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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0. 2021

돌로미티, 승강기 안 타면 보여요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아침 일찍 일어나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의 고갯길을 산책하던 우리는 해가 뉘엿거릴 때 빠쏘 퐐싸레고(Passo Falzarego) 고갯길에 위치한 친퀘 또르리의 주차장 곁 개울가에 자동차를 주차시켰다. 그곳에서 올려다보면 또퐈나 디 로쎄스(Tofana di Rozes (3225 m))가 우리를 굽어 살피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또퐈나 디 로쎄스의 진면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친퀘 또르리는 물론 주변의 경관 등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우리는 전혀 엉뚱한 도발(?)을 통해 돌로미티의 마법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지난 여정 그곳에 누가 살고 있을까 편에 이렇게 썼다. 다시 날이 밝았다. 하니와 나는 친퀘 또르레(Le Cinque Torri)로 가는 승강기가 위치한 널찍한 주차장 한쪽 모퉁이에 주차를 해 놓고 차박과 야영을 이어갔다. 그곳에는 옥수가 쉼 없이 졸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이 있었고, 주차장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는 금방이라도 얼 것만 같은 차디찬 옥수가 도랑을 풍부하게 적시며 꼬르띠나 담빼쬬로 흘러가고 있었다. 



영상, DOLOMITI, Le Cinque Torri_돌로미티, 승강기 안 타면 보여요




텐트 외피가 이슬에 젖어있었으며, 밤새 주차해둔 캠핑카는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있었다. 이날 아침 수은주는 영상 7도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텐트로부터 10여 미터 떨어진 개울로 다가가 더 맑을 수 없는 옥수와 주변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영상은 이날 아침에 담은 풍경이다.



우리가 오르게 될 친퀘 또르리는 다섯 개의 암봉(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차 우리를 감동시킬 누볼라우 산맥의 작은 산맥이며 산기슭에서는 암봉 끄트머리가 겨우 보일 뿐 비경은 절묘하게 감추어져 있는 곳이다. 돌로미티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산 뷔또 까도레(San Vito di Cadore) 북서쪽 그리고 꼬르띠나 담빼쬬( Cortina d'Ampezzo.)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날이 밝자 어둠에 쌓였던 친퀘 또르리 주차장 주변이 환하게 밝았다. 우리를 굽어보고 있는 거대한 암봉은 또퐈나 디 로쎄스(Tofana di Rozes (3225 m))라고 했다. 그녀와 나는 이 산을 '앞산'이라고 불렀다. 야영을 하는 위치에서 바로 앞에서 보이기 때문이었다. 앞산 아래로 빠쏘 퐐싸레고로 가는 고불고불한 길이 이어져 있고 그 길을 따라 담빼쬬서 올라오다가 8부 능선에서 좌회전을 하면 자료 사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날 아침의 수은주는 영상 7도씨로 이곳의 공기는 차갑고 맑았다.



주차장 입구에 주차된 캠핑카(Camper)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건너오는 다리 아래로 옥수가 철철 넘쳐나는 곳이다. 돌로미티에서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건 맑은 공기와 옥수이다. 피곤한 여정 가운데서도 새벽 6시가 되면.. 아니 그 이전에도 눈을 뜨고 하루 일정을 소화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이 물과 공기가 아닌가 싶었다.



텐트 주변에 내려앉은 이슬이 이곳의 날씨를 가늠하게 해 주었다.



졸졸졸 쉼 없이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 옆의 풀꽃들이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런 풍경들..



앞산에 솜이불 같은 뽀얀 구름이 선경을 이루며 산중의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그녀는 아침 준비를 하고 나는 주차장에 마련된 승강기 매표소를 들러 현지의 정보를 챙겼다. 주자장에서부터 친퀘 또르리로 가는 승강기의 요금은 1인 19.5유로였으며(왕복) 편도는 14.5유로였다. 



돌로미티, 승강기 안 타면 보여요




참고로..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는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로미티의 진면목을 체험하기 위해서라면 승강기가 있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승강기를 이용할 것을 권유해 드린다. 그녀와 나는 지금까지 승강기를 타지 않고도 돌로미티의 선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거..



우리는 승강기 매표소와 정거장을 지나 친퀘 또르리로 오르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 승강기가 쉼 없이 지나다녔다. 승강기는 가파른 오르막길과 고불고불한 좁은 오솔길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오솔길은 승강기를 이용하면 볼 수 없는 곳이다. 



이날 친퀘 또르리를 오르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서너 팀이 더 있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이곳 사정을 잘 모르거나 색다른(?)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었을까..



세상은 늘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해 놓고 사람들을 저울질한다. 그 누구든지 선택은 하나.. 우리는 승강기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산행을 하며 풀꽃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으면 무수한 풀꽃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 보랏빛 초롱꽃을 '돌로미티 금강초롱'이라 불렀다. 현지에서는 두루뭉술 '돌로미티 풀꽃'으로 부르고 있었다.



고도를 천천히 조금씩 쉬어가며 높이니 주차장에서 바라보이던 앞산이 점점 더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사람들이 승강기를 타면서 버린(?) 풍경들이 우리의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하니도 걸음을 멈추고 어느덧 풀꽃 삼매경에 빠져든다. 승강기 아래 산길은 온통 꽃길이었다.



우리는 어느덧 돌로미티의 숲 속에 빠져들며 승강기의 유혹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서기 2021년 8월 말경의 돌로미티 숲 속의 풀꽃들은 등을 보이고 있었다. 달라진 날씨(기온)를 따라 먼길을 떠날 차비를 갖추는 것이다. 어떤 풀꽃들은 일찌감치 길을 떠났다.



우리는 장차 어떤 만남을 가질지도 모른 채 깎아지른 길을 따라 친퀘 또르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념무상.. 어디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어느 날부터 돌로미티 예찬론자가 된 우리에게 돌로미티는 세상을 잊게 해주는 큰 선물을 해 주었다. 오로지 조물주의 창조물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을 하게 만든 것이다.



세상살이는 녹녹지 않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지켜야 할 규칙도 지천에 널렸다. 어떤 때는 가까운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할 때도 있고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열심히 학문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 조차 느끼지 못하는 신의 그림자..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던 앞산이 우리를 다시 굽어보고 있다.



우리가 이른 아침 개울가에서 야영을 하던 장소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앞산은 친근감이 더해졌다.



고도를 높이자 우리를 따라오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영을 하던 주차장은 이미 계곡 속으로 사라졌다. 승강기를 이용하면 얼마나 편리할까..



머리 위로 한 가족이 친퀘 또르리로 스르륵 사라진다. 유혹의 시간은 끝났다.



발아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풀꽃들이 이슬을 머금고 있다. 그 곁으로 갈 냄새 풍기는 이름 모를 풀꽃들..



풀꽃과 먼 나라 대한민국에서 온 두 사람.. 그리고 돌로미티의 숲과 하늘과 물과 공기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돌로미티 금강초롱 곁으로 작은 씨앗들이 보인다. 녀석들은 내년 이맘때 다시 돌로미티를 수놓는 풀꽃들로 살아가겠지.. 우리 모습은 금강초롱에 맺힌 땀방울(?)처럼 힘들어하다가 점점 더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됐다.



승강기를 이용했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풀꽃들.. 그 인연으로 친퀘 또르리는 우리 가슴에서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겠지.. 너희들을 홀로 내버려 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로 돌아오니.. 어느덧, 우리가 태어난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은 팔월 한가위를 맞이하고 있단다. 고맙구나 아가들아.. 또 보자꾸나!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Le Cinque Torri Dolomiti
il 19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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