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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8. 2021

찬거리 장만한 아름다운 항구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명소 뜨라니 항구 


우리와 많이도 다른 이탈리아 남부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항구 풍경..!



   사흘 전의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항구 곁으로 밤 산책을 나갔다.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를레타 내항은 바람이 불지 않은 탓인지 호수보다 더 잔잔했다. 두 척의 화물선이 부두에 정박한 모습이 코 앞에 빤히 보이는 곳이 바를레타 항구이다. 우리가 위치한 바닷가에는 여러 개의 장의자가 놓여 있고, 저녁만 되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바람을 쐬러 나오는 곳이다. 이날 저녁 내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산들산들.. 산들바람이었다. 바다는 수채물감을 풀어놓은 듯하고 서쪽 하늘에서는 해넘이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다. 의자에서 휴대폰으로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요즘 그녀는 생선 타령을 하고 있었다. 


"낼 아침에 뜨라니 항구에 가 볼까..?" 하고 그녀가 말했다.


"조오 치.. 몇 시에 갈까..?" 하고 내가 말했다.



뜨라니 항구는 바를레타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위 구글 지도 참조) 바를레타-뜨라니-안드리아의 세 도시(市)가 하나의 도(道, Prefettura)를 이루고 있다. 도청의 소재지는 바를레타의 구도시 중심에 있으며, 바를레타는 대략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도시이며 뜨라니는 인구 6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보다 내륙에 위치한 안드리아는 인구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세 도시 합해서 대략 30만 명의 인구가 아드리아해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상, PORTO DI TRANI_찬거리 장만한 아름다운 항구





찬거리 장만한 아름다운 항구



뜨라니 항구의 명물 까스뗄로 디 뜨라니(Castello di Trani)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리를 반기고 있다.


특히 뜨라니는 16 세기까지 주목할만한 무역항이었으며, 라 삐에뜨라 디 뜨라니(la pietra di Trani, 뜨라니의 돌)로 유명한 곳이다. 바를레타는 물론 뜨라니와 주변의 항구 도시에 사용한 대리석이나 돌들은 이곳에서 채취된 것들이다. 언제인가 우리나라 대리석 수입 업자 한 분이 이곳을 다녀가기도 한 곳이다. 


뜨라니 성 곁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뜨라니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 Nicola Pellegrino)


또 뷔노 모스까또(vino Moscato)로 유명하며 로마네스크 성당(la cattedrale romanica)과 성(castello svevo)은 물론 예술품과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기념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런 까닭에 뜨라니는 "아드리아해의 창"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를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부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정도로 항구 주변은 매우 아름답다. 우리는 이곳을 여러 차례 이상 방문을 했으며, 그때마다 기록을 했는데 최근에 다시 찾은 것은 이틀 전의 일이다. 뜨라니에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뜨라니 두오모 곁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해 두고 항구로 걸어가며  만난 풍경은 상큼하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풍경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장관이다. 때 하나 묻지 않은 선선한 공기와 발아래 깔끔하게 정리된 대리석 보도는 물론 군더더기 없는 항구 도시는 단박에 내 고향 부산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데 전혀 비교가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 곁의 남항이나 영도 대교 곁에 빼곡했던 크고 작은 어선들과 사람들로 붐비는 어물전 주변 등의 모습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송정이나 기장 혹은 다대포 등지로 이어지는 해안선과 많이도 다른 모습들.. 이날 아침 뜨라니 성 곁에서 아침부터 낚시를 하는 1인을 만난 것 외에 항구로 가는 길은 텅 비었다. 오전 7시 경의 뜨라니 항구의 풍경이다. 하지만 잠시 후 이탈리아 남부의 명소 뜨라니 항에서 만난 해산물을 통해 잠시 풀 죽었던 어깨가 으쓱해진다.



나는 그동안 뜨라니의 두오모를 자세히 관찰하며 이들의 건축술에 즈음이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손만 닿으면 놀랍게 변모하는 대리석은 물론 뜨라니의 원석들이 예술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장.. 로마네스크 양식(L'architettura romanica, 노르만 건축))의 건축물(둥근 아치 형태)은 11세기와 12세기에 유럽으로 퍼져나갔으며, 12세기 중반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건축물이란다. 이 양식의 건축물에 대해 위키백과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의 잦은 전쟁으로 인한 석재 구조를 사용함으로 육중한 특질, 두꺼운 벽, 둥근 아치, 튼튼한 기둥, 그로인 볼트, 큰 탑과 장식적인 아케이드(늘어선 기둥 아래의 공간)로 잘 알려져 있다. 모든 건물은 명확히 정의된 형태를 가지고 상당수가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평면을 가진다. 그래서 전체적인 외관은 그 뒤를 잇는 고딕 건축에 비교하면 단조로워 보인다. 이 양식은 지역적 특징과 다른 재료들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역에 잘 알려져 있다. 고딕 양식은 중세의 대표적인 양식이라서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데 로마네스크는 그런 경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양식이라서 인간과 이성, 자연의 고대를 지나 신비의 세계, 신앙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특색을 가진다. 이 시기에는 많은 성들이 지어졌지만, 이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숫자가 아직도 남아있는, 미완성인 것도 더러 있고 현재도 흔히 쓰이는 거대한 수도원 교회이다.



황금 빛 햇살이 무수히 쏟아지는 대리석으로 만든 길을 따라 하니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그 너머로 뜨라니 항구 한쪽이 드러나 보인다. 잠시 후면 우리는 뜨라니 항구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 잠시 이들의 문화에 심취했던 마음들이 제 자리를 잡게 될 것인가.. 



뜨라니 항구 주변에는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우며 분위기 넘치는 카페와 리스또란떼가 즐비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물론 뜨라니에도 뜨라니에서 채취되는 원석들로 꾸민 카페와 리스또란떼가 주를 이루는 것이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만난 건축물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운치를 자랑하는 건축물이 아드리아해 주변에 위치한 건축물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내 조국 대한민국이 갖지 못한 이런 풍경들 때문에 우리가 이탈리아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최소한 정치적 스트레스만 없어도..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 공무원들이 더 썩을 곳 없는 나라.. 선출직과 임용직이 구분이 없고, 정치검찰과 사법부와 언론 기레기들이 날뛰는 그야말로 개판인 나라..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참 얄궂은 운명이다.).. 우리는 벌써부터 세계 최고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을지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리 형제자매들은 물론 이웃들의 스트레스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침내 전설의 바다.. 신화의 바다와 연결된 뜨라니 항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뜨라니 항구에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의 이름이 뜨라니 선적 포세이돈 호이다. 물과 바다 지진의 신 포세이돈(Poseidon).. 혹은 넵투누스(NEPTUNUS)..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신들의 왕이었던 제우스의 형이자 남동생이었다. 본래 제우스의 형으로 태어났지만 크로노스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옴으로써 다시 남동생이 되었다. 


신화는 이러하다. 말도 안 되는 듯 당시의 세계관과 우주관은 오늘날과 많이도 달랐다. 그런데 더 다른 모습은..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와 아드리아해 혹은, 이오니아 해 및 지중해서 잡히는 물고기들은 생김새는 비슷할 망정 맛은 천 차별 만차 별이다. 



하니와 나.. 우리는 이른바 '생선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맛 좋은 조기 한 상자를 사흘에 걸쳐 감쪽같이 먹어치우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도곡동에서 가까운 가락시장은 뻔질나게 드나들 정도였다. 거기에 한몫 거든 건 내 고향에서 오랫동안 다진 안목이었다. 싱싱한 해산물 맛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탈리아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멍게나 소라 해삼 등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그리운 식재료가 아닌가..



이날 아침 뜨라니 항구에서 펼쳐 놓은 어물들은 싱싱했다. 이른바 '물건'들이었다. 보통의 어물들 보다 크기가 크거나 귀한 것들이 스티로폼 상자에 빼곡 담겨 있는 것이다. 이날 아침 가장 눈에 띈 녀석은 문어와 광어 및 뜨릴리아와 갑오징어 등이었다. 



문어 숙화 맛을 잘 아는 하니는 문어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오기 전 그녀는 떨어진 입맛을 보충하기 위해 속초에 있는 단골에 부탁하여 문어를 택배 하여 먹곤 했다. 그녀의 입맛 속에서 문어가 충동질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충동질은 로마네스크 건축물의 충동질 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연안에서 잡히는 문어의 맛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1인.. 이곳의 리스또란떼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즉시 충동질은 멈추고 만다. 나는 힘주어 말했다.


"해산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을 절대로 저~얼 때로 따라올 수 없어욤!!"



이날 뜨라니 항구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선들은 크게 두 종류였다. 이른바 '큼직한 물건'들은 주로 리스또란떼로 팔려나가는 것들이고, 크기가 작은 생선들은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것들이자 값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들이다. 포스트 맨 아래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붉은색 생선들은 비린내가 나지 않는 뜨릴리아(Le triglie)로 고급 요리에 사용된다. 


 뜨라니 항구서 바를레타의 집으로 돌아와 생선 킬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싱싱한 뜨릴리아..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지중해(깊은 바다)서 잡히는 물고기이자, 육질은 단단하며 영양가 만점인 녀석이다. 주로 노르웨이의 모리따니아, 지중해, 흑해 등 동부 대서양에서 주로 살아가고 있고, 수백 미터의 깊은 바다의 뻘 속 혹은 모래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드리아해에서 잡히는 녀석들은 크기도 작고 가격도 착하다. 이날 우리가 구입한 뜨릴리아는 크기가 작은 녀석들로 한 상자(6.5kg)에 20유로에 거래되는 것을 밀당하여 15유로에 구입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손질에 들어갔다. 손질은 대략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리고 녀석들은 생선 킬러 앞에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계속>



Attrazioni della provincia di Puglia in ITALIA_Il Porto di Trani 
il 07 Otto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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