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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6. 2021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서기 2021년 12월 15일 늦은 저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괘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안데스의 쎄로 뽀초코라는 산이다. 이 산의 정상에서 가까운 절벽 위에 서자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 미니어처처럼 조그마하게 보인다.



줌을 보다 가깝게 당겨 보니 미니어처로 만든 세상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안데스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이 뱀처럼 구불구불 길게 이어지고 있다. 산행이 끝난 후 다시 찾은 계곡에는 비췻빛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던 곳이다.



하니와 나는 안데스 깊숙한 곳으로 발을 들여놓고 발아래에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며 감회에 젖는 것이다. 우리는 이맘때 귀국을 미루고 산티아고에서 살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에 미친 여행자 두 사람이 다시 파타고니아를 꿈꾸며 칠레에 장기 체류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한국으로 돌아갈 의사는 물론 의지까지 전무한 상태로 아예 산티아고에 눌러앉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때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자, 10년 전에 우리가 결정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세상이 발아래로 보이는 정상 부근 벼랑 끝에서.. 그녀는 챙겨 온 도시락을 꺼내며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간단한 도시락과 생수가 전부인 조촐한 점심은, 이른 새벽에 그녀가 준비한 것으로 생전 처음으로 안데스의 산중에서 먹는 감미로운 음식이었다. 



그녀가 도시락을 꺼내놓고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근처를 둘러보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산중의 숲은 메말랐으며 건기의 끄트머리에서 겨우겨우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안데스의 계곡은 누군가 일부러 연막을 뿌려대는 듯 뿌연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 점심을 챙겨 먹고 이곳 쎄로 뽀초코에서 처음으로 인증숏을 남겼다. 하니가 찍어준 이 사진은 어느덧 10년을 경과했으며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는 동안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렸다. 몸매는 날씬 헤졌으며 한 달 동안 병석에 누워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월은 우리를 비켜가는 것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을까..



사진첩 속의 나는 물론 그녀는 지금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둥지를 틀었다. 한국에서 남미와 파타고니아를 두 번씩이나 오가며 먼 나라 여행을 하고, 다시 이탈리아에 정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7년째를 경과하고 있는 것이다. 



참 까마득한 세월이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무척이나 빠른 시간이다. 그중 오늘 저녁에 펼쳐보고 있는 사진첩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다.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 같은데 10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전혀 그럴 리가 없다. 후회도 미련도 없는 세월이 뽀얀 안개에 뒤덮인 안데스 계곡 속으로 숨어들었다. 후회도 미련도 없는 삶..



그녀와 함께 앞만 바라보며 올랐던 쎄로 뽀초코에 숨겨진 비경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나의 삶을 돌아보니 후회와 미련 따위가 끼어들 틈도 없었다. 그동안 기록해 두었던 사진첩 속에 나와 그녀의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오래전 이 땅에서 살아갔던 선조님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4차 혁명의 시대..



백발의 노인으로 변한 안 청춘의 책상 앞에 노트북이 놓여 있고..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동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10년 전의 과거가 현재의 식탁 위에서 맛있게 요리되는 시대.. 이런 때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또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꿈꾸던 일은 즉각 실천에 옮겼으며 우리 앞에는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삶.. 10년 전에 안데스의 산중에서 기념쵤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하늘이 우리에게 허락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아 온 몸을 맡길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 평생의 소원이었던 그림 수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내고 있고, 나는 여전히 우리네 삶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후의 우리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다. 그녀의 무서운(?) 좌우명 속에 내가 깃들어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천년을 살 것처럼..!!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15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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