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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31. 2021

2022, 바람의 땅에서 인사드립니다

1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 #10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


    이곳 훼리호 선착장이 위치한 뿌에르또 이바네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이 위치한 곳.  단박에 이곳이 바람의 땅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방풍림으로 심어둔 미루나무가 한쪽 방향으로 전부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바람에 맞서 싸운 풍경이라기보다,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친 나무들이 여행자의 뷰파인더에 등장한 것이다. 

버스기사님은 귀찮아서라도 정차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이 길을 오갔을 것이다. 제아무리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가 아름답다고 한들 도시인의 기준으로 치면 정말 따분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당신과 동행하고 있는 한 여행자는 진심으로 아이들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풍경에 탄식을 하며 놀라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람의 땅이 한 여행자의 가슴에서는 지울 수 없는 풍경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당신을 일깨우며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우리를 내려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기적의 현장.. (지난 여정 끄트머리 중에서)


   서기 2021년 12월 31일 늦은 저녁 자정이 가까운 시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있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사진 한 장이 말해주고 있다. 하니와 나는 우리를 태운 버스기사남의 배려로 바람의 땅으로 들어가는 언덕에 내려 기념촬영을 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우리는 번갈아 기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지근거리에 위치한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Lago General Carrera) 호수 곁 선작장으로 이동했다. 



그때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해를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2년.. 그럴 리가 없지만, 당시 버스기사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하니와 나의 모습이 담긴 기록은 전무할 것이다. 비췻빛 호수만 덩그러니 남아 우리의 여행 흔적을 보여줄 테지.. 


까마득한 세월 저편에 오롯이 남아있는 우리의 흔적들.. 그 속에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 곁을 지나칠 수 없는 인연들이 동시에 존재했다. 사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을 지나치는 소중한 인연들.. 그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웃분들이 연말연시 바쁘신 가운데 남긴(2021년 12월 30일 자정 전후) 인사말도 돌아본다.



강신옥 그동안 값없이 전시해준 수많은 신의 그림자, 심혈을 기울여 촬영해준 사진, 동영상들에 감탄한 한 해였습니다. 버스 기사님도 작가님의 열정에 감동해서 차를 세워주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이심전심이었네요. 새해에도 작가님, 아내 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베로니카의 참견 2021년 마지막 날 혼자만 깨어있는 존재인 것 같은 새벽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져 감사하는 중입니다. 신이 무엇을 주시던 달게 받겠다는 마음을 품어 봅니다. 작가님 올 한 해도 애쓰셨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존재를 일깨운 사람들은 이웃분들이다. 적지 않은 분들과 만나 소통을 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이웃이 얼마나 중요하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 시간들이 기록에 오롯이 남아있는 현장.. 하니는 언제인가 "바람처럼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우리도 언제인가 그녀의 바람처럼 바람이 될 것이다. 바람으로 환생한 우리가 어느 날 파타고니아의 바람의 땅에서 뭇사람의 머리카락을 날릴지 누가 알겠는가. 


그때는 보다 더 자유로울 테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과 동행하게 될 테지..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우리를 스쳐간 바람들이 자유로운 영혼이었을까.. 지난 한 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말 애쓰셨다. 서기 2022년 새해.. 가내 무탈하시고 늘 건강하시며. 언제 어디에 계시더라도 행운이 함께하는 놀라운 축복의 현장에 계시길 두 손 모은다. 바람의 땅에서 인사를 드린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oyhaique Patagonia CILE
il 31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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