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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6. 2021

돌로미티의 행복한 회상(回想)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돌로미티와 길들여지기..?!!



지난 여정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천국의 시민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를 하니와 나는 삐쉬아두로 가는 트래킹 루트에서 이겨낸 것이다. 그리고 평탄한 하이킹 루트를 따아 빠쏘 가르데나에 남겨진 추억을 더듬고 있는 것이다. 그때.. 우리가 통과의례를 겪지 않았다면 돌로미티는 매우 평범한 돌산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하니와 내가 빠쏘 가르데나 9부 능선에서 출발하는 하이킹 루트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를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는 장엄하고 거대한 조물주의 작품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Pisciadù )의 정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돌로미티의 정보에 어두워 저지른 통과의례였던 것이다. 그녀는 삐쉬아두 정상 부근에서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하산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당시는 하산이 더 어려운 듯했다.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려 그저 앞만 보고 나아가야 했는데 그녀에게 공포감은 트라우마로 작용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하산하고 싶은 생각 간절했던 것이다. 꼴포스꼬 하이킹 루트 위에서 바라본 삐쉬아두 정상 부근은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트래킹 루트와 함께 응달에는 여전히 만년설이 녹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 삐쉬아두로 가는 여정에 촬영해 둔 장면을 프레 시백(flashback) 해보니 이런 모습이다.


지난해 리푸지오 삐쉬아두로 가는 여정 프래시백







** 위 자료사진 4장은 프래시백으로 만난 지난해 이맘때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 부근의 풍경이다. 거대한 임봉 사이로 보이는 푸른 숲이 금년에 다시 찾은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의 한 부분이며, 이번 포스트는 그곳을 가볍게 하이킹으로 지나고 있다. 해발 2,587m의 삐쉬아두 정상과 대략 1000미터의 차이가 난다.



리푸지오 삐쉬아두로 가는 또 다른 트래킹 루트가 주차장 곁으로 지그재그로 나 있고 그 곁에는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의 비경을 만나기 위한 여행자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빠쏘 가르데나 고갯길 곁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겪은 우여곡절에 비하면 우리 앞에 놓인 하이킹 루트는 누워서 떡 먹기 만큼 쉽다.



아무런 장애물이 보이지 않는 곳. 깊은 산중에 이런 하이킹 루트가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주변의 풍광은 아름답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빠쏘 가르데나 고갯마루가 저 멀리 보이는 가운데 고갯길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저만치 하니가 앞서 걷는다. 지난해와 달리 기온이 뚝 떨어진 돌로미티는 오후에도 썰렁한 기온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이 말해준다. 이번에는 무엇이 그토록 바빴는지 따뜻한 옷을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 우리는 돌로미티로 떠날 때부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준비물을 챙기고 또다시 점검했지만 정말 중요한 방한복은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 루트를 걸을 때 뷰포인트는 단연 리푸지오 삐쉬아두의 위용이다. 거대한 골짜기 사이로 가늘게 그어진 트래킹 루트가 인상적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삐쉬아두 정상으로 가는 트래킹 루트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다. 흠..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초행길에 보약을 먹었던 것일까..



그렇게 전혀 뜻밖의 통과의례를 겪고 난 우리에게 돌로미티는 청춘도 아닌 안 청춘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사가 완만한 하이킹 루트를 걸으며 지난해를 돌이켜 보니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세상 사는 일도 별로 다르지 않지.. 어떤 이유 등으로 경험을 쌓게 되면 그 경험이 당신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지혜가 되기도 하는 것. 이번 하이킹 루투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포인트라 할만한 장소에 도착하여 기록을 남겼다.



그곳에 서면 하이킹 루트 우측으로 리푸지오 삐쉬아아두의 장엄한 비경이 팔쳐지고..



멀리 돌로미티 산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 산 아래.. 우리는 조금 전에 저곳 꼬르봐라(Corvara)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고 하이킹에 나섰던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는 가운데 이웃분들과 여러분들이 돌로미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돌로미티를 개관할 때 맨 먼저 꼬르띠나 담빼쬬를 시작점으로 돌로미티 산군에 펼쳐진 지명으로 이동하는게 바람직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굳이 독도법이 필요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곳 휴게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식 지도만으로도 돌로미티 곳곳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명과 함께 이미지를 잘 봐 두시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들이 코로나가 사그라들고 난후 돌로미티로 떠날 때 누군가(가이드)의 도움으로 트래킹을 한다면 몰라도, 초행길에 자동차를 빌리고 차박이나 비박 등을 하려면 적지 않은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 각각의 명소를 기억해 두시면 보다 흥미롭고 감동적인 여행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는 돌로미티 여행을 앞둔 여행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돌로미티 산군은 생각보다 광활하며 둘러볼 곳은 천지 빼까리로 널린 곳이다.



우리는 돌로미티를 말할 때 아예 천국으로 대못을 박았다.



조물주가 감추어둔 최후의 작품이 돌로미티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이다.



특히 금년의 돌로미티 여행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하이킹 루트는 지난해 우리가 둘러봤던 비경을 지근거리(?)에서 즐길 수 있었으므로 감회가 남다른 것이다. 19박 20일 동안 뻔질나게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먼 나라.. 남의 나라 땅이 고향처럼 친근감이 드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지난주 이곳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더니 그는 씩 웃었다. 진심을 말했더니 농담처럼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돌로미티에 단 한 번이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그때부터 돌로미티 귀신이 되고 싶어서 안달을 할 것이다. 흐흐..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 번 다녀온 후에 다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는 남미의 파타고니아에 미쳐 살았다.



그런데 파타고니아에 필적하거나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돌로미티라고나 할까..


요즘 하니와 나의 대화 주제는 매우 간결하다. 돌로미티 아니면 그림 수업..



그녀는 지인들을 떠올리며 예술가들이 돌로미티를 꼭 한 번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을 하고 있다.



돌로미티가 주는 영감을 작품으로 옮기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돌로미티의 마법 같은 일..



하루 종일 발품을 팔다가 초주검이 되어도 다음날 오전 6시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피곤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돌로미티의 마법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돌로미티의 마법은 우리가 잠시 잊고 살던 키워드 두 개.. 산 좋고 물 좋은 곳이자. 물과 공기가 우리를 철인(?)처럼 만들며 돌로미티 삼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아예 자동차 뒷트렁크에 물통을 가득 싣고 돌로미티의 샘물을 길어왔을 정도이다. 맹물의 물맛에 관한 한 감별사(소믈리에)나 다름없는 나..



돌로미티에서 차박이나 야영으로 잠을 자고 일어나서 계곡의 물을 들이켜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돌로미티로 이사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풍광은 물론 물과 공기 때문이었다. 천년을 살고 싶었지.. 히히 ^^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Colfosco ALTABADIA 
il 05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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