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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3. 2021

시월에 만난 아름다운 우리 행성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생명을 잉태한 태양계의 행성 지구(地球,)..!



   서기 2021년 10월 2일 오전 05시 30분경,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구도시(Centro storico) 중심에 한 여인이 걸어가고 있다. 그녀가 걷고 있는 거리 이름은 뷔아 치알디니(Via cialdini).. 이 도시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깐띠나 델라 스퓌다(Cantina della Sfida)가 오른쪽에 있다. 



그녀가 방금 지나친 좌측으로는 고대의 여관 까사 데 뵈레노(casa di Veleno)로 불리는 깐띠나 델라 스퓌다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기사도의 정신에 따라 16세기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인들을 기리기 위해 맛있는 점심을 만든 곳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프랑스인 모트(il francese La Motte)는 자부심 가득한 바를레타의 군인(i Napoletani)들을 경멸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그들은 게으르고 비겁하며 소심하고 불공평하다는 등으로 폄훼했다. 




바를레타에서 생산된 훌륭한 포도주에 취하며 진행된 연회에서 거만한 모습의 모트와 일행이 멘도사의 돈 디에고 선장( il capitano don Diego di Mendoza)을 포함한 스페인 사람들이 함께 앉는다. 



이 일의 발단으로 바를레타의 기사들이 "소심하고 비겁하며(codardi), 겁쟁이(vigliaccherìa)들"리라며 놀려대던 프랑스인들의 귀싸대기를 갈겨버렸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강대국들의 조롱당하는 식민지배 시대였다. 바를레타와 뿔리아의 기사 13명과 프랑스 기병과 충돌하는 일이 바를레타에서 일어났다.



그 결과 프랑스인의 기사 13명과 결투(13:13)를 하여 승리를 하였다. 그리고 큰 축제가 열렸다. 그때가 1503년 2월 13일이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후로도 스페인의 점령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바를레타인의 용감한 도전(La Disfida di Barletta)은 때때로 열강들에 맞서는 '용기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 서기 2021년이 어느덧 518주년이 된 것이다. (출처: Fanpage.it , 번역: 역자 주)



이른 새벽, 도시를 가로지르는 유서 깊은 뷔아 치알디니 가운데로 하니가 앞서 걷고 있다. 가로등의 불빛에 반사된 도로와 건물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나는 이 도시를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부른다. 그녀가 걷고 있는 발아래는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곳이며, 이곳 바를레타의 구도시 중심부에 검은 대리석이 깔린 곳은 부의 상징(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이 길을 따라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로 진출하는 것이다. 



도시를 가로질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까지 진출하면 저 멀리 발아래로 아드리아해가 펼쳐져 있다. 이른 아침에는 가로등의 간섭으로 바다가 희미하게 종려나무 가로수 사이로 드러나 보인다. 종려나무는 바를레타의 역사에 걸맞게 500년이 넘은 것들로, 바닷가를 따라 대략 2.5km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른들의 두 아름드리에 이르는 종려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아드리아해의 해돋이가 발그래하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아날의 해돋이 시각은 오전 06시 53분.. 해돋이는 매일 1분씩 늦추어지면서 아침운동의 시간도 어느덧 1시간 정도가 늦추어지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재밌는 현상이 일어난다. 



코로나 19를 피해 잠시 한국에 가 있던 그녀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때는 지난 8월 11일이었다. 그러니까 서기 2021년 10월 2일부터 매일 1분씩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53분의 차이가 발생한다. 즉 그녀가 이탈리아로 귀국한 지 53일이 되는 것이다.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로 밝은 표정을 짓던 해님이 삐친 것일까.. 



그녀가 다시 바를레타로 돌아온 이후 아드리아해의 해님이 표정은 오락가락했다. 어떤 때는 커튼 뒤에 숨어서 아예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당신의 실루엣만 아른거렸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당신의 사랑을 뻬앗긴 것이자 나의 관심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진 이유가 그녀로부터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해님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틀 전 해님은 화장을 고치고 화려한 베일을 두르셨다. 그 모습은 우리 행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차림이었다. 천지창조..



이날은 썰물이 심한 때였으며 새벽하늘에는 달님이 쪽배를 타고 동쪽 하늘 높이 항해를 하고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달님은 갈증이 나셨던지 아드리아해를 힘껏 끌어당겨 목을 축이셨다.



그때 바닥을 드러내 보인 바닷가의 풍경..



잠시 바닷물에 잠겼던 돌다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작교.. 



그 자리서 돌아보니 그녀가 해님을 향해 아이폰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의 귀환.. 



하니가 지난 8월 11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0개월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견우와 직녀의 삶을 살고 있었다. 10개월이면 날 수로 대략 300일이 되는 것이므로 300일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해님이 언제쯤 수평선 너무로 얼굴을 내민 것인지 알 수 있겠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행성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이며, 얇은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형 행성 가운데 가장 크다고 알려졌다. 지구의 나이는 45억 6700만 년 전이다. 그 당시 바다 위로 얼굴을 내밀었던 해님을 거의 매일 아침 해돋이 시간에 맞추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미일 1분씩 늦게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약속을 지키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기 2021년 10월 2일 아침 오전 6시 53분에 해님은 정확히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얼굴을 내미셨다.



당신께서 매일 아침 어김없이 붉은 기운을 선물해 주시는 동안 오작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옛날에는 까마귀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오작교..



요즘은 오작교 위로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을 잉태한 아름다운 우리 행성 지구..



우리는 그 속에서 매일 지지고 볶고 싸우고 사랑하며 아파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자취를 감추겠지.. 생로병사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꺼지지 않는 불덩이 하나..



우리는 매일 아침 해님을 만나며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변함없는 사랑.. 약속을 잘 지키는 정직한 운행.. 어둠을 가르고 빛을 선물하는 조물주의 작품 앞에서 행복한 시간은 해돋이 시간이 전부일까..



천지창조(天地創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언어가 해님에 묻어난다.



"[1] In principio Dio creò il cielo e la terra..!"

"태초에 신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느라..!"

(Genesi 1- [1], 창세기)



"[2] Ora la terra era informe e deserta e le tenebre ricoprivano l'abisso e lo spirito di Dio aleggiava sulle acque."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신의 영은 수면 위를 운행하시느라."

(Genesi 1- [2])



"[3] Dio disse: "Sia la luce!". E la luce fu."

"신께서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이르시니 빛이 있었고."

(Genesi 1- [3])



"[4] Dio vide che la luce era cosa buona e separò la luce dalle tenebre."

"빛은 신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신께서 빛과 어둠을 나누사."

(Genesi 1- [4])



[5] e chiamò la luce giorno e le tenebre notte. E fu sera e fu mattina: primo giorno.

"신께서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낮이 되니: 첫째 날이니라 "

(Genesi 1- [5])



아드리아해 너머서 잠시 얼굴을 내미신 해님은 다시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아침 해님은 우리를 불러내시며 당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킨다.



내가 혹은 우리가 100년을 살게 되면 100년에 해당하는 날 동안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연후, 우리가 나섰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육신을 뉘는 집과 영혼을 보듬는 안락한 쉼터..



이른 아침 깐띠나 델라 스퓌다를 지나면서 시작된 하루 일과 속에 작지만 용기 있는 도전이 시작된다.



늘 새롭지만 어느덧 46억 년에 해당하는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 끄트머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 사이로 황금빛 알갱이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저 멀리 소실점에 우뚝 솟은 바를레타의 두오모가 그녀의 앞길을 지켜보고 있다. 서기 2021년 10월 2일 아침시간.. 요즘은 오전 7시 30분부터 8시까지 종려나무 가로수의 그늘을 제공받는다. 기적 같은 시간이 매일 아침 우리 곁을 지나친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Un'alba incontrata in ottobre
il 03 Otto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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