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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5. 2021

어떤 그림자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당신이 세상에 남긴 무수한 그림자의 의미..?!



   서기 2021년 10월 4일 아침, 하니와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만난 직후 바닷가로 나아갔다. 그녀의 제안이었다. 날씨가 덥단다. 전에 흔치 않았던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오락가락하는 이곳의 기온 차이 때문이었다. 건기가 시작되고 다시 우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날씨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어떤 때는 영상 13도씨까지 뚝 떨어졌다가 어떤 때는 영상 21도씨까지 오르는 등 일교차가 많이 생겼다. 환절기.. 



그래서 이맘때 아침운동을 나갈 때면 외투를 따로 챙기거나 평소보다 따뜻한 옷을 챙겨 입게 된다. 이날 아침에 그녀가 착용한 운동복이 더위를 부른 것이다. 종려나무 가로수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을 따라.. 호수 같은 아드리아해 곁으로 다가선 후, 가져온 따끈한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 바닷바람을 쇴다. 때 하나 묻지 않은 바닷바람이 아침햇살에 묻어났다. 시월의 바닷가.. 



아침운동을 마무리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뒤로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무런 방해물도 없는 바닷가의 그림자..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 무수한 그림자를 남길 텐데.. 당시에 남겨진 그림자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냥 빛에 묻어난 허상일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 노사연 씨는 그림자에 대해 이렇게 노래 불렀다.




님 그림자

-노사연


저만치 앞서가는 님 뒤로 그림자 길게 드린 밤 

님의 그림자 밟으려 하니 서러움이 가슴에 이네 

님은 나의 마음 헤아릴까 별만 헤듯 걷는 밤 

휘황한 달빛 아래 님 뒤로 긴 그림자 밟은 날 없네 

저만치 앞서가는 님 뒤로 그림자 길게 드린 밤 

님의 그림자 밟으려 하니 서러움이 가슴에 이네 

님은 나의 마음 헤아릴까 별만 헤듯 걷는 밤 

휘황한 달빛 아래 님 뒤로 긴 그림자 밟을 날 없네




   그땐 밤이었지.. 달빛이 휘영청 밝은 어느 날 밤, 저만치 앞서 걷는 님 뒤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단다. 뒤 따라가는 어떤 여자 사람 1인의 가슴을 쥐어짜는 서러움은 왜일까..? 지금은 해돋이가 시작된 훤한 아침인데 당신의 그림자가 가슴에 인다. 사는 동안 무수히 만들어졌다가 사라져 간 그림자들.. 바닷가에서 툭툭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그림자가 해변에 길게 늘어진 모습을 보니 불현듯 측은지심이 가슴에 인다. 나의 그림자 하나 카메라에 담고, 그림자 둘을 다시 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두 그림자가 좀 더 가까이 밀착한 장면을 담고 보니.. 그림자가 너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실체와 그림자가 전혀 다를 바가 없네. 그림자를 나무라지 말아야겠지.. 그림자를 더 사랑해야겠지.. 그림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있던지.. 마냥 귀히 여겨야겠지.. 그림자가 너무 아름다운 아침이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La nostra bella ombra
il 04 Otto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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