하니가 한국에서 돌아오던 날 바를레타-로마로 이어지는 무박 2일의 여정은 피곤을 가중시킨 더위가 한몫 거들었다. 당시 시칠리아는 우리 행성에 기록적인 폭염을 쏟아부었다. 수은주가 49도씨에 육박하는 엄청난 더위를 안겨주었다. 그녀를 마중 나갔던 날 더위에 지친 것이다. 



그리고 여왕님을 잘 모시고 바를레타로 돌아온 즉시 여독을 풀기도 전에.. 짧은 시간 휴식을 끝마치고 곧바로 아드리아해의 해님에게 신고식(?)을 치렀다. 매일 아침 걷던 왕복 10킬로미터 거리를 그녀와 동행하며 곧 다가올 돌로미티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오기 전부터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돌로미티로 가고 싶어 했다.



결국 그녀는 이탈리아로 다시 귀국한 직후부터 일주일이 경과한 8월 18일에 돌로미티행 여정을 시작했다. 그때 아드리아해의 해님은 우리에게 성대한 환송식을 치러주었다.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그때 이렇게 기록했다.



해님의 입, 귀에 걸린 까닭


이날 아침의 해돋이 사진과 영상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불과 닷새 전만 해도 이곳에는 나 혼자 해님을 만난 장소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해님에게 그녀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아울러 이웃 여러분들이 함께 염려해 주시고 기도를 해 주었다. 그런 시간들이 어느덧 10개월..



해님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해님이 아드리아해 너머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 때 모습은 다른 날과 달랐다.



너무 좋으면 발그레 상기되는 법인지.. 해님의 얼굴은 분홍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해님이 오작교가 되어 마침내 두 사람을 한 곳에 모이게 만들었을까..



BARLETTA,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꽃단장하고 마중 나온 그님




그녀는 내 곁에서 앞에서 연신 아이폰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했다.



우리는 지난해 별리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이 장소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당시만 해도 해님의 출현은 너무 평범한 우주의 운행일 뿐 해님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해님이 저만치 수평선 위로 둥실 떠올라 입이 귀에 걸렸다. 그녀의 입도 귀에 걸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녀도 어느덧 해님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게 어느덧 지난 8월 16일의 일이었다. 이틀 후 우리는 돌로미티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만난 해님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해님은 당신을 다시 찾아온 우리를 마중 이상의 영접 차림으로 꽃단장을 하고 얼굴을 빼꼼히 내미셨다. 서기 2021년 9월 1일 오전 6시 21분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구름 사이로 얼굴을 파묻으며 '좋아라' 하셨다.



아날 해님은 아끼고 또 아낀 핏빛 고운 천으로 온몸을 두르시고 다시 돌아온 우리를 환대해 주셨다.



세상의 일은 도무지 알 수 없도록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짙푸른 바다와 하늘과 구름이 해님을 만나면 신의 비밀에 가두어진다. 매일 만나는 해님의 얼굴도 매일 다른 모습이며 똑같은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누가 당신더러 해님의 정체를 묻거든 이렇게 대답하라.



차라리 당신의 오만가지 생각을 헤아리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una splendida accoglienza
il 02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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