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매시각.. 날마다 이어지는 마법의 세상..?!
내겐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만난 신의 그림자가 아름다움으로 내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유소년기 이전부터 당신께선 내 곁에 있었지만, 전혀 눈에 띄지 않다가 어느 날 실체를 보여준 것이다. 적지 않은 분들이 신의 실체에 대해 긴가민가 할 것이다. 그게 정상일 것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신의 그림자..
그 실체가 아름다움이라니..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날마다 신의 그림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거나 노트북 등으로 비추어 보며 열광하는 것이랄까.. 당신께서는 태초로부터 영원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만약 세상의 현상들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메마른 가슴을 한 번 정도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면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면, 당신과 함께 늘 동행하는 분이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마를 것도 없는 건기의 마른 산중에서도 신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자, 기적 같은 일이 나와 늘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육신이 당신의 부르심을 받고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리고 다시 빛으로 환원될 때까지 동행한다면, 세상은 천국이며 빛의 본향을 더욱더 그리워하지 않을까..
서기 2022년 1월 20일 아침(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눈을 뜨자마자 마치 의식을 행하는 듯 자연스럽게 노트북 앞으로 다가가 로그인을 하고 우리가 다녀온 여행 사진첩을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고도를 드 높인 이곳은 안데스의 쎄로 뽀쵸코(Cerro Pochoco)라는 산이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시기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 돌아온 이후였다.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풀쩍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첩은 마법을 부리며 나를 노트북 앞에 꼭 붙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초행길의 쎄로 뽀초코.. 산티아고 시내가 발아래에 있다. 계곡 옆으로 고불고불 배암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는 길을 따라가면 산티아고 시내에 이른다. 우리는 이미 이곳 산티아고에 장기체류를 신청해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파타고니아에 매료된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예 이곳에서 눌러 살 작정이었다. 산티아고서 살게 되면 무시로 안데스 자락을 따라 다시 파타고니아로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우리는 산티아고 시내에 위치한 산타 루치아 공원(Santa Lucía Park) 곁에 셋집을 얻어놓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도시지만 산티아고에는 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안데스를 배경으로 침탈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 마푸체 인디오의 전설 같은 향기가 도시를 휘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지남철처럼 끌어들인 곳이 안데스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우리의 당시 결정은 최선이었던 것처럼 여겼다. 최고의 선택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대략 10년의 세월이 더 지난 어느 날,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안데스가 부린 마법인지 안데스가 우리에게 선물한 마법인지..
노트북에 로그인을 하고 사진첩을 열어 당시를 돌아보는 동안 하니가 아침을 준비했다. 산티아고서 살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 식탁에 묻어난다. 우리가 너무 사랑했던 탓일까.. 봄 향기 짙은 이곳에서 바라본 안데스는 마른풀과 선인장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눈 덮인 안데스.. 그때가 슬며시 그리워진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20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