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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3. 2021

돌로미티, 친퀘 또르리 가는 길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돌로미티 금강초롱 곁으로 작은 씨앗들이 보인다. 녀석들은 내년 이맘때 다시 돌로미티를 수놓는 풀꽃들로 살아가겠지.. 우리 모습은 금강초롱에 맺힌 땀방울(?)처럼 힘들어하다가 점점 더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됐다.



승강기를 이용했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풀꽃들.. 그 인연으로 친퀘 또르리는 우리 가슴에서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겠지.. 



너희들을 홀로 내버려 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로 돌아오니.. 어느덧, 우리가 태어난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은 팔월 한가위를 맞이하고 있단다. 고맙구나 아가들아.. 또 보자꾸나!




돌로미티, 친퀘 또르리 가는 길




친퀘 또르리 주차장에서 고도를 조금씩 높이기 시작하자 발아래로 선명하게 드러난 오솔길과 또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승강기를 이용하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발아래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봐주지 않은 풀꽃들과 이끼들이 뷰파인더를 촉촉이 적신다.



하니가 앞서 걷는 오솔길 곁으로 풀꽃들이 따라나선다.



머리 위로 승강기를 탄 사람들이 무시로 지나다니는 곳..



뒤돌아 보니 또퐈나 디 로쎄스(Tofana di Rozes (3225 m))가 여전히 우리를 굽어 살피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산을 앞산이라고 불렀다. 잎산은 새하얀 솜털로 차가운 날씨를 가렸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오솔길에 풀꽃들이 마중을 나왔다. 고맙구나 아이들아..!



승강기는 인간이 민든 발명품 중에 하나이자,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이다.



문명의 이기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편리한 반면 자연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기 되는 것이다.



대자연속에 있어야 할 우리들의 삶이 문명의 이기와 타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신의 품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도처에 널린 신의 그림자..



승강기의 케이블이 숲 속을 가로지르는 동안 우리에게 내어준 황톳길이 우리를 따라다닌다.



우리가 머물던 야영장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장차 만나게 될 친퀘 또르리로 가는 초행길..



돌로미티의 지도에서 만나본 그곳은 암봉 다섯 개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있다. 누가 친퀘 또르리로 가는 길에 풀꽃들이 지천에 널렸다고 알려주었던가..



풀꽃은 누가 봐주어야 제 몸값을 하는 것일까.. 시인 김춘수 님은 <꽃>이라는 당신의 작품을 통해 이렇게 노래 불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그런 존재가 아닐까.. 친퀘 또르리를 다녀오는 한 연인들에게 "그곳의 거리는 여기서부터 얼마나 되느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략 1km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농담 삼아 "10분이면 도착하겠군요"라고 말했더니 정색을 하며 "NO!!.."라며 웃었다. 깎아지른 산길을 오를 때 걸리는 시간은 평지에서 보다 1/3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1시간은 더 걸어야 친퀘 또르리 능선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고도를 높이며 서서히 몸이 풀리자 풀꽃들이 더 빨리 더 가까이서 우리를 맞이했다.



산행 중에 만나는 풀꽃들의 의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



따지고 보나 마나.. 우리는 누구든지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관심병자(?)가 아닐까.. 혼자는 외로운 법이다. 조물주의 법이다. 이 땅에 사는 우리가 잊고 사는 대자연의 법칙이다.



편리한 문명을 쫓고 있는 사이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한 가치들..



우리는 대자연 속에 있을 때 행복하다. 신의 그림자를 깨우칠 때 존재감의 실체가 드러난다.



돌로미티에서 우리가 선택한 대자연의 길..



신의 그람자가 동행할 때 우리의 향기는 더해가는 법일까..



나의 존재감이.. 그녀의 존재감이 풀꽃에서 묻어난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풀꽃들..



그들은 먼길을 떠날 차비를 마쳤으며 사람들은 친퀘 또르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서기 2021년 9월 23일 아침나절(현지시간) 열어본 돌로미티 사진첩 속에 우리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있다.



우리가 잠시 빌어 쓰는 대자연의 품속에 머물고 있었던 신의 그림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구나 꽃이 되고 싶다. 나도 그녀의 꽃이 되고 싶으다.



저만치 등 뒤에서 우리를 살피던 앞산이 얼굴을 내밀 차례가 되었다. 친퀘 또르리가 저만치 앞에서 손짓을 한다. 우리는 곧 그곳에 도착할 것이며 그들이 품고 있던 슬픈 이야기는 물론 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 아침..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온 하니의 두 번째 그림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Le Cinque Torri Dolomiti
il 23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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