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14. 2021

바람의 흔적_LA LUCE E OMBRA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그 바닷가에 바람이 불면..



   브런치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아름다운 무늬는 바람의 흔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산책로 끄트머리에 다다라 바닷가로 나가면서 만난 매우 흔한 모래밭의 풍경이다.



   바를레타 중심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출발하면 대략 2.5km 정도의 위치에서 종려나무 가로수 길이 끝이 난다. 이곳에서 바닷가로 나가는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해돋이 직후에 만난 이 길은 누군가 진공청소기를 돌린 것처럼 돌로 만든 보도블록은 모래 한 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바닷가 모래밭과 대략 5cm 정도 더 높은 보도블록 곁으로 모래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런 풍경을 연출한 건 해륙풍 때문이다. 아침운동을 마친 하니가 그 위를 지나고 있다. 나는 그녀 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운명처럼 널부러진 모래밭을 주시하고 있다. 바람의 흔적..



우리가 아침운동을 위해 목적지까지 걸어가면 육풍을 맞이하게 된다. 얼마 전부터 바를레타 사구 너머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차게 느껴졌다. 건기가 마무리되고 우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곳의 날씨는 우기가 시작되면서부터 비가 오락가락하신다. 우리나라 장마철 같은 풍경이 꽤 길게 이어지면서 나중에는 바다가 사나워지는 것이다. 호수보다 더 잔잔하던 아드리아해가 거칠게 앙칼지게 변하게 만드는 건 육풍 때문이었을까..



밤에는  육풍이 바를레타 사구에서 바다로 불고 해님이 등장하면 해풍이 육지로 불어온다. 참 재밌는 자연현상이다. 해륙풍은 바다와 육지의 기온차가 만들어 내는 바람이라고 한다. 이곳에 살면서 느낀 바를레타의 사구를 참조하면 해풍이 보다 더 센 것을 알 수 있다. 사구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랄까..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보이는 바닷가에는 바람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하늘이 만든 조화이자 최고의 작품이 바닷가에 널려있는 것이다. 바람은 모래 알갱이들을 파도처럼 밀고 다니며 밤 사이 그들의 흔적을 연출하고 그 자리에 풀꽃들이 피어난다. 풀꽃..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우기가 찾아들면 맨 먼저 바닷가 풍경이 달라진다.



식물이 살 것 같지도 않던 모래밭 곳곳에 풀꽃들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이들은 곧 모래밭 전부를 차지하고 떼창을 부르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바람의 흔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여름 한 철 사람들이 붐비던 모래밭은 풀꽃으로 가득하다. 



그때가 오시기 전 또 하나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간밤에 물새가 다녀갔다.



바람의 흔적 위로 총총총.. 생명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그곳에 함께 그려진 인간의 흔적들.. 



바람의 흔적이 없었다면 빛과 어둠의 존재 조차 발견할 수 없었을까..



바람의 흔적은 바닷가에도 묻어난다. 아드리아 해서 살아가던 조가비들이 파도에 떠밀려 뭍으로 진출했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흔적..



바람결에 님아 있는 바다새의 발자국과 바람의 흔적과 그들의 흔적을 관찰하고 있는 한 인간..



바람의 흔적과 빛과 그림자..



더도 덜도 아닌 게 우리네 삶의 흔적이다. 잠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때 당신의 흔적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바람이 남긴 아름다운 흔적 속에서 나의 존재를 뒤돌아 본다. 세상은 살아가면 갈수록 신비롭고 아름답다.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La nostra bella ombra
il 14 Otto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아쭈리 아쭈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