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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3. 2019

요리사의 밥상

#30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요리사들은 어떤 음식을 즐길까..?



요리사가 라면을 먹는 이유


사진은 이틀 전 야참으로 만든 요리 닭가슴살을 곁들인 까뻴레티(CAPPELETTI CON PETTO DI POLLO)의 먹음직스러운 모습이다. 먼저 관련 리체타를 소개해 드리기 전에 요리사들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무엇을 먹는지 경험담을 통해 일면 살펴보기로 한다. 글쓴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오래전 지인 한 분이 서울의 유명한 S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요리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중국집 주방장 모습을 떠올릴 때여서 주가가 썩 시원치 않을 때였다. 오죽하면 작고하신 최인호 선생께서 "주방장과 작가는 얼굴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을까. 잠시 쉬는 시간 담배를 피우러 나온 중국집 주방장의 차림새는 그때만 해도 꾀죄죄했다. 그래서 우리가 맛있게 먹은 짜장면 맛은 주방장 차림새를 보는 순간부터 저만치 달아나는 것.


작가도 별로 다르지 않다. 글을 통해 꿈같은 환상에 젖어 행복했는데 막상 작가를 만난 순간부터 환상이 저만치 달아나는 것이다. 당신이 상상한 작가는 일류 배우 이상의 멋진 사람이어서 늘 만나보고 싶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전혀 뜻밖의 모습과 차림새여서 환상이 싹 지워지는 것이다. 나는 요리사인 지인에게 "쉬는 날 혹은 집에 돌아오면 어떤 요리를 먹는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지인은 망설임 없이 툭 내뱉었다.


"하하 라면 끓여먹지..!"


그 이후로 요리사도 별 수 없구나. 일터(호텔 주방)에서 요리만 만들지 집으로 돌아오면 보통사람과 별로 다를 게 없구나 싶은 생각을 하고 그다음부터 요리 혹은 요리사의 직업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글쎄 내가 막상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보니 그가 내뱉은 말을 당장에 이해하게 됐다. 라면 맛에 중독(?)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이 아니라 요리사란 직업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보통 요리사들은 주방에서 일할 때 손님들보다 먼저 밥을 먹는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게 되는 것. 그런데 어떤 때는 밥을 제때 먹지 못하고 굶을 때도 있다.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밥을 제시간에 먹지 못하고 쫄쫄 굶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상황을 일반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에서 밥을 굶다니 말이 되나 싶은 것. 그러나 요리사의 세계를 조금만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단박에 이해한다.


손님들에게 요리가 제공되는 일과가 시작되면 주방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누가 말을 시킬 겨를도 없거니와 언어는 간결하고 눈짓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데서 밥을 먹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셰프가 파트 요리사들에게 밥을 먹도록 기회를 주는데 그때 요리사들은 주방에 쪼그리고 앉아 후다닥 허기만 채우고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힘든 일을 마친 요리사들이 잠시 쉬는 시간 혹은 휴일이 되면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을까? 매사가 귀찮을 것이며 키친 앞에 서는 것조차 마음에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잠자리에 뒹굴다가 배가 고프면 찾게 되는 게 라면이란 것. 요리사가 마음먹고 집에서 요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란 걸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만든 요리사의 밥상


글쓴이의 관련 브런치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나의 근황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피렌체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머무는 동안 생활이 조금 달라졌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 바를레타로 가면 주방을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등 본격적인 이탈리아 요리 연구를 해 볼 참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여러 이유로 한국에 머무는 동안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 그동안 뜸했던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매일 오후 해 질 녘 바닷가로 나가 모래밭에서 걷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대략 하루 8km를 걸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어보일 정도로 허기가 몰려들었다. 따라서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샤워를 마치고 재빨리 밥상(혼밥)을 차리는 것. 본문에서 보는 자료사진 닭가슴살을 곁들인 까뻴레티도 그중 하나다. 사흘 전 소개해 드린 후다닥 야참으로 만든 까뻴레티에서 사용하고 남은 까뻴레티와 닭가슴살을 이용한 요리이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근력을 늘리는데 중요한 식단으로 생각했다. 보통 나이가 지긋하면 결핍되기 쉬운 단백질 보충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식단을 자주 차리다 보니 전 보다 훨씬 나아진 체력을 실감하고 있다. 오늘은 우선 닭가슴살을 곁들인 까뻴레티의 리체타를 잠시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맺는다.



닭가슴살을 곁들인 까펠레티 


자료사진을 잘 보시면 누구라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리체타지만 보기보다 약간은 까다로운 요리 절차를 거쳤다. 먼저 닭가슴살은 닭다리 허벅지살과 함께 압력 밥솥에서 푹 익혔는데 같은 작업을 두 번 반복했다. 닭다리살은 지방이 포함되었으나 닭가슴살은 지방이 거의 없으므로 밋밋하고 퍽퍽한 맛의 닭가슴살에 풍미를 더해주는 것.


먼저 재료(1kg을 사용했다)를 깨끗하게 손질한 다음 압력솥에 올리브유 세 큰 술 및 두 컵 분량의 물(대략 500cc)과 간장 세 큰 술(입맛에 따라 적당량을 사용하시라)을 따르고 푹~찐다. 그리고 압력이 제로로 떨어지면 뚜껑을 열고 기름기를 전부 걷어낸다. 그런 다음 프라이팬을 준비한 후 압력 밥솥에 남은 육수를 적당량 팬에 두르고 닭가슴살 적당량을 찥어 넣는다. 그리고 까뻴레티(혹은 만두)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그다음 센 불로 육수가 꿇는 것을 확인 한 직후 약불로 대략 5분에서 7분 정도 조린다. 그 후 육수가 졸아든 게 확인되면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포르맛지오를 강판에 적당량 갈아 넣고(모짜렐라 치즈를 넣으면 색다른 풍미를 더해준다) 다시 뚜껑을 덮고 (크림이 완성될 때까지)1~2분 더 졸인다. 그리고 준비된 접시에 보기 좋게 데꼬라찌오네(decorazione_장식)를 마친다.


본문의 자료사진에는 미리 만들어둔 비에톨라(La bietola) 무침을 올리고, 최종적으로 한 번 더 빠르마지아노 레지아노 포르맛지오를 갈아 넣은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에톨라를 쉽게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시금치 무침이나 산나물 무침을 곁들이면 입안은 온통 천국으로 변할 게 틀림없다. 나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후 라면을 절대로 입에 대지 않았다. ^^



CAPPELETTI CON PETTO DI POLLO
il 22 Ottobre 2019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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