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4. 2021

고독한 산 냥이의 하루

-12월 초하루 볕 좋은 날 대모산 기슭에서 


나는 고독한 게 아니야..!



고상한 사색을 즐긴다고.. 



사색 사유 사고.. 그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지..



나는 대자연 속.. 신의 그림자를 사랑하지..



너무 아름다워 끔찍스럽고 몸서리 칠 지경이야..



집냥이.. 그러니까 냥이 집사는 잘 몰라..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은 대자연의 품속이야.. 나는 사유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거..



    서기 2021년 12월 3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비가 오시고 있다. 간밤서부터 오시던 비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일 비가 추적거리면서 기온도 10도씨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볕 좋은 날씨가 잠시 잠깐 보이다가 곧 먹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이날 아침 하니가 한국에서 챙겨 온 외장하드를 열어보니 그곳에 산 냥이가 볕을 쬐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었다. 산 냥이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강남의 대모산 자락이며 일원동에서 가까운 작은 공원 옆이다. 약수터 다녀오는 길에 녀석을 만난 것이다. 이때가 12월 초하룻날이었지만, 산기슭 한쪽에 볕이 잘 드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적당한 습기와 볕이 만나 아직도 울긋불긋한 숲이 유지되고 있었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산 냥이 곁에서 서성거리고 녀석은 여전히 만추의 아름다움 속에 빠져있었다. 고독할 리가 없었지.. 그때 커튼처럼 닫혀있던 울타리가 살며시 열리면서 괴물체(?)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가 들렸다.


"나비야~~ ^^ "


녀석의 표정을 보니 약간은 퉁명스럽다.  녀석은 속으로 이렇게 궁시렁 거렸겠지.


"저.. 나비 아니거덩요.ㅜ"


인간들은 늘 이 모양이다.



Un giorno assolato all'inizio di dicembre_Monte Demo SEOUL COREA
il 03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여왕님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