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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5. 2021

돌로미티, 가르데나 고갯마루에서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시간을 되돌리는 일은 행운이 함께 해야 가능할까..?!!



   하니와 나는 빠쏘 퐐싸레고 고갯마루에서 리뷔나롱고 델 꼴 디 라나(Livinallongo del col di lana) 계곡으로 길을 나섰다. 험준한 계곡 사이를 지나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으로 들어서자 산골짜기에 성냥갑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비현실적 풍경이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는 마침내 지난해 여름에 묵었던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 근처로 돌아오게 됐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눈에 익은 풍경들을 다시 만나게 되자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녀와 나는 꼬르봐라(Corvara) 시내에서 멀리 장엄하게 버티고 서 있는 삐쉬아두(PISCIADU IN ALTA BADIA) 정상을 바라보며 곧 재개될 트래킹 준비에 나섰다. 슈퍼에 들러 약간의 과일과 채소를 준비하고 빵집에 들러 몇 가지 종류의 빵과 쁘로슈또 꼬또(prosciutto cotto)를 구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에 묵었던 장소로 이동하여 트래킹 준비를 하며 쀠쉬아두 정상을 올려다봤다. 거대한 두 암봉 사이로 열려 있는 계곡으로 리푸지오 쀠쉬아두를 다녀온 것이다. 감개무량했다. 그녀는 다시금 생각해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지 올려다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우리는 차박과 야영 준비를 위해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빠쏘 가르데나 고갯마루를 두 번씩이나 오가며 살피다가 지난해에 주차해 둔 장소로 이동하여 주차를 해 놓고 트래킹 준비를 마쳤다.



빠쏘 가르데나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구불구불한 고갯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거대하고 장엄한 암봉 사이로 뾰족뾰족 솟아있는 나무들과 용틀임을 연상케 하는 고갯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찜해둔 주차 장소는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 트래킹 루투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곳은 셀라 그룹과 뿌에즈 오들레 세계문화유산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이다. (Ai piedi del Gruppo del Sella e del parco naturale Puez – Odle Patrimonio Mondiale UNESCO)



빠쏘 가르데나 고갯마루에 서면 사방이 온통 장엄한 돌로미티 산군으로 뒤덮여 있다.



우리는 잠시 후 저 멀리 능선 위로 한 무리의 트래킹족들이 걷고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고갯마루에서 다시 한번 더 흘깃 뒤를 돌아보며 돌로미티 삼매경에 빠져든다. 희한하게도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시산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어디를 둘러봐도 비경이자 절경이다. 그녀와 나는 무시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



아무런 수식도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곳.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참 복도 많지..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가지고 있다니..!!"


하니와 나는 자동차 트렁크를 열고 등산화로 바꿔 신었다. 트래킹 시간은 4시간이면 족할 것이다.



오후 2시에 출발하면 늦어도 오후 6시면 주차장소를 돌아오게 될 것이며 그때 잠자리를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트래킹 끄트머리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평탄한 길을 따라 걸으며 지난해 우리가 올랐던 삐쉬아두를 바라보며 걸을 것이다.



주차 장소에서 이동하자마자 가파른 초원이 숨을 턱까지 차게 만들었지만 우리가 걷는 트래킹 루트는 비교적 평탄하고 해발 높이도 1600미터를 겨우 넘기는 매우 평범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풍경은 예사롭지 않았으며 매우 특별했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는 동안 삐쉬아두의 장엄한 봉우리들이 끝까지 우리를 따라다녔다.



이곳은 아이들도 쉽게 다닐 수 있어서 가족들이 함께 트래킹에 나서는 모습이다. 트래킹이 아니라 하이킹으로 고쳐 부른다. 



하이킹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정표가 나타났다. Colfosco(CALFOSCH).. 1시간 30분!!



승강기 아래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가 돌아왔던 곳이며 우측의 고대한 암봉이 삐쉬아두의 비경을 잉태한 조물주의 장엄한 작품이다. 



우리보다 앞서 걷는 두 아주머니가 삐쉬아두의 절경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 우리가 걸어온 곳이자 셀라 그룹과 뿌에즈 오들레 세계문화유산이 위치한 곳.



8월의 하이킹 루트 주변은 말끔히 정리되어 마치 골프장을 연상케 한다.



하이킹로에서 바라본 뿌에즈 오들레..



이곳은 우리가 내년에 다시 방문하게 될 것이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우리가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기온은 예년과 달랐다. 아침 기온이 늦가을이나 겨울을 닮았을 정도로 차가웠다. 열흘만에 철수한 이유가 됐다. 



우리는 하이킹을 하는 동안 지난해 우라가 도전했던 삐쉬아두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기슭에 주차해둔 자동차의 크기와 암봉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해낼 수 없는 트래킹 루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니는 계곡 끄트머리에 위치한 수직벽에서 겁을 먹고 "두 번 다시 이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 다시 갈 일도 없었다.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으면 갈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라 지천에 널렸으니 말이다. 



아마도.. 아마도 돌로미티를 전부 둘러보고 죽을 수만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돌로미티를 둘러보며 '좋아라' 입이 귀에 걸린 것이다.



하이킹이 이어질 때마다 눈에서 떼지 못하는 돌로미티의 처녀 등정 루트.. 삐쉬아두 정상.. 차마 잊을 수 없는 여행지였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돌로미티의 여정..


  

조물주는 세상 곳곳에 천하절경과 비경을 감추어 두었는데 우리가 만난 돌로미티는 선택받은 자만이 갈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천국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풍광 등에 대해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이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꼽으라면 단박에 돌로미티를 꼽을 것이다.



남미 파타고니아에 빠져 살던 꼬레아노 1인이 어느 날부터 돌로미티 예찬자가 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곳..



위 자료사진 한 장을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거대한 암봉 기슭에 주차해 둔 캠핑카와 자동차들은 모두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사진 좌측으로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는 정상의 쉼터까지 이어지고.. 발걸음을 뗄 때마다 샛노란 돌로미티 꽃 양귀비가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천국의 시민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를 하니와 나는 삐쉬아두로 가는 트래킹 루트에서 이겨낸 것이다. 그리고 평탄한 하이킹 루트를 따아 빠쏘 가르데나에 남겨진 추억을 더듬고 있는 것이다.



그때.. 우리가 통과의례를 겪지 않았다면 돌로미티는 매우 평범한 돌산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Colfosco ALTABADIA 
il 04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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