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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1. 2022

우리와 닮은 매우 친근한 원주민들

-마야,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유물들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일컫는 호모 사피엔스도 싸돌아 다니는 걸 좋아했을까..?!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마당에 마야력까지 챙긴다는 건 무리가 따른다. 태양력에 익숙한 현대인은 더더욱 마야력이 머리에 쥐가 돋게 만드는 것이랄까.. 대통령 후보랍시고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들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해대는 인면수심의 인간조차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마야력.. 포스트에 글을 끼적거리는 동안 마야력을 공부해야 한다며 이곳 저것을 뒤적거리고 있노라니 하니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깟 거 공부해 봤자 밥이 나와 돈이 나와..ㅉ 바닷가에 바람이나 쇠러 가.. 씩~^^"



백번 천 번 옳으신 말씀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을 한다고 한들 우리 삶에 무엇이 달라질까.. 이웃을 등쳐먹은 협잡꾼이나 나라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한 도둑놈들 모두.. 때가 되면 보따리도 필요 없이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 한다. 그걸 그나마 일면 깨닫고 보니.. 우리 행성에 등장한 여러 문화들 속에 등장한 유물들이 더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땅의 여신이자 풍요의 여신 파챠마마(Pachamama).. 그리고 빛으로 오신 신의 그림자..


 그 어떤 경우이든 온 곳이 있으면 갈 곳도 있을 터.. 여러 문명들이 남긴 각종 유물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게 어느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마야 유물들이자, 그들로부터 발현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난 호모 사피엔스의 겉모습과 다른 속 사람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들.. 우리는 피곤한 줄도 모른 채 박물관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지난 여정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우리와 닮은 매우 친근한 원주민들




    서기 2022년 1월 20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노트북에 로그인을 하고 사진첩을 다시 열었다. 그곳에는 우리가 남미 일주 여행을 떠날 당시 멕시코 시티의 인류학 박물관에서 만나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다시 열어보니 화질이 엉망이었다. 당시엔 괜찮은 DSLR이었는데..ㅜ 


지금 다시 열어본 기록들은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달라붙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쓸만한 기록이었다. 그중 몇 장의 컷들은 현장감이 묻어났으며 유물들은 매우 정교한 모습으로 여행자 앞에 등장했다. 우리가 이곳을 둘러보는 동안 가장 친근한 모습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유물들은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이 남긴 것으로 오방색(五方色)이 알록달록 짙게 남아있었다. 


원주민 정부 지도자(GOBIERNO INDIGENA)가 남긴 유물들..


오방색은 오방정색이라고도 하며, 황(黃), 청(靑), 적(赤), 흑(黑), 백(白)의 5가지 색을 말한다. 각각의 색은 방위를 가리키며 파랑은 동쪽, 빨강은 남쪽, 노랑은 중앙, 하양은 서쪽, 검정은 북쪽을 뜻한다. 각각의 색(오방정색)들은 오행의 상생과 상극 관계에 따라 상생간색과 상극간색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래전에 공부한 동양철학에 등장한 오방색은, 우리 민족이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여행자가 어느 박물관에서 만난 오방색이 반가웠던 까닭은 다름 아니다. 고인류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등에 따르면 생김새가 비슷하면 가까운 관계라고 말한다. 비슷한 이유는 유전자 풀(Gene pool)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인류와 침팬지와 고릴라와 우랑우탄의 공통 조상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다양한 개체들의 단백질을 분석해 보니 "인간과 침팬지와 고릴라가 가장 비슷했다"라고 한다. 비슷하면 유전자를 같이하는 거란다. 유전자가 갈라지면 달라진다는 것. 사진첩 속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오방색은 물론 놀이기구 등 장식품에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유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유물을 통해서 동질성을 느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모 교수의 <사람의 기원>을 소환해 본 것이다. 비슷하면 유전자를 같이한다는 것.. 



재밌는 일이다. 우리가 학습한 바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인디언들은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살았다고 전한다. 그 시기는 대략 1만 4~5천 년 전이라고 한다. 어떤 고고학자들은 2만 년 전이라고도 한다. 시차가 다소 발생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들이 베링해를 건너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이유는 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었기 때문 아닌가. 생존본능이 그들을 먼 땅으로 이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발견은 옛 소련의 고고학자들이 1960∼70년대 러시아 극동 부랴티야 공화국 남쪽 우스티캬크타 지역에서 발견한 1만 4천 년 전 고대인의 치아에서 나온 DNA를 게놈(genome, 유전체) 분석한 끝에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인디언들과의 관계를 밝혀낼 수 있었다고 전한다. 



멕시코의 인류학 박물관 속에서 만난 유물을 놓고 지료를 뒤적여 본 이유는 다름 아니다. 우리와 닮은 모습을 한 원주민 인디언들의 이동 경로를 놓고 다른 이유로 저울질해 보는 것이랄까.. 우리 행성에서 발견된 유인원들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른바 '역마살(驛馬煞)'이 없는 한. 한 곳에 정착하여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인디언들이 역마살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 그들은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무리 가운데는 나와 취미가 같거니 비슷한 무리 혹은 개인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여행을 즐기는 호모 사피엔스와 베링해를 건넌 오래 전 사람들.. 그들 문화 속에 등장하는 유물의 형태는 낯설 망정 요하문명권에서 먼 데까지 이동한 사람들의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비슷하면 유전자를 같이한다는 것.. 호모 사피엔스는 여행을 즐기는 슬기로운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하지 않다면 왜 그 먼 곳까지 길을 떠났을까.. 하니와 나는 지구를 몇 바퀴 돈 후에 다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둥지를 틀게 됐다. 둘 중에 한 사람은 역마살이 있거나 오방색의 방위를 따라 거처를 쉼 없이 옮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Juegos de  mi México(Publicaciones digitales 2022)


*참고로 우리와 너무 다른 문화의 마야문명이 남긴 현대의 멕시코 흔적(PDF)을 만나보시기 바란다.

il Nostro viaggio America Centrale_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MESSICO
il 20 Gennai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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