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8. 2021

그 산에 혼령(魂靈)들이 산다

-하니와 함께 다시 찾은 돌로미티 여행

   우리기 이곳까지 진출할 때까지 신의 그림자는 우리와 함께 했다. 당신께서 주단처럼 깔아놓으신 신의 그림자를 따라 친퀘 또르리를 바라볼 수 있는 봉우리까지 이동한 것이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그녀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곳곳에 신의 그림자가 함께 했던 그 기억들.. 그녀가 그토록 그려내고 싶었던 신의 그림자가 돌로미티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신의 그림자가 빼곡한 땅.. 그녀와 나는 이곳에서 신의 그림자로 환생한 사람들의 흔적을 만나게 됐다.



사람들이 남긴 흔적.. 그 흔적을 혼령이라 부른다.



그 산에 혼령(魂靈)들이 산다




   요즘 가끔씩 열어보는 대한민국의 '늬우스' 속에서 귀신의 정체에 대한 물음을 만나게 됐다. 누군가 "귀신의 존재를 믿는가?"라는 물음이었다. 그는 겉 무늬만 기독교인이었던지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앙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 뜨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그 정치인은 그 후 서서히 나락의 길을 걷는 게 보다 뚜렷해졌다. 나락의 길.. 나락(那落/奈落)은 불교에서 지옥을 말한다. 당신이 부정한 신의 존재로 말미암아 스스로 멸망의 길로 들어선 것이랄까..



내가 자주 언급하고 있는 '신의 그림자'에 대한 출처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내가 좋아한 남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예술가의 십계명> 중 첫째 계명이 신의 그림자에 대한 언급이다. 첫째 계명부터 열째 계명까지 돌아보면 이러하다.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Decálogo del artista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Gabriela Mistral





   하니와 함께 오솔길을 걷는 동안 신의 그림자는 우리와 함께 했다. 당신께서 주단처럼 깔아놓으신 신의 그림자를 따라 친퀘 또르리를 바라볼 수 있는 봉우리까지 이동한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줄지어 다니고 있었다.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이 간파한 신의 그림자가 그들 곁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스스로 신의 그림자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신의 정체 혹은 혼백. 혼령, 영혼 등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사는 동안 이들의 정체 등에 대해 끊임없이 듣게 될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귀신의 정체에 대해선 편리한 검색을 통해서 언급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귀신 들린 현상(Demon possession)에 대해서 정신분열증 정도로 생각한다. 거기에 정신장애까지 포함한다. 정신적 장애란 건강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이며, 그곳에는 망상장애, 공황장애, 인격장애, 불안장애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현상 등에 대해서 바이블은 탐욕으로 생겨난 건강하지 못한 마음의 질병을 말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귀신이나 마귀가 머리에 뿔을 달고 나타나거나 산발을 하고 공동묘자에서 나타나는 일은 보기 힘들다. 귀신이나 마귀의 정체가 이러하다면 정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쯤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온 세상을 손바닥 위로 올려놓은 인터넷 세상에서 귀신을 언급하는 사실 하나만으로 퇴출될 수도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신의 그림자를 말하는 것조차,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모습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가브리엘라가 간파한 신의 그림자의 본질을 알게 되면 행복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단박에 알게 된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당신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 때..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부터 당신의 속 사람은 신과 동행하는 놀라운 일이 발현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당신의 건강한 존재를 유지하는 혼령이 기뻐 춤을 추게 될 것이다. 나의 경험칙이다.



하니와 함께 승강기 아래 오솔길을 따라 친퀘 또르리로 이동하는 동안 신의 그림자가 동행했다. 그 그림자는 어떤 때는 바람으로 어떤 때는 물소리로 어떤 때는 하늘빛으로 어떤 때는 풀꽃으로 어떤 때는 구름으로 어떤 때는 가느다란 실바람 등으로 동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 한순간 친퀘 또르리로 가는 길에 우리는 꽤 오래전에 만들어 둔 군사용 벙커와 진지 등을 만났다. 그 흔적들은 수많은 군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던 전쟁터였으며,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람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들.. 그 곁으로 풀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곳에서 산화한 군인들의 혼령들이 부활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뺏고자 목숨을 걸고, 또 누군가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한 곳에 신의 그림자가 빼곡한 것이다. 그녀와 나는 친퀘 또르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전쟁의 상흔을 따라 걸으며, 그들 혼령들이 피워낸 아름다운 풀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혼령들은 한 때 이곳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을 것이며, 휘영청 달 밝은 밤이면 고향에 남아있는 형제자매와 부모님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또 죽음보다 더한 추위가 엄습하면 오들오들 떨며 혹한의 겨울을 견뎠을 것이다. 당신의 위치가 노촐될까봐 함부로 불을 피을 수도 없는 산중의 돌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가슴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한 신의 형상을 꿈꿀 수밖에 없었을 게 아닌가.. 그런 그들이 떠난 자리에 풀꽃들이 빼곡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하나와 나는 삶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참호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계속>



Le Dolomiti che ho riscoperto con mia moglie_Le Cinque Torri Dolomiti
il 27 Sett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