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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3. 2019

애정결핍 치료와 쓰담쓰담

-심금 울린 금관합주 하모니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예술적 습관은 어쩔 수 없지..!


지난주 일요일(28일, 현지 시간) 오후 9시경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관문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앞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에서 브라스 밴드 음악 축제(L’ITALIAN BRASS WEEK 2019 – LA BELLEZZA SUBLIME DELLA GENIALITÀ)가 열렸다. 


이 축제는 7월에 장소를 두 번 번갈아 가며 피렌체, 피에솔레, 빈치에서 열렸는데, 나는 용케도 두 번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개최된 관악 합주를 생애 최초로 감상하는 행운을 잡았다. 콘서트 타이틀이 뜻하는 것처럼 이 공연은 천부의 재능을 가진 탁월한 관악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합주를 하는 피렌체의 뜻깊은 문화 행사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수백 명의 제한된 초청 시민들이 콘서트를 끝까지 지켜봤는데 더 많은 시민들이 이 행사를 감상하지 못한 게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감동의 물결이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겐 심금을 울린 관악합주 하모니였다. 


주지하다시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는 세계 최초의 원근법이 사용된 마사초(Masaccio) 원작 '성 삼위일체'가 소장된 역사적인 곳이다. 또 미켈란젤로의 스승인 도메니코 기를란다이오(Domenico Ghirlandaio, 1449-1494)의 프레스코화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여행자들을 붙들어 놓는 곳. 이들의 예술적 재능과 습관이 세계인들을 피렌체로 불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유서 깊은 장소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관악합주가 공연되는 배경이 이렇듯 고풍스러울 뿐만 아니라 참으로 고급진 장소에서 행해진 놀라운 일이므로 감동은 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관악합주가 진행되는 동안 소리의 울림은 최고의 연주자로 구성된 악기에서만 속삭이듯 가슴을 후벼팟다. 하지만 성당 내부에서 메아리치는 잡음은 전혀 없었다. 천상의 소리가 지상으로 포옹하듯 내려앉은 가운데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랄까. 


회화의 향연과 천상의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동안 성당 내부는 진공상태를 방불케 했는데  이날 공연 전부를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재밌는 풍경을 목격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객석에 앉아있는 연인 가운데 한 여성이 남성의 뒤통수를 쓰다듬는 모습이다. 꼼지락꼼지락 마치 애무하듯 쓰다듬는 그녀의 습관은 연주자들이나 예술가들의 습관과 많이도 다를 것. 공공장소에서 행해진 이 같은 모습 등에 대해 사람들은 애정결핍의 한 현상으로 말한다. 



애정결핍 현상이란, 사랑을 많이 받지 못 한 사람 혹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들이 쉽게 걸리는 심리적인 결핍 증상이란다. 이게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생긴다고 하는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나 스킨십하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또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 우는 일이 자주 있는 사람도 이 같은 증상에 일면 해당하는 사람이란다. 

그런데 이런 현상 등 심리적 치유 효과에 음악만 한 게 더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금관합주를 감상하는 동안 누군가 당신을 포근하게 꼭 껴안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들면 얼마나 행복해질까.. 조금은 경건한 장소에서 일어난 쓰담쓰담이었지만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계속>


FESTIVAL MUSICA_Italian Brass Week 2019
La Bellezza sublime della Genialità
28 Luglio, 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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