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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4. 2021

그곳에 누가 살고있을까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힘들게 떠난 돌로미티 여행길에서 챙겨야 할 풍경들..?!!



사람들은 세상을 대하는 저마다의 관점이 서로 다르다.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도 생각은 제각각.. 세상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서기 2021년 돌로미티 여행을 떠난 우리에게도 같은 등식이 적용되고 있었다고나 할까..



영상, 돌로미티 퐐싸레고 고갯길 곁 계곡을 적시는 도랑물




하니와 나는 지난해 처음 묵었던 돌로미티의 빠쏘 퐐싸레고 고갯마루 근처의 한 계곡에서 여장을 펼쳤다. 그리고 다시 찾은 그곳에는 우리의 추억이 오롯이 묻어나 있었다. 달라진 건 사람들의 마음뿐, 고불고불 구불구불 용틀임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은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풀꽃들이 너무 일찍 시들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그곳에 누가 살고 있을까




하니와 나는 꼴포스꼬 알타바디아(Colfosco Alta Badia) 하이킹을 다녀온 직후 꼬르봐라(Corvara)에서챙겨온 달콤한 빵과 바를레타에서 챙겨 온 뷔노로쏘를 곁들여 간단한 저녁을 챙겨 먹고 곧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새날이 밝았다.



빠쏘 가르데나 고갯길 위로 떨어진 해넘이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한 후 다시 맞이한 하루..



머나먼 이국 땅.. 어느 산골짜기에 머리를 뉜 후 다시 찾아온 아침..



돌로미티 여행 사흘째 되던 날.. 해님은 텐트 외피의 결로현상을 말리고 있었다.



텐트를 젖히고 고갯길 근처로 발길을 옮기자 그곳에는 돌로미티 양귀비가 여행자와 눈을 맞추었다.



지난해 우리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엉겅퀴는 물론 여러 풀꽃들이 우리를 두 팔 벌려 맞이했다.



그런데 금년은 조금 달랐다. 풀꽃들이 어디론가 떠난 산중에 유독 보랏빛 엉겅퀴가 눈에 띄는 것이다.



이 산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 홀로 아침 산책을 하는 동안 하니는 불편한 잠자리의 차박을 하고 있었다. 



돌로미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그중 우리의 경험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를 하자면 그녀의 잠자리까지 눈여겨봐 두어야 한다. 차박과 야영..



청춘들 힘들어하는 차박과 야영을 안 청춘이 실행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분들이 한국에서 12시간의 비행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이탈리아의 돌로미티를 찾아 나섰다. 그분들이 커뮤니티에 남긴 영상과 사진 등을 보니 짧을 일정에 바쁜 여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활인들이 무작정 돌로미티에 주저앉아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돌로미티는 광활한 면적은 물론 트래킹에 익숙하지 못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 있다. 그냥 자동차를 빌려 드라이브만 즐겨도 좋을 것이나, 산행을 한 번이라도 하신 분들이라면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즉시 욕심이 발동할 것이다.



돌로미티의 마법에 단박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나 혹은 우리에게 국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돌로미티를 다녀온 직후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예찬론자의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해 봤다.



그곳에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물론 정치와 역사적 배경 등이 빼곡히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골짜기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동안 우리는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니와 함께 빠쏘 가르데나에서 짐을 챙겨 라 빌라(La Villa)로 이동하는 동안 자꾸만 자아꾸만 우리의 형편이 생각났다.



그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



그녀와 나는 이름 모를 산 중턱에 잠시 정차를 해 놓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산골짜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아무런 스트레스도 겪지 않아도 될 산골 사람들..



산중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숲 속 마을 곁으로 도랑물이 쉼 없이 흐르고 초원이 펼쳐져 있는 곳.



우리에게 너무 낯선 풍경이 이곳에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두 차례 이곳 산길을 따라 돌로미티의 또 다른 트래킹 코스를 만나고자 애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로미티는 우리를 이곳에 머물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우리에게 제한된 사간이 우리를 떠밀었을까..



산중을 휘감고 도는 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막다른 길에서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낯익은 고갯마루 퐐싸레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친퀘 또르리(Le Cinque Torri)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눈팅만 하고 떠난 돌로미티의 명소..



이 산중을 떠나면 우리를 괴롭히던 상념도 함께 떠날까..



먼 나라 처음 보는 아름다운 마을이나 풍경을 만나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먹고사는 일이 다 거기서 거긴 거 같지만..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풍경을 마주하면 자꾸만 걸음이 더뎌진다. 우리가 잃어버린 세월이 그 풍경 속에 오롯이 녹아든 것이다.



마음먹고 친퀘 또르리로 자동차 머리를 돌리는 동안 마음은 여전히 산중의 한 풍경에 머물고 있다.



8월이 등을 보이는 시절.. 산골은 바빴다.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을 유지하기 위한 풀베기가 한창이었다. 자연이 연출한 직선과 곡선..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사는 도회지에서는 그 선(線)들이 우리를 힘들게 했지..



돌로미티 산골에서는 되려 그 선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 거야..!



초행길의 친쾌 또르레는 우리에게 어떤 보상(?)을 할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의 고갯길을 산책하던 우리는 해가 뉘엿거릴 때 빠쏘 퐐싸레고(Passo Falzarego) 고갯길에 위치한 친퀘 또르레의 주차장 곁 개울가에 자동차를 주차시켰다. 그곳에서 올려다보면 또퐈나 디 로쎄스(Tofana di Rozes (3225 m))가 우리를 굽어 살피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또퐈나 디 로쎄스의 진면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친퀘 또르리는 물론 주변의 경관 등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우리는 전혀 엉뚱한 도발(?)을 통해 돌로미티의 마법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돌로미티는 어둠 속에 마법의 나라를 감추어 두고 우리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Le Cinque Torri Dolomiti
il 13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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