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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4. 2019

피렌체의 마지막 선물    

#2_심금 울린 금관협주 하모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지..!


지난주 일요일(28일, 현지 시간) 오후 9시경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관문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앞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에서 브라스 밴드 음악 축제(L’ITALIAN BRASS WEEK 2019 – LA BELLEZZA SUBLIME DELLA GENIALITÀ)가 열렸다. 


이 축제는 7월에 장소를 두 번 번갈아 가며 피렌체, 피에솔레, 빈치에서 열렸는데, 나는 용케도 두 번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개최된 금관합주를 생애 최초로 감상하는 행운을 잡았다. 콘서트 타이틀이 뜻하는 것처럼 이 공연은 천부의 재능을 가진 탁월한 관악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합주를 하는 피렌체의 뜻깊은 문화 행사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수백 명의 제한된 초청 시민들이 콘서트를 끝까지 지켜봤는데 더 많은 시민들이 이 행사를 감상하지 못한 게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감동의 물결이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겐 심금을 울린 금관합주 하모니였다. 




주지하다시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는 세계 최초의 원근법이 사용된 마사초(Masaccio) 원작 '성 삼위일체'가 소장된 역사적인 곳이다. 또 미켈란젤로의 스승인 도메니코 기르란다이오(Domenico Ghirlandaio, 1449-1494)의 프레스코화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여행자들을 붙들어 놓는 곳. 이들의 예술적 재능과 습관이 세계인들을 피렌체로 불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유서 깊은 장소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관악합주가 공연되는 배경이 이렇듯 고풍스러울 뿐만 아니라 참으로 고급진 장소에서 행해진 놀라운 일이므로 감동은 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관악합주가 진행되는 동안 소리의 울림은 최고의 연주자로 구성된 악기에서만 속삭이듯 가슴을 후벼 펐다. 하지만 성당 내부에서 메아리치는 잡음은 전혀 없었다. 천상의 소리가 지상으로 포옹하듯 내려앉은 가운데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랄까. 지난 첫 편 심금 울린 금관합주 하모니에서 이렇게 썼었다.





오늘은 그 현장의 차마 잊지 못할 감동적인 모습을 브런치 이웃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날 행사는 관중들 몇몇이 휴대폰으로 기록을 남겼지만, 행사 전부를 카메라에 담은 건 글쓴이 혼자 뿐이었다. 이런 경우도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래 사진과 영상은 당시의 기록을 담은 것이지만, 브런치 공간의 제약상 일부만 올려놓고 나머지는 첨부된 아래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으므로,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부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는 인류 최초 최고의 무대


이날 관악합주를 감상하면서 이탈리아인들은 당신들의 노력을 통해 행운을 거머쥔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 혹은 최초의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는 중세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곳으로, 현재의 그 어떤 아이템을 접목시켜도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특히 무대 장치를 필요로 하는 예술행위는 주제에 맞는 배경이 필요할 텐데 음악이면 음악, 회화면 회화, 조각이면 조각, 문학이면 문학 그 어떤 주제를 대입해도 너무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따라서 이날 브라스 밴드의 공연이 이어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내부의 장식은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인류 최초 최고의 무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오래전 이 건축물을 만들 당시만 해도 지금 같은 공연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텐데, 무대는 마치 오늘날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설계해 둔 듯, 특히 관악협주가 조용히 쏘아 올리듯 매우 부드럽게 내뱉는 연주는, 최신 휴대폰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몸서리치듯 감상하는 음악이나 다름없었다. 나의 혼을 쏙 빼놓은 감동적인 현장으로 가 본다.





L’ITALIAN BRASS WEEK 2019 – LA BELLEZZA SUBLIME DELLA GENIALITÀ:


-아래는 관련 행사 자료이며 본문의 참고 자료이다.

La XXª edizione del festival Internazionale ‘Italian Brass Week’, dedicato al mondo degli ottoni, che si svolgerà a Firenze, dal 21 al 28 luglio 2019, porta titolo ‘La bellezza sublime della Genialità’ , è ispirato a Leonardo da Vinci, nel 500 esimo anniversario dalla sua morte, e ruota intorno al Genio vinciano, ripercorrendone le tappe esistenziali musicalmente più affascinanti.

I pilastri del festival saranno dunque: la Bellezza, il Sublime e la Genialità, ai quali si uniranno l’Internazionalità, il Talento, l’Ingegno e la Passione. Fin dalle prime giornate, i giovani talenti potranno dar mostra di sé nel Concorso internazionale ‘Wings to Talent’ perché il Genio è Talento. 

Il Genio, quello ricercato e valorizzato nella competizione musicale del nostro festival, è, dunque, una disposizione innata dell’anima che si manifesta nell’ingegno. Dalle competizioni al calendario di eventi, la genialità di questa nuova edizione del festival sta in quella scintilla che innesca e unisce facoltà creatrice dell’intelletto, l’ingegno e forte passione.

Continua a Leggere: https://estatefiorentina.it/2019/06/28/italian-brass-week-2019-la-bellezza-sublime-della-genialita/



2019 이탈리안 브라스 밴드 축제의 시작은 이랬다


앞서 대략 살펴본 몇 장의 사진만으로 관악합주가 울려 퍼지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분위기가 짐작될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의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각종 문화 행사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하지만)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공간은 작지만 잘 꾸며진(?) 무대는 물론 연주자들과 객석이 거의 맞붙어있어서, 악기가 연주될 때마다 바로 곁에서 듣는 듯했다. 오후 9시가 되자 마침내 연주단이 입장했다. 그리고 사회자가 이날 행사와 관악 마에스트로를 소개한 직후 곧바로 연주회는 시작됐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여러분들이 영상을 열어보시면 현장 분위기에 단박에 매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날 합주단의 규모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대략 50명 정도였는데 아직 귓가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다. 또 노구를 이끌고 지휘에 나선 마에스트로의 모습에서 이분들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랑해 왔는지 가슴에 다가왔다. 연주의 시작은 성당 내부의 경건함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엄숙했다. 





브런치 남쌤 작가가 실토한 관악의 세계


사람들은 숨죽여 관악을 감상했고 관악기가 내뿜는 부드럽고 황홀한 소리가 성당 내부를 휘감으며 가득 채웠다. 관합주를 처음 들어보는 것도 아닌데 카메라를 든 손이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이런 감동의 물결은 거의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가까이서 들어본 관악기의 황홀한 소리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야 이렇게 맑고 고운 소리가 나는지 궁금했다. 때마침 브런치 작가 한 분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계셔서 경험담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랬다.


(상략).. 제가 중학생 때 플루트에 미쳐서 하루에 3시간씩 입술이 부르트고 수증기가 줄줄 맺혀 떨어지도록 연습했습니다. (건반이나 현악기와 달리 부는 악기는 쉬지 않고 3시간씩 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에 소리 내기 비교적 쉬운 플루트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기가 그나마 괜찮습니다. 그러나 배의 힘을 조절해 호흡의 속도로 고음을 내야 하는데, 여기서 소위 말하는 '삑사리'가 잘 생깁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내가 기대하는 맑고 고운 소리가 안 납니다. 복막을 밀어 호흡의 밀도를 높여도, 복근으로 호흡을 조여도, 입술 모양을 이리저리 바꿔봐도 소리가 마음에 안 들 때, 친구의 헤드 실버  플루트를 불어보았습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배에 힘도 주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대충 스케일을 불어보았습니다. 앗!!! 기대한 소리가 납니다. 자세를 고쳐 앉고 제대로 해 보았더니 황홀한 소리가 납니다. 나도 이런 소리를 낼 수가 있구나..(하략)  




무슨 일을 하든 무엇 하나 금방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특정 분야의 고수가 되려면 부단히 갈고닦아야 하는 것. 나는 당시에 촬영된 영상을 편집하는 동안 한 음악가의 진솔한 경험담을 비교해 봤다. 이날 다섯 곡을 연주했고 대략 40여 분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동안 금관합주는 거의 끊기지 않고 쉼 없이 연주됐다.




풀피리가 생각난 금관협주 하모니


 이날 나는 까마득히 오래전 어릴 적 모습이 떠 올랐다. 아직 초등학교(국민학교)도 입학하지 않았던 나는 어느 봄날 형들과 함께 가까운 냇가의 버들강아지 곁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형들은 파랗게 물오른 버들강아지 가지를 꺾어 칼로 다듬더니 작은 풀피리를 만들었다. 글쓴이의 고향 부산에서는 이를 가리켜 '홀떼기'라 불렀다. 형들은 버들강아지 껍질을 벗겨내고 손가락 마디만 한 껍질 한쪽 부분(성대)을 정성스럽게 다듬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더니 삐익하는 소리를 냈다. 형들은 음을 적당히 조절해 가며 연주(?)를 했다. 신기했다. 형들이 부는 홀떼기 소리는 냇가의 물소리와 함께 봄날 하늘에 울려 퍼졌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피리 구조와 전혀 다른 홀떼기에서 무슨 멜로디가 흘러나오겠는가. 그냥 "삐삐삐 삐삐삐 삐삐 삐삐 삐삐삐.." 이런 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겨도 보통 웃기는 게 아닌데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신기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형들로부터 전수(?) 받은 홀떼기 만드는 법을 이용하여 버들강아지 한쪽 끄트머리에 성대를 만들고 힘껏 불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바람 새는(김 빠지는) 소리만 났다. 


그리고 다시금 입술에 깨물고 여러 번 연습을 하는 동안 마침내 삐익~하고 소리가 났다. 입안의 공기가 홀떼기를 빠져나가는 순간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머릿속은 홀떼기의 울림으로 가득했다. 대략 홀떼기의 추억이 이러한데 관악에 매료된 연주자들이나 최고의 경지에 오른 마에스트로의 음악 세계는 어떠하겠는가. 이날 관악합주의 하모니는 피렌체에 둥지를 튼 후 피렌체가 내게 선물한 크나큰 선물이자 마지막 선물이었다.




피렌체의 마지막 선물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풀피리 소리든 관악기 연주든 이를 듣는 사람의 마음이 매우 중요할 것.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소통 장치를 늘 가동하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할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이어주는 소통 장치가 예술행위라고 한다면,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는 그야말로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도시일 것. 


글쓴이는 그동안 정이 들대로 든 피렌체를 뒤로 하고 열흘 후면 피렌체를 떠날 예정이다. 피렌체서만 대략 2년간 머무는 동안 나는 이 도시에서 이탈리아어를 보다 더 잘 구사하게 됐다. 그리고 언어가 가능케 하는 소통을 통해 이탈리아인들의 생활문화 얼마간을 습득했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긴 했어도 이 도시에 사는 동안 만난 사람들은 친절했고 다정다감했다. 무엇보다 당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리고 해가 아르노 강 너머로 떨어지는 저녁나절이면 거의 날이면 날마다 산타 마리아 광장에 나와 바람을 쐬곤 했다. 그때만 해도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 줄만 알았다. 죽기 전에 단 한번 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의 저녁 풍경이 그랬다. 광장에 나서면 저만치서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성당이 어느 날 나를 초대해 놓고 소리의 향연을 베푼 것이다. 


그게 나 때문이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미켈란젤로의 도시를 너무 사랑한 나에게 피렌체는 작별을 고하는 선물을 했다. 풀피리 소리가 아스라 하게 여겨지듯 이날 금관합주는 심금을 울리는 천상의 소리이자 내게 손수건을 흔드는 하늘의 손짓이었다. 



심금 울린 금관협주 하모니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기

#1 https://www.youtube.com/watch?v=MDBr_mS-nXc&feature=youtu.be
#2 https://www.youtube.com/watch?v=TCC7wDBX3ZE&feature=youtu.be
#3 https://www.youtube.com/watch?v=8PCC2M-gxsQ&feature=youtu.be
#4 https://www.youtube.com/watch?v=HD4VOOt7KCs&feature=youtu.be
#5 https://www.youtube.com/watch?v=amxeqiQm8f0&feature=youtu.be
#6 https://www.youtube.com/watch?v=caKa3ObcB8s&feature=youtu.be


FESTIVAL MUSICA_Italian Brass Week 2019
La Bellezza sublime della Genialità
28 Luglio, 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FIRENZ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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