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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6. 2021

그렇게 떠나시다니요

-그해 가을이 화려했던 이유

먼 나라 여행 떠나시는 님들을 뒤로하고..



당신의 사랑이 지극하여



고개 떨구고 있었지요.



그땐 부끄러워 몸서리 칠 정도였어요.



당신이 늘 내 곁에 계실 줄만 알았지요.



별리 여행 따위란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요.



볕 따스한 어느 날이었지요.



당신은 내게 다가와 입맞춤을 했습니다.



잠시 어디론가 떠나시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요.



그 입맞춤이 별리의 표시였던가요.



나를 빤히 들여다보던 그 눈동자 잊을 수가 없어요.



먼 나라에 계시더라도 가끔씩 안부라도 전해주세요. 내 사랑..


   서기 2021년 11월 26일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밤새 비가 오셨다. 비님이 추적거리며 도시를 적셨다. 추적추적.. 빗소리가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이들 마냥 현관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모산의 불국사 가는 길.. 거의 매일 드나드는 동안 눈을 마주쳤던 나뭇잎들이 풀숲에 머리를 뉘었다. 늘 곁에만 있을 줄 알았던 사람들.. 그들도 언제인가 별리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별리.. 세상의 인연이 다하는 또 하나의 품격.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는 그렇게 이 계절을 떠나보내고 있다. 먼 나라에서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소리 낮추어 어깨를 들썩이는 작은 요정들이 나직이 속삭인다. 떠나신다고 한 마디라도 해 주시지 그랬어요. 그렇게 떠나시다니요.


Lo splendido autunno a Seoul, Corea del Sud_Dono della fata
il 26 Nov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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